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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 감수하면서 얻을 게 있을까?
  • 송영웅(한국일보 신사업기획TF 팀장)
  • 승인 2016.08.16 16: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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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신중해야 할 DTI·LTV 완화

집값 폭락으로 LTV 상한선 초과 대출 속출

불패신화 옛말, 주택 ‘소유→거주’ 변화 뚜렷

집값 하락세 전망 속 대출 쉽다고 집살까?

송영웅 팀장
송영웅 팀장

2008년 9월 15일 미국의 투자은행인 리먼브라더스가 전격적으로 파산을 선언했다. 리먼브라더스는 6390억 달러(약 700조원) 상당의 자산을 보유한 대형 금융기관으로,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다. 미국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하락하면서 비우량 주택을 담보로 서민들에게 주택 매입자금 대출을 해주는 서브프라임모기지론이 부실화됐기 때문이었다.

이 여파로 미국 경제는 말할 것도 없고, 유럽 아시아 남미 등 전 세계가 미국발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 휩싸였다. 각국 주식시장이 일제히 폭락을 거듭했고, 세계 금융시장은 극도의 불안 속에 요동쳤다.

그러지 않아도 위태위태했던 우리나라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은 일제히 경색됐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겪었던 것을 근거로 내세우며 우리나라 재계와 금융계 전문가 상당수가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 온 국민이 불안에 떨었다.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최경환 의원이 DTI와 LTV 완화 카드를 꺼내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장관 시절 IT CEO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KT
박근혜정부 2기 내각의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최경환 의원이 DTI와 LTV 완화 카드를 꺼내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장관 시절 IT CEO포럼에서 기조 강연을 하고 있는 모습. ⓒKT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엄청난 외부 충격을 맞게 된 정부는 어떻게 해서든 미국발 금융위기의 충격을 최소화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당시 정부가 ‘우리나라는 비교적 안전하다’고 주장하며 내세운 근거가 바로 DTI(총부채상환비율), LTV(주택담보대출비율)였다. 금융 당국은 당시 ‘우리나라는 미국과 달리 DTI와 LTV를 통해 개인의 주택 담보대출을 낮은 수준으로 유지해 왔기 때문에 부동산 가격 폭락에 따른 금융회사의 부실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주장했다.

물론 당시 정부의 주장이 100% 맞는 것은 아니었지만, 2002년부터 시행된 LTV와 2005년부터 시행된 DTI로 덕분에 개인 부동산 담보대출에 대한 통제가 어느 정도 이뤄지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금융위기는 미국이 천문학적인 규모의 양적 완화(중앙은행의 대규모 통화 공급)를 통해 금융위기의 진화에 나섰고, 다행히 우리나라로까지 바로 번지지는 않았다.

최근 최경환 의원이 박근혜 대통령의 2기 내각의 경제 담당 부총리로 내정돼 DTI와 LTV 완화 카드를 꺼내면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최 후보자의 발언이 나오자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 신제윤 금융위원장 등 정부의 주택·금융계 수장들은 일제히 환영 입장을 보였다.

반면 학계와 언론계, 경제 관련 시민단체들은 ‘DTI, LTV 완화는 그렇지 않아도 1000조원을 넘어선 가계 부채 증가를 부추겨 금융시장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여기서 짚어봐야 할 것은 DTI와 LTV 완화를 통해 국내 경제가 얻을 수 있는 것과 감수해야 할 위험에 대한 비교 분석이다.

정부가 DTI와 LTV를 완화하려는 가장 큰 목적은 주택 매매를 활성화해 침체된 부동산 경기를 끌어올리려는 데 있다. 부동산시장이 돌아가면 꼼짝 않고 있는 내수가 살아나고, 그렇게 되면 투자가 늘어나 일자리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주택가격과 정책 사이에서 현실적으로 괴리가 생긴 것도 사실이다. 지난 3~4년간 집값이 폭락하는 바람에 서울 수도권의 상당 지역에선 예전에 받았던 LTV 상한선(수도권 50%, 지방 60%)을 이미 넘어선 대출이 속출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시점에서 DTI와 LTV를 완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정책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현재 국내 부동산시장이 장기 침체기에 들어서고, 그로인해 전반적으로 내수가 위축된 것은 수요자들이 추가 대출을 못 받아서가 아니다. ‘부동산은 일단 사놓기만 하면 오른다’는 불패 신화가 깨진지 이미 오래됐고, 주택이나 부동산에 대한 신세대들의 인식도 ‘소유’ 개념에서 ‘거주’ 개념으로 전환됐다. ‘당분간 집값은 떨어지면 떨어지지 오르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에서 대출을 더 많이 해준다고 해서 집을 사겠는가.

달라진 세대 구성과 신세대들의 생각도 전과 다르다. 핵가족에서 더욱 분화해 1인 가구가 점차 늘어나고, ‘부동산에 목돈을 묶어두기보다 현재를 즐기며 살자’는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하는 신세대가 늘어가는 상황에서 예전 같은 부동산시장 활성화는 기대 난망이다.

따라서 현재 시점에서 가계 부채를 증가시킬 수 있는 위험이 높은 DTI, LTV 완화 정책을 고집할 이유는 없다. 굳이 수정을 하더라도 DTI와 LTV의 큰 틀은 유지한 채 임시 미세조정 수준이 돼야 한다.

DTI나 LTV는 국가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금융정책 수단이다. 한번 완화하면 다시 조이기가 쉽지 않다. 이런 ‘양날의 칼’은 무엇보다 신중하게 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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