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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 왜곡하지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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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결과 왜곡하지 말아야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4.06.1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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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 ‘전교조의 압승’

‘여(與)도 야(野)도 아닌 전교조의 압승.’ 6·4지방선거 직후 한 신문이 1면 헤드라인을 이렇게 뽑았다.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는 멋진 제목이다. 선거결과를 정말 잘 압축했다.

‘박근혜정부 심판’과 ‘박근혜대통령 구하기’가 충돌한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에서 국민들은 여도 야도 아닌 어정쩡한 입장을 취했다. 여도 야도 승리를 주장하기 곤란한 결과여서다.

‘전교조의 압승.’ 전국 17개 교육감 당선인 중 8명이 전교조 출신이고 5명이 친(親)전교조 출신이라니 틀린 소리는 아니다. 이를 계기로 보수언론과 보수정치권이 가세했다. 교육감선거 무용론, 교육감선거 개선 등을 제기하고 나섰다. 이념 공세다.

이런 주장은 선거불복이나 다름없다. 교육감선거 무용론을 주장한 교총은 4년 전 전국시도지사협의회가 교육감 직선제 폐지를 요구하자 전교조와 함께 강력하게 반발했다. 진보교육감이 대거 당선되자 입장을 바꾼 셈이다.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나는 진보교육감 대거 당선을 ‘대한민국 교육이 이대로는 안 된다’는 강력한 국민적 메시지로 읽어야 타당하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은 교육감선거를 좌파-우파 대결로 접근하지 않았다고 보기 때문이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 지금으로부터 30여 년 전인 1986년 1월 15일, S사대부중 3학년 학생이 이 한 줄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후에도 유사한 사건은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교육을 바꾸자는 국민적 합의는 이루지 못했다.

‘세월호 참사’가 이런 분위기를 바꿨다. 수많은 학생의 희생에 분노하며 비로소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달았다. 여야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은 대한민국 국민들이 교육감선거에서는 철저하게 진보후보를 선택한 결과가 이를 말해준다./편집국장

본보가 여섯 차례 여론조사를 실시하는 동안 유독 교육감 선거에서는 무응답층이 많았다. 1위 후보의 지지율을 훌쩍 넘어설 정도로 많았다. 부동층이 대거 ‘이제라도 교육을 바꾸자’는 데 한 표를 던진 결과로 해석해야 한다는 의미다. ‘보수 프레임’을 한층 강화한 박근혜정부에 대한 국정지지도도 ‘세월호 참사’이후 낮아지기는 했지만 ‘좌파’ 득세를 예상할 정도는 아니었다. 박 대통령 지지층에서도 진보 교육감후보에게 투표했을 개연성이 충분하다는 얘기다.

앞으로 정치권은 ‘교육감 선거 무용론’을 둘러싸고 대립할 가능성이 높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도 교육감 선거 제도 개선이 논란이 됐었다. 광역단체장 후보가 교육감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삼든지, 아예 직선제를 폐지하고 임명제로 가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다시 논란이 불거진다한들 달라질 것은 없다. 러닝메이트는 ‘교육의 자주성·전문성·정치적 중립성’을 보장한 헌법 제31조에 위반되고 임명제도 여야 합의가 불가능할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교육감선거가 정치권의 핵심 이슈가 된다면 그 빌미는 역사교과서가 될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역사를 바라보는 시각은 보수와 진보가 다르다. 교과서를 통해 배우는 학생들에게 관점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세대를 거쳐 대결해야 하는 여야, 보수-진보 정치권이 대립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예 시각이 분명하게 엇걸리는 역사적 팩트에 대해서는 보수학자와 진보학자의 관점을 동시에 실어 학생들이 서로 토론하게 하는 교육방식이 적합하지 않을까 한다. 아이들 교육을 가지고 보수-진보 논쟁을 벌여서야 되겠나. 진보교육감 당선인들도 ‘이념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빌미’를 제공하지 말라는 얘기다.

분명한 사실은 국민들이 ‘새로운 교육’의 가능성을 진보 후보들에게서 찾았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6·4지방선거의 결과다. 선거 결과를 왜곡하지 않는 것, 그것이 정부와 여야 정치권, 교육감 당선인들의 책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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