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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선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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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질 선거’
  • 이충건
  • 승인 2014.06.05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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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 6·4지방선거 총평

‘저질이었다.’ 6·4지방선거에 대한 본보의 총평이다. 네거티브가 난무했고 중앙정치에 귀속된 우리 지방자치의 현주소를 새삼 확인했기 때문이다.

이번 6·4지방선거 출마자들의 전과 기록이 크게 늘어났다.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된 전과 기록을 공개하도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탓이다. 예전에는 금고 이상의 전과 기록과 공직선거법 위반, 정치자금 및 선거비용관련 범죄, 직무상 뇌물죄(100만 원 이상)에 해당될 때만 공개하도록 돼 있었다. 심지어는 알선수재로 수천만 원의 벌금과 추징금을 받은 입후보자가 전과사실을 감추고 대도시 시장에 당선된 사례도 있었다.

이번 선거에서는 선거공보물에 이런 전과사실까지 모두 드러날 수 있었다. 그러나 미흡하다는 지적이 크다. 100만 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된 범죄 이외의 경력은 열람되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유권자들은 공보물에 드러난 기록이 전부인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이는 정당들의 ‘오만한 공천’의 원인이 됐다. 실제 공개되지 않는 범죄경력에 대해서는 봐주기 식 공천이 이뤄질 수밖에 없었다. 정당들의 공천행태가 엄중하지 못했기에 선거에서 상호비방은 어느 정도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임명직은 국회에서 검증절차를 거쳐 내정자의 도덕성을 따질 수 있지만 선출직은 유권자가 검증을 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정당이 더 엄중하게 공천 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관련 법 조항을 손질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네거티브를 막을 수 있다.

여야는 각각 ‘정권 수호’ ‘정권 심판’을 선거 프레임으로 내걸었다. 당초 박근혜정부에 대한 중간평가의 선거가 되기 어려웠지만 세월호 침몰사고가 양상을 바꿔 놨다. 어느 정당이 더 좋은 후보를 공천했는지, 어떤 후보가 우리 지방을 발전시킬 수 있을지 판단할 여지를 주지 못했다. 유권자들은 박근혜대통령의 눈물을 닦아 줄 것이냐, 박근혜대통령의 국정운영 방식을 바꾸라고 요구할 것이냐 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강요받았다. 정당 스스로 후보검증에 인색한 데다 중앙정치의 프레임이 선거 구도까지 좌우하는 행태가 계속된다면 4년 이후에도 좋은 공천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세종시 선거는 ‘저질 중의 저질’이었다. 국가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을 선도하는 세종시라는 이름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정치도 저질, 언론도 저질이었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인한 애도분위기 속에서 폭탄주 술판을 벌이고 교육감 후보가 시장 후보에게 ‘충성맹세’를 했다. 교육감후보가 지방교육 자치를 스스로 부인했고, 시장후보와 교육감후보가 야합했다는 게 이 사건의 본질이었다. 그런데도 일부 지방언론들은 ‘녹취’라는 행위만을 문제 삼으며 사건의 본질을 호도했다. 저질 정치와 저질 언론의 연대다. 이는 지방자치를 좀먹는 가장 심각한 병폐다. 중앙정부가 지방을 못 믿겠다며 권한 이양을 꺼리는 명분은 지방정부의 부패다. 감시받지 못하고 견제 받지 못하니 썩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질 정치와 저질 언론의 기만적인 연대는 여론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언론사가 선거홍보물을 만들고 후보자를 상대로 장사를 할 정도이니 중립성을 담보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이 많다. 통상적인 ARS(자동응답) 응답률(5% 이하, 세종시 3% 안팎)을 훨씬 웃도는 조사들이 난무했다. 진보성향 유권자들이 많은 예정구역에서조차 새누리당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는 기현상까지 벌어졌다. 공정한 여론조사가 가능한 언론사와 기관의 옥석을 가려 ‘면허’를 부여하는 등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그렇지 않으면 매 선거 때마다 여론조사 불공정 논란이 일수밖에 없다.

검찰이 칼을 뽑아도 언론이 제 역할을 못하면 ‘관피아’는 결코 척결될 수 없다. 언론을 저질로 만드는 것이 권력이요, 권력을 저질로 만드는 것이 언론이기 때문이다./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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