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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온기 없는 아파트, 열린 공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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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온기 없는 아파트, 열린 공간으로
  • 송인창(전 대전대 철학과 교수)
  • 승인 2014.05.26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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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왜 아파트 인문학인가?
송인창
송인창

아파트는 도시화의 상징이자 세속적 욕망의 준거점이다. 현대인의 삶은 아파트에서 시작해서 아파트로 끝을 맺는다. 그래서 아파트는 개인적 행복과 편안함 내지 자유스러움을 최고 가치로 여기는 현대인들에게 고해적(苦海的) 삶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마지막 출구가 된다.

많은 사람들이 주거 공간으로 아파트를 선호하는 것도, 아파트가 인간다운 삶을 구현해 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이고 현실적인 안주처라고 착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의 삶의 양식은 단절과 분리, 비밀과 감춤, 그리고 정형화된 삶을 그 특성으로 한다. 그런 점에서 아파트는 사람들이 함께 어울려 여유롭고 충만한 삶을 사는 열린 공간이 될 수 없다.

여기에는 개체적 사고방식과 이에 바탕 한 지나친 개인주의만이 극성을 부리게 된다. 개체주의는 자타 단절의 삶을 만들어 내고, 사회 안에서 극단적 이기주의를 탄생시킨다. 개인주의는 인간성을 공동화시키고 인격 없는 삶을 지향하게 만들며, 종당에는 물신주의(物神主義)에 빠지게 만든다.

인간은 하늘과 땅의 묘합체이며, 하늘과 땅과 어깨를 함께하는 삼재(三才)적 존재이다. 인간은 사람 사이를 가리키는 말이다. 남에게 의존하지 않은 채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개인은 인간 이성이 만들어 낸 허상일 뿐이다. 인간은 나와 너의 관계 속에서만 진정한 의미를 갖는다. 인간은 사회 속에서 나는 너를 통해, 너는 나를 통해 완성되는 존재이다. 그러므로 나는 너와의 만남 속에서 참된 자아를 깨닫게 되고, 성숙한 인격적 존재가 되는 것이다.

아파트 인문학은 사람의 온기가 없는 아파트의 닫힌 공간을 사람의 온기가 있는 열린 공간으로, 소통과 생명이 없는 공간을 생명이 살아 함께 숨 쉬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을 주목적으로 한다. 그것은 자타간의 소통과 유대를 강화하면서 삶의 참된 의미를 되묻고 인간이 사회적 존재임을 분명하게 인식하게 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나와 너를 분리하고 고립시키는 극단적 개인주의를 타파하고, 나와 너를 통합시키고, 네가 나의 존재 근거임을 확신하며 사는 도덕 공동체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여기서 추구하는 세상은 일찍이 사회학자 퇴니스가 지적한 ‘이익사회’가 아니라 사람이 함께 어울려 사람답게 사는 인륜 사회이다.

오늘날 아파트 문화가 야기한 병폐는 극단적 ‘이익사회’를 만들었다는 점이다. 여기서 사람은 더 고립되고 소외되고 또 냉혹해져 급기야는 축생보다 못한 삶으로 전락하게 된다. 아파트 인문학 콘서트는 이런 비인간적 인간관계를 해소하고 사람으로 함께 만나 소통하고 사랑을 나누는 천하일가(天下一家)의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생태적 관점에서 볼 때 실제로 홀로 존재할 수 있는 존재는 세상 그 어디에도 없다. 상호 관계성과 의존성은 모든 생태적 관계의 본질이다. 또한 사람 역시 공동체 안에서만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고, 또 자아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는 현존재이다. 따라서 아파트 인문학 콘서트는 사람이 서로 함께 사는 존재임을 새롭게 확인하고 아울러 사람이 친밀한 관계 속에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분위기를 만드는 데 일조 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삶의 의미를 공동체적 가치에 두고 성숙하고 균형 잡힌, 그리고 격조가 있는 사회를 만드는 일에 불쏘시개의 역할을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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