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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JP’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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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JP’는 없다?
  • 김학용(디트뉴스 주필)
  • 승인 2014.05.16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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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칼럼 | “회색이 멋지다”는 이완구
이완구 의원이 지난 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이완구 의원이 지난 8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대통령제 민주주의 국가에선 중요한 문제를 대통령과 국회가 결정한다. 국회는 국회 운영의 주역인 여야 원내대표, 특히 제1당의 원내대표라 할 수 있다. 여당의 원내대표는 여당 국회의원들을 대표하는 자리다. 이완구 의원이 그 자리를 맡았다. 충청도 출신으론 처음으로 여당 원내대표가 되었다.

이완구 의원이 새누리당 원내대표로 선출되는 모습을 보면서 두 가지가 궁금했다. 첫째 그가 빈칸으로 남아 있던 ‘포스트 JP’의 주인공이 될 것인가? 둘째 그가 그동안의 원내대표들과는 달리 새로운 정치를 국민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첫째는 충청권의 정치지형 변화와 정치인 ‘이완구의 꿈’에 관한 미래의 문제지만 둘째는 온 국민이 지금 당장 필요로 하는 문제다. 물론 원내대표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지 못한다면 그의 꿈도 멀어질 것이다.

모순된 임무 ‘협조와 견제’

이 대표는 자신이 당장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을 것이다. 그의 취임 일성은 ‘고언(苦言)’이었다. 그는 "대통령에게 고언을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갖겠다"고 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선 모든 것을 다 바칠 것이지만 달리는 말에 채찍질을 하듯 당청 간에는 긴장관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옳은 말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을 것이다. 여당의 원내대표는 본래 모순된 임무를 부여받고 있다. 집행부(대통령)의 정책을 뒷받침하면서도 한편으로 이를 견제해야 하는 역할이 주어져 있다. 그간의 원내대표는 정부를 뒷받침하는 쪽으로만 임무를 수행해왔다. 대개는 청와대에 끌려 다니는 일 뿐이었다.

고언은 곧 직언이다. 직언은 직언을 하는 대상(대통령)의 진짜 측근만 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신뢰가 없는 사이에서 직언은 진짜 고언으로만 들리기 쉽다. 그렇게 되면 고언은 곧 비판과 비난으로 끝나고 만다.

이완구 대표가 ‘고언’을 공언한 만큼 과거 대표들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려 할 것이다. 그는 충남지사 시절 세종시 수정 문제로 대통령과 갈등을 빚자, 도지사직 사퇴 카드를 던졌다. 그는 그때 일을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란 제목으로 책을 내기도 했다.

여당 원내대표에겐 고언만 능사는 아니다. 고언도 국민이 필요한 일을 해내기 위한 수단일 뿐이다. 정부와 조율하고 협조하면서 국민들이 원하는 법을 만들어 내야 한다. 당장은 세월호 사건에 대한 대책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국가 개조’ 차원의 대책을 수립해서 입법화해야 한다. 고언과 함께 이런 일을 효과적으로 해내기가 쉬운 일이 아니다.

야당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여당 원내대표는 정부 정책에 대해 시각차가 훨씬 더 큰 야당도 설득해야 된다. 지금은 국회선진화법 때문에 야당의 협조가 없으면 식물국회를 벗어날 수 없다. 원대대표는 정부를 향해서도 야당을 향해서도 최 일선의 갈등 조정자다. 조정과 타협의 결과는 더 많은 국민의 뜻이거나 더 합리적인 것이어야 한다.

대통령도 야당도 국민들도 고개를 끄덕여야 비로소 뭔가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일을 최 일선에서 하는 게 여당의 원내대표다. 머리만 뛰어나서도, 감성만 풍부해서도 쉽지 않다. 대체로 타협과 절충에 능한 사람이 유리하다.

"타협과 절충의 회색 멋져"

이 대표는 어떤 사람인가? 이 대표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을 넘기다 보니 눈에 들어온 구절이 있다. "검은색과 흰색을 섞으면 무슨 색이 나올까? 회색이다. 나는 회색이 멋진 색이라 생각하지만, 이분법적 사고가 심해서 그런지 우리 사회에서는 회색에 대한 부정적인 의미를 붙이는 때가 많다. 기회주의로 낙인 찍혀 공격을 받는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회색은 타협과 절충의 색이기도 하다."

책이 – 특히 자서전류(類)는 - 그 사람을 그대로 말해주지는 않지만 지은이가 무엇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있다. 그의 ‘회색 옹호론’은 원내대표의 역할을 미리 염두에 둔듯하여 눈길이 갔다. 이완구 대표는 ‘두렵지 않은 제3의 길’이란 소제목을 달고 "나는 늘 중도적 정치를 희망해왔다. 사회가 발전하려면 보수적 스탠스가 7, 진보적 스탠스가 3의 비율로 유지되어야 한다고 본다"고 밝히고 있다.

이 책에는 노무현 대통령 시절 이 지사 자신의 공약 사항인 ‘국방대학교 논산 이전’ 문제를 논산이 고향인 안희정 지사를 ‘팔아서’ 이전을 성사시킨 사례도 소개하고 있다. 이 대표는 작년에는 야당인 이해찬 의원과 협력해서 세종시특별법을 통과시키는 성과도 거두었다. 그의 ‘정치력’을 말해주는 사례들이다.

그가 원내대표로서 정치력을 발휘하여 국민들에게 인상적인 정치인으로 각인된다면 그는 더 큰 꿈을 꿀 수도 있을 것이다. 도지사 시절엔 이 지사가 ‘큰 꿈’을 꾸고 있다는 말이 회자됐었다. 그 꿈을 위해 자신이 어떤 인물인지, 얼마만큼의 정치력을 갖춘 사람인지 전국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를 잡은 셈이다.

충남지사 선거 ‘안vs이' 대결?

당장은 정부와 함께 세월호 사건에 대한 수습책을 내놓고 6·4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끄는 역할도 해야 한다. 그는 당분간은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까지 맡는다. 지방선거는 그의 일차적인 시험대다. 정치인이 선거에 능하지 못하면 ‘큰 꿈’을 이루기 힘들다.

이번 선거는, 특히 대전·충청권은 전적으로 이 대표가 책임을 져야 할 입장이 됐다. 충남지사 선거는 안희정 지사와 정진석 국회사무총장이 맞붙지만, 한편으론 ‘안희정-이완구의 대결’처럼 될 수도 있다. 그 결과가 ‘포스트 JP’의 주인공을 가릴 수 있다.

JP가 정계에서 떠난 이후 충청권 맹주 자리는 비어 있다. 심대평 전 충남지사, 강창희 국회의장이 한때 물망에 올랐지만 현실화되지 않았다. 이젠 이완구 대표와 안희정 지사가 다투는 모양새가 됐다.

그러나 누가 이기든 과거 JP와 같은 위상을 갖기는 어렵다. 3김 시대가 종말을 고하면서 진정한 ‘포스트 JP’는 나올 수 없게 됐다. 영남에서도 호남에서도 YS와 DJ를 잇는 인물은 나오지 않고 있다. 이완구도 안희정도 충청권 맹주가 되긴 힘들 것이다.

꼭 충청권 맹주가 될 필요도 없다. 이 대표도 어느 인터뷰에서 ‘충청권 맹주’라는 표현은 지역에 가두는 느낌이어서 싫다고 했다. 전국을 무대로 하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것이다. ‘큰 꿈’을 꾸는 정치인이라면 마땅한 생각이다.

이 대표는 충청권의 이해에 너무 얽매일 필요는 없다. 국가를 위해 잘할 수 있는 정치인이 설마 고향을 배신하겠는가? 고향 사람들은 이 대표가 더 큰 정치인으로 성장할 때까지 기다려줄 여유가 있다고 본다. 여당의 원내대표로서 국가를 보고 국민의 마음을 읽고, 청와대와 대화하고 야당과 협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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