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문명의 이기, 잘못 쓰면 사회의 암
상태바
문명의 이기, 잘못 쓰면 사회의 암
  • 송영웅(한국일보 미디어전략국 부장)
  • 승인 2016.08.16 16: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무책임한 SNS 글의 폐해

정보 민주화·대중화 긍정적 영향

정치적·이념적 오용, 사회의 패악

필요하다면 올바른 사용이 최선

송영웅
송영웅

지난 주 초등학교 동창회 모임에 나갔다가 연락을 담당하는 한 친구한테 불평을 들었다. 이 친구는 "다른 동창들은 모두 인기 SNS인 OO를 통해 한 번만 연락하면 되는 데, 너는 왜 그 SNS에 가입을 안 해 별도로 연락하게 만드느냐‘는 것이었다.


극히 개인적인 일이지만 필자는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사적인 모임에서 별도 연락을 해야 하거나, 지인들의 개인 사생활 파악에 남보다 뒤늦은 등의 다소 불편한 점이 있다. 물론 기자생활을 했던 덕에 사회 동향이나 사건·사고 소식 같은 굵직한 정보 파악에 있어 남보다 늦진 않지만, 동창이나 모임 구성원들의 사적인 소식은 제일 늦게 알게 된다. 한번은 SNS를 안하는 탓에 아시는 분의 부친상을 놓쳤던 아픈 기억도 있다.


필자의 지인들 중에는 이를 두고 "일방적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신문기자 생활을 오래한 타성 때문에 SNS를 안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물론 신문기자라는 직업 자체가 쌍방 통행보다는 일방적인 정보 전달에 익숙한 것은 맞다.


하지만 필자가 SNS를 즐기지 않는 것은 아무리 짧고 사적인 글일지라도 여러 다중에게 일시에 전달됐을 때 미칠 수 있는 파장과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SNS가 아닌 언론사들도 최근 들어 기사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사람들로부터 많은 항의와 정정보도 요구를 받는다. 그래서 각 신문사나 방송사의 데스크들은 기자들이 쓴 기사로 인해 언론중재위에 자주 서게 된다. 일각에서는 잘못된 기사로 민·형사소송까지 당하는 경우도 있다.

무책임한 SNS 글의 폐해가 심각하다. 어차피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이고, 앞으로도 더욱 많이 쓰일 것이라면 올바르게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무책임한 SNS 글의 폐해가 심각하다. 어차피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이고, 앞으로도 더욱 많이 쓰일 것이라면 올바르게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필자도 데스크 시절 기자들이 쓴 기사로 인해 언론중재위를 수차례 나갔었다. 또 현역 기자시절에도 오보를 썼다가 소송까지 당하진 않았지만 한 개인에게 큰 상처와 피해를 준 경험이 있다. 그 이후 팩트(사실)를 더 꼼꼼히 챙기는 버릇이 생겼지만, 아직도 다중을 대상으로 글을 쓴다는 것은 무한 책임이 부여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요즘 포털사이트나 SNS 등을 보면 근거 없이 자신의 주장만을 담은 글이나 댓글이 수없이 많다. 이들 중 상당수는 남의 주목을 끌기 위해 장난삼아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올리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중에는 4년 전 천안함 폭침 사건 때처럼 정치적·이념적으로 불손한 의도를 갖고 혹세무민(惑世誣民) 하는 내용을 퍼트리는 이도 있다.

문제는 이런 확인되지 않고 내던진 글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이 있다는 점이다. 극단적인 예가 될지 모르겠지만, 한 연예인은 악성 댓글에 상처를 받아 스스로 생을 끊기도 했다.

요즘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국민이 비통해하는 가운데, 세월호 사고와 관련해 온갖 근거 없는 유언비어와 괴담이 난무하고 있다.

‘지금 저희 (세월호) 식당옆 근처 객실에 6명 있어요 〔…〕 사람 많으니 빨리 구조해 주세요’라는 허위 구조 신고를 비롯해 ‘정부가 시신이 너무 많아 여론의 뭇매를 맞을까봐 선채 진입을 늦추고 있다’, ‘세월호 침몰이 한미 해군 훈련에 참가한 미군 잠수함과의 충돌 때문이다’라는 식의 유언비어가 SNS를 통해 떠돌고 있다.

다행히 이번 세월호 관련한 유언비어에 대해서는 사건 초기부터 경찰이 단호한 수사 의지를 밝혀 다소 주춤해지긴 했지만 매번 사회적 이슈가 되는 사건 사고가 터지면 이런 유언비어는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SNS는 다방향 의사소통의 도구로 우리사회에 정보 민주화, 대중화라는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왔다. 그리고 새로운 유통과 마케팅의 기법으로 활용되는가 하면, 더 나아가 새로운 SNS 문화까지 만들어가며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하지만 남들의 이목을 끌려거나 자신의 주장을 다중에게 설파하려는 불손한 의도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오용되면서 큰 사회적 패악을 끼치고 있다. 잘 쓰면 문명의 이기이지만 잘못 쓰면 사회의 암적인 존재가 되는 게 바로 SNS같은 통신매체다.

필자처럼 아예 SNS를 쓰지 않는 것도 결코 옳은 해법은 아니다. 어차피 우리사회에 필요한 것이고, 앞으로도 더욱 많이 쓰일 것이라면 올바르게 사용하는 게 최선이다. 내가 한 말, 내가 쓴 글에 대해서 책임을 진다는 자세로 임하는 것, 그것이 올바른 자세다. SNS에도 이런 ‘착한 바람’이 불어 필자의 고집이 틀리는 날을 오길 기대해 본다.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