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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발명품 ‘종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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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위대한 발명품 ‘종이’
  • 양홍주 기자
  • 승인 2014.05.02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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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 ‘종이가 만든 길’

프랑스 지성이 바치는 두툼한 헌사

에릭 오르세나 지음 | 작은씨앗 펴냄 | 1만6000원
에릭 오르세나 지음 | 작은씨앗 펴냄 | 1만6000원

프랑스의 대표 지성 에릭 오르세나(Erik Orsenna)는 프랑스 학술원의 회원이자, 1988년 소설 <식민지 전시회>로 최고 권위의 공쿠르 상을 수상한 유명 작가다. 그가 "인류를 위해 가장 오랫동안 가장 위대한 일을 해왔으면서도 오늘날 심각한 위협을 받는 매우 특별한 물건"인 종이를 위해 쓴 두꺼운 헌사가 바로 이 책이다. 저자가 이 책에 앞서 목화를 주제로 세계 6개 도시를 돌아본 뒤 쓴 책 <코튼로드>와 물 위기의 현장을 찾아다니며 쓴 <물의 미래>는 <종이가 만든 길>과 상통한다.

저자는 종이의 발상지인 중국의 우름키에서 시작해 이탈리아의 파브리아노, 일본의 에치젠, 인도의 볼리우드, 캐나다의 트루아리비에르, 스웨덴의 예블레 등 ‘종이 문명’이 스쳐간 다섯 개 대륙 열다섯 개 국가를 돌며 이 책을 준비했다. 이들 도시는 하나같이 종이와 관련한 깊은 기억과 소중한 흔적을 간직하고 있다.

오르세나는 책의 서문에서 불현듯 종이에 고마움을 표한다. "이야기를 쓸 수 없었다면 내 인생은 어찌 되었을까"라며 종이를 예찬한 뒤 페이퍼 로드를 떠나기 위해 가방을 싼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종이의 길로 떠나는 여행기이기도 하다.

저자의 발은 먼저 프랑스 브르타뉴 한복판으로 향한다. 그곳의 중국인 거주지에서 저자는 종이의 발명가로 알려진 채륜 이전에 이미 종이를 만들어낸 이들을 이야기한다. 오르세나는 다시 중국의 투르판으로 과거의 종이를 찾아 나서 그곳 박물관에서 광적인 편집증 때문에 종이를 유럽인보다 먼저 필요로 했던 옛 중국인들의 문서들을 만난다.

프랑스에서 출판된 에릭 오르세나의 <종이가 만든 길> 원서.
프랑스에서 출판된 에릭 오르세나의 <종이가 만든 길> 원서.

아랍으로 발길을 돌린 저자는 종이의 세계적 확산이 다름 아닌 종이가 가진 속성 중 하나인 ‘정직성’ 때문이라고 말한다. 수정할 경우 뒷면이 손상되는 종이의 속성을 저자는 정직함이라고 말한다. 누구도 뒷면을 그대로 둔 채 문서를 조작할 수 없음을 알게 된 유럽과 아랍의 제왕들이 자신의 왕조를 지켜줄 신뢰의 표상인 종이를 발 빠르게 확산시켰다는 것이다.

과거의 종이에 대한 기행을 마친 저자는 현대의 종이가 주는 심상을 관찰하려 인도네시아의 제지공장 주변, 유칼립투스가 빨리 자라는 브라질에 선다. 나를 주어로 한 문장은 다시 아시아로 치닫는다. 예술이라고까지 하는 종이 접기, 태워짐으로써 죽은 자와 교신하는 종이, 살아선 책으로 묶여 산 자와 말하는 종이. 인간이 만든 가장 위대한 발명품인 종이는 시종일관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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