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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접한, 그러나 너무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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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접한, 그러나 너무 낯선…
  • 강수돌(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4.04.15 1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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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동무 사회 | 노동법, 노동자 보호하나?

파업 노동자에 수천억 손해배상 청구

기업엔 수조 통상임금 미지급분 탕감

돈보다 사람, 위법 철저히 책임 물어야

노동법은 있으나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노동법을 더 잘 알아야 하고, 더 잘 지켜야 하며, 위법에 대해선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진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한 장면.
노동법은 있으나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진정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노동법을 더 잘 알아야 하고, 더 잘 지켜야 하며, 위법에 대해선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사진은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의 한 장면.
강수돌 교수
강수돌 교수

기업경영과 노동법이라는 강의 시간에 학생들에게 물었다. "여러분들 자신이나 주변의 경험에서 뭔가 부당하다고 생각되는 그런 일이 있는가?"

한 학생이 말한다. "저는 고기 뷔페식당에서 알바를 한 적이 있는데, 지금 알고 보니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시급을 받았어요. 더 안타까운 것은 외국인 이주노동자들도 같이 일을 했는데 그들이 몇 년 전부터 일을 해왔는데도 저보다 시급이 더 낮았다는 일입니다."

두 번째 학생이 말한다. "저는 국내의 외국인 학교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어떤 여성 보육교사가 만 2년이 되기 전에 계약 해지가 되는 바람에 실업자가 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 학교로서도 어차피 보육교사가 계속 필요한데, 2년을 넘기면 정규직 고용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건비를 아끼려고 미리 잘라낸 것 같아요."

세 번째 학생도 말한다. "어느 통신회사 콜 센터에서 전화 상담원으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오전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10시간 근무가 기본이었어요. 그런데 근로계약에 나와 있는 그 10시간을 초과해서 일을 하기가 예사였는데도, 초과근로 수당을 거의 받지 못했어요. 매우 억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네 번째 학생이 손을 든다. "저는 교수님이 추천한 영화 ‘또 하나의 약속’을 보았습니다. 소위 일류회사라고 취업한 딸이 얼마 지나지 않아 백혈병에 걸려 죽어가는 현실도 안타까웠고, 그런 일이 일어나자 회사 측에서 산재 신청을 막기 위해 돈 몇 푼으로 매수하려던 장면도 분노를 자아냈습니다."

몇 가지 안 되는 직·간접 경험담들이지만, 우리의 노동 현실을 간략하게나마 잘 짚어내고 있다. 우리가 아침마다 바쁘게 서둘러 출근하고 하루 종일 일에 시달리며 고달픈 몸을 이끌고 하루하루를 버텨 내는 것도 모두 행복하게 살려고 하는 일이다. 그렇다. 행복한 삶이 우리 인생의 목적이 아니던가? 그렇다면 우리가 세금을 내어가며 좋은 정치를 해달라고 뽑은 정치가들, 행정가들, 입법가들, 법률가들도 모두 우리의 행복을 위해 일해야 하는 게 아닌가? 그 중에서도 노동법은 우리의 현실과 굉장히 밀접하면서도 우리가 매우 낯설어하는 것 중의 하나이다. 이참에 하나씩 꼽아 보자.

첫 번째 학생이 말한 최저 시급은 ‘최저임금법’ 내용이다. 1988년부터 실시 중인 최저임금법은 그야말로 ‘최저’ 시급을 정해 놓은 법이다. 2013년의 경우 시간당 최저 시급은 4860원, 2014년의 경우는 5210원이다. 최저임금법의 취지는, 아무리 적게 주더라도 이 이상은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문서로 3개월 정도 수습기간을 정해 놓았다면 그 동안에는 10%를 적게 줄 수도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최저임금은 강제 이행 조항이다. 이 법을 어기면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을 받는다. 게다가 ‘근로기준법’에는 성별, 국적, 신앙, 신분 등의 이유로 차별을 할 수 없게 되어 있다. 이 법 위반 시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기다린다. 이 학생이 일한 식당은 최저임금법 위반에다가 근로기준법 위반까지 하고 있다.

두 번째 학생이 말한 여성 보육 교사의 경우, ‘기간제 근로자 보호법’이 가진 한계를 보여준다. 이 법에 따르면 특별한 조건이 없는 경우 2년을 초과하여 기간제 근로자로 근무하게 되면 ‘기간을 정함이 없는 근로자’ 즉, 정년까지 일하는 정규직 근로자로 간주한다는 규정이 있다. 이 규정 때문에 회사는 그 여성 보육교사를 정규직으로 계속 고용하지 않기 위해 계약해지를 해버린 것이다. 사업주는 위법을 한 건 아니나 법을 교묘히 역이용한 셈이다.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이 오히려 피해를 주는 ‘역설’이 벌어진 사례다.

세 번째 학생은 ‘근로기준법’에 의한 초과근로 수당을 받지 못한 사례이다. 근로기준법은 주당 40시간 기준으로 그 이상 일을 하는 경우엔 연장근로 수당을 50% 이상 주도록 규정하고 있다. 물론 취업규칙에 의거해 2주일 평균 노동시간을 주 40시간으로 맞춘 경우(1주 33시간, 2 47시간 등)에는 2주차에 48시간까지는 연장근로 수당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탄력근로시간’ 규정도 있다. 또 노사가 서면 합의를 한 경우엔 3개월 이내 기간 평균 주40시간을 맞추면, 특정 주 52시간(하루 12시간)까지 추가 수당 없이 일을 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탄력근로제에 관한 특별 규정이 없는 경우, 일반적으로 초과근로 수당은 지급되어야 마땅하다. 이것은 마치 우리가 버스를 타고 갈 때, 1구간까지의 요금과 2구간까지의 요금이 다른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런 초과근로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으면, 사업주는 최저임금법 위반처럼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3년 이하의 징역을 받을 수 있다.

네 번째의 경우는 대한민국을 ‘산재왕국’의 오명을 쓰게 한 산업재해 문제를 드러낸다. 해마다 수만 명이 산업재해로 다친다. 그리고 수천 명이 산재로 죽어간다. 그러나 ‘산재’로 인정받는 것도 힘들다. 대부분 몇 푼의 위로금을 받고 ‘공상’ 처리로 그치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서는 산재가 빈발하면 특별 근로감독이 떨어지거나 산재 보험료가 올라간다. 정부도 산재 통계를 통제하고 싶어 한다. 게다가 산재를 당한 근로자나 가족들은 그 질병의 ‘업무상 관련성’을 입증하기가 힘들다. 객관적으로 애매한 경우도 있으나, 회사, 동료, 의사 등 모두가 비협조적인 경우가 많다. ‘또 하나의 약속’은 영화이기는 하나 우리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노동법 안에도 ‘산업안전보건법’이 있고 ‘산재보상보험법’이 있다. 사전에 안전보건을 확실히 하고 사후에도 요양이나 보상을 확실히 해준다면 이중, 삼중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는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우리 현실은 너무나 척박하다. 모두, 사람보다 돈을 중시하기 때문이다.

특히 파업 노동자들에게는 수천억 대의 손해배상 청구까지 하면서도, 사용자들에게는 기업 측 부담을 고려, 수조 원 대의 통상임금 미지급분을 탕감해준 2013년 12월의 대법원 판결은 사법당국의 ‘이중인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건이다. 부끄러운 일이다. 요컨대, 우리가 진정 선진국을 지향한다면 이제부터라도 모두가 노동법을 더 잘 알아야 하고, 더 잘 지켜야 하며, 위법에 대해선 철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돈보다 사람이 중하니까, 그리고, 경영자만이 아니라 노동자도 사람답게 살아야 하니까. 그것이 더불어 사는 ‘어깨동무’ 사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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