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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경쟁적 대립관계’ 승화시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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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한 경쟁적 대립관계’ 승화시켜야
  • 맹수석(충남대 법학대학원장)
  • 승인 2014.02.24 15: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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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산책 | 뿌리 깊은 파벌주의
‘러시아 국적’의 빅토르 안이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파벌주의의 폐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소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러시아 국적’의 빅토르 안이 소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자 우리 사회의 뿌리 깊은 파벌주의의 폐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소치올림픽 공식홈페이지


맹수석
맹수석

‘빅토르 안’이 촉발시킨 우리사회 폐해
줏대 없는 사람들 ‘안전판’ 혹은 ‘보험’
틀 깨고 나와야 창조적 사회 가능해져

요즘 온 국민의 눈과 귀가 소치 동계올림픽에 쏠려 있다. 그 중에서도 단연 화제의 중심은 러시아에 귀화해 이번 소치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안현수 선수이다.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승리의 세리머니를 펼치는 안현수, 아니 ‘빅토르 안’의 모습을 보는 우리 국민의 마음은 착잡하다. 오죽하면 대통령까지 "안 선수의 문제가 파벌주의, 줄 세우기, 심판 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린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언급했을까?

실제로 안현수가 러시아에 귀화한 이유가 전적으로 우리 빙상연맹의 파벌싸움 때문인지 그 진실 규명은 차치하더라도 그간의 언론보도에 의하면 적어도 우리 사회에 독버섯 같이 퍼져 있는 ‘파벌주의의 폐해’가 그의 귀화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인 것 같다.

파벌이란 사전적 의미로 ‘정실(情實)이나 친분, 추종자 등의 사적(私的) 관계에 의하여 자파(自派)의 세력 확대, 지배권의 확립 및 명예·지위·경제적 이익의 획득 등을 추구하는 행동양식 또는 의식상태’를 말한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어떤 시대, 어떤 사회, 어떤 집단, 어떤 분야에서나 파벌은 존재해 왔다. 파벌은 민주주의 사회에서의 다양성의 결과물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결국 소집단 이기주의로 치달아 공공의 이익과 사회 발전에 걸림돌이 된다. 우리는 그 동안 정치판, 종교계, 학계 기타 사회적 집단에서 특정지역 출신 내지 특정학교 출신들의 파벌로 인한 폐해를 신물이 날 정도로 보아 왔다.

왜 파벌이 형성되는가? 평범한 사람들은 조직 내에서 어떤 비공식적 집단에 속해 있지 않으면 소외감을 느낀다. 소위 ‘세(勢)’ 라는 것에 의하여 자신을 지키고 싶어 한다. 그 결과 파벌이라는 우산 속에 들어가서 자신을 보호받고자 하며, 파벌을 일종의 보험으로 여긴다. 파벌은 결국 ‘줏대’ 없는 사람들의 안전판이다.

그러나 파벌에 의하여 움직이는 조직은 미래가 없다. 파벌에 속해 있는 한 파벌의 입장에 배치되는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설사 한 쪽 파벌에서 변화와 개혁을 주장한다고 해도, 그와 반대편의 파벌에서는 혹시 음모나 계략이 아닌지 의심하고 무조건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한다. 설령 그 조직에 강력한 리더가 있다 해도 파벌의 ‘편 가르기’와 저항에 지쳐 의욕을 잃게 된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실현할 동력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다음에 갈 자리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공조직의 리더는 그저 시간이 흘러가 별 일 없이 무난하게 그 자리를 마무리하는 것이 가장 안전한 길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물론 파벌이 역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다. 파벌은 사람들에게 정서적인 결합을 가능하게도 하고, 상대 파벌과의 경쟁으로 뛰어난 성과를 내어 전체의 파이를 키울 수 있는 순기능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거의 모든 파벌은 조직 내부에서 자신들의 이해관계만을 위해 다른 집단과 사사건건 대립하고 조직 전체의 합리화와 능률을 저해하고 전체를 공멸로 이끈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이면서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조지 워싱턴(George Washington)은 대통령직을 훌륭히 수행한 후, 고별사에서 파벌주의를 민주주의 최대의 적으로 국민들에게 경고한 바 있다.

우리 사회의 각 분야에 뿌리 깊이 퍼져 있는 독버섯 같은 파벌주의가 사라지지 않는 한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 그러나 파벌을 완전히 뿌리 뽑는 것이 불가능하다면파벌을 긍정적으로 승화시켜 ‘건전한 경쟁을 위한 대립 관계’, ‘전체의 발전과 이익을 위한 대립관계’로 승화시켜야 한다.

조직의 리더는 최악만 피하면 된다는 보신주의에서 벗어나, 최고를 지향하는 강한 목표와 비전을 구성원들에게 제시하고 의연하면서도 ‘짯짯이’ 나아가야 한다. 조직의 구성원들은 과감히 파벌의 우산 속에서 나와야 한다. 일단 자신의 틀을 깨고 나오면 자유를 느낄 수 있다. 자유로워지면 창조적 아이디어도 샘솟는다. 삶의 폭이 넓어지고 인간적 긍지도 새삼 확인할 수 있다.

세포 하나하나가 활성화되면 몸 전체가 새롭게 거듭나듯이, 우리 사회의 모든 집단에 뿌리박혀 있는 파벌주의를 ‘건전한 경쟁적 대립관계’로 승화시킨다면 나라 전체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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