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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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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다
  • 박영진(전 대전대신고 교장)
  • 승인 2014.01.1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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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본질 외면한 ‘정규 시간선택제 교사’

최근 교육부가 ‘교육공무원 임용령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올 2학기부터 하루에 4시간씩 주당 15∼20시간 근무를 하는 ‘정규시간 선택제 교사’를 선발해 일선학교에 배치하겠다는 게 골자다. 일반교사에 비해 절반 정도의 시간만 근무하는 대신 안정적인 신분을 보장해 주기로 했다. 고용률을 높이고 시간제 교사의 처우를 개선해 교육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은 제도나 법규를 만들 때 ‘무엇을 위해서 계획하고 입안 하는가’하는 점이다. 초·중등학교의 교육은 아직 성숙하지 못한 우리 자녀들을 기르는 일이다. 지식 교육보다 더 중요한 것이 바르고 착하게 살아가도록 인성을 길러주고, 숨어 있는 재능을 찾아내 안내해 주는 역할이다. 교육은 교실에서 이루어지는 강의가 전부가 아니다. 학교 안팎에서 교사들이 솔선수범하고 학생들이 교사를 본받으면서 몸과 머리로 배우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항상 학생들 곁에 있어야 한다.

학교에 등교하면서부터 수업시간 이외에도 휴식시간, 점심시간, 청소시간 그리고 방과 후에 이루어지는 활동까지 교사는 하루 종일 학생과 함께 하면서 올바른 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사람이다. 요즈음 교실이 붕괴되었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먼저는 가정에서 자녀들과 많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바르게 기르지 못한 데에 원인이 있고, 그 다음은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사랑으로 교육하지 못하고 입시중심으로 학생들을 줄 세우기 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러므로 정규시간 선택제 교사에게 아이들을 맡기겠다고 하는 생각은 우리의 교육현장을 바르게 파악하지 못하고 만든 제도라고 생각된다.

교사는 단순한 노동자가 아니다. 교사는 어린 새싹들을 미래사회가 요구하는 인물로 길러내는 막중한 사명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다. 교사는 하루에 여덟 시간만 근무하고 보수를 받는 노동자가 아니라 이른 아침부터 퇴근할 때까지 아이들을 사랑하면서 비바람을 막아주고, 해충을 잡아주며, 목마를 때는 물을 주고, 햇볕을 가려가면서 양육하는 돌보미들이다. 퇴근 이후에도 학생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그것을 해결하기 위해 고심하고 밤늦도록 뛰어다니는 사람들이다. 지금은 여러 가지 부작용으로 가정방문도 하지 못한 채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지만, 교사가 학생 개인의 모든 상황을 속속들이 알아야 바르게 지도할 수 있다. 정규시간 선택제 교사가 이런 일을 어떻게 할 수 있겠나.

교사는 강사가 아니다. 학원 강사는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강의를 충실하게 하면서 학생들의 실력만 높여주면 된다. 그러나 교사는 가르치는 일 외에도 언행이 바른 사람으로 기르려고 애를 쓰고, 장래 희망이나 적성을 파악하여 진로지도를 하는 사람이다. 학생들의 건강이나 생활태도, 방과 후 활동 그리고 취미나 특기와 적성을 파악해 조언을 해주고, 진학에 대한 상담을 하면서, 교우관계를 돌아보고 길잡이 노릇을 하는 등 무척 많은 일을 한다.

교사는 잡무가 많은 직업이 아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 외에 모든 것을 잡무라고 일컫는 무지한 사람들이 많다. 학생들을 지도하기 위해 협의하고, 출장을 다니며, 공문을 처리하고, 학부모들과 의논하는 중요한 교육활동을 왜 잡무라고 말하는지 모르겠다. 산적한 교육활동을 원활히 처리하기 위해 보조 인력을 충원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은 정말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부모가 자녀를 돌보고 기르는데 필요한 모든 일을 누가 감히 잡무라고 이야기 할 수 있나?

교사의 꽃은 담임이다. 졸업 후 만난 제자들에게 가장 인상 깊은 선생님이 누구냐고 물어본다면 그들의 대답은 한결 같다. 수업시간에 잘 가르치는 실력 있는 선생님이 결코 아니다. 학생들의 활동을 친절하게 안내하며 용기를 불어 넣어주고,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났을 때 앞장서서 도와주며 위로해 주고, 자신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며 함께 했던 자상한 담임선생님이다. 그래서 졸업한 뒤에도 담임선생님을 찾고 결혼할 때 주례선생님으로 모시는 것은 학교에 다니며 받은 사랑과 보살핌에 대한 감동의 보답일 것이다. 담임선생님을 대신할 정규시간 선택제 교사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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