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상태바
삶과 죽음의 현장에서
  • 심은석(세종경찰서장)
  • 승인 2012.08.06 19:1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은석 경찰서장의 사람사는 이야기]






세종시 지역 하루평균 두세 건 변사사건 발생
영혼의 무게, 강인한 생명의 의지 굳게 지켜나가야


죽음은 혼자 떠나는 것이라 한다. 모든 것을 남겨두고 가야 한다. 죽음을 두려워하는 것은 우리 삶이 많은 것을 갖고 가지 못하는 것에 집착하기 때문은 아닐까?

수많은 치안 현장에서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보았다. 법적으로 사람이 사망하면 자연사와 변사로 구분한다. 자연사는 질병이나 노화 등으로 자연스러운 죽음을 의미하고 변사는 자살이나 타살, 사고사 등 자연스럽지 못한 외부적 요인에 의한 사망을 말한다.

경찰이 변사사건을 접하면 변사자에 대한 사법적, 행정적 처리를 통해 유가족에 인계하거나 지자체를 통해 장례절차 등을 진행하게 된다.

이곳 세종시 지역에도 하루 평균 두세 건의 변사사건이 발생한다.

며칠 전 금강변 합강리 둔치에서 물에 떠 있는 40세 가량의 변사자를 발견했다. 이틀전 자살한다고 가족에게 연락한 후 집을 나간 분이 있다는 신고를 받고 부강면에서부터 금강변을 수색했다. 별다른 단서가 없어 발견하지 못하였는데 변사체로 발견된 것이다.

한 달전에는 같은 장소에서 자살한다는 문자를 남기고 차안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자살을 기도하여 혼수상태에 있는 분을 경찰의 적극적인 수색 끝에 차안에서 의식불명 상태로 발견하여 구조한 바 있다.

모 아파트 단지에서 새벽에 추락하여 돌아가신 분을 처리하던 일, 조치원 읍내 유흥가 주변 가로에서 뺑소니 차에 치어 돌아가신 분, 농약을 마시거나 목을 메거나 많은 분들의 변사 사건을 접할 때마다 가슴 저미는 안타까움을 느낀다. 얼마나 고단했으면, 얼마나 외로웠으면, 얼마나 힘들고 얼마나 아팠으면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을 뒤로 하고 스스로 죽음의 길로 가시는지…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을 마감하신 많은 분들의 명복을 빈다. 경찰의 사명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일차적인 사명이다. 범죄예방활동을 통해서 살인, 교통사고 등 각종 사건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주된 책무이지만 스스로 삶을 포기하려는 자살 예비자나 자살 기도자를 사전에 발견하여 귀중한 생명을 구하는 것도 경찰의 책무이리라.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 자살률 1위라고 한다. 전국에서도 충남지역의 자살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자살을 방지하고 죽음을 생각하는 분들에게 희망을 주고 생을 포기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프로그램과 관련 정부기관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살 원인의 대부분인 우울증은 흔히 마음의 감기라고 한다. 초기 증상을 발견하고 치유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본인이 우울증의 증세가 있는지도 모르고 고통스러워 하다가 죽음을 선택하는 안타까운 사건이 없도록 해야 한다. 통계에 의하면 전 인구의 10% 정도가 자살을 생각해 본다고 하며 이중 10%, 약 50만명이 자살을 시도해 본 경험이 있다고 한다.

연평균 자살자는 16,000명에 이른다. 특정 질병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보다도 많은 수치다.

자살은 본인의 소중한 생명을 끊는 행위이지만 남겨진 가족과 이웃에게 큰 상처를 남긴다. 사회경제적 비용도 크다. 이제는 자살 예방 프로그램과 우울증 환자 등 자살 성향이 있는 분이나 경제적인 빈곤의 문제에 있는 분들에 대한 정책적인 배려가 필요하다. 자살의 문제가 단순히 개인의 문제이거나 어쩔 수 없는 사회 문제가 아니다. 따뜻한 배려와 관심, 외로움을 적셔줄 이웃과 지역사회의 사랑이 필요하다.

흔히 영혼의 무게는 21그램이라 한다. 임종 직전과 직후의 미세한 몸무게의 차이가 21그램이라 하여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통해서 영혼의 존재를 믿는다. 현실의 고통보다 죽음이 낫다는 생각이 자살을 부추긴다. 사람에게 영혼이 있다면 그것은 강인한 생의 의지이리라. 단지 눈으로 보이는 무게가 아니라 마음의 무게로 보여지는 우리 삶의 파노라마가 영혼의 무게로 나타난 것은 아닐까?

왜 사는지, 어디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근원적인 의문에 대답하기 위해서도 소중한 생명을 아끼고 신이 허락하신 날까지 생명의 가치와 존엄을 잃지 않아야겠다.

진정한 영혼의 무게를 생각하며 죽는 날까지 그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우리 평범하고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항상 생각해 보아야 하는 죽음의 문제는 과연 무엇일까?

Tag
#NULL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