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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밥 짓는 기술 말고 밥상 내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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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밥 짓는 기술 말고 밥상 내놔야
  • 김학용
  • 승인 2017.01.13 16:32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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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논단] 정치지도자의 밥상
주필 | 칼럼니스트

이재명이 치고 올라오면서 안희정을 앞질렀다. 최순실 게이트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재명의 ‘사이다 발언’이 대중의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은 틀리지 않을 것이다. 맨날 ‘밥 얘기’만 하는 안희정에 비해 이재명의 ‘속 시원한 사이다’는 분명 인기를 끌 만하다.

그러나 그게 전부라면 안희정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람은 사이다가 없어도 살 수 있으나 밥이 없으면 살 수 없다. 사이다보다 밥이 중요하다는 것을 국민들도 모를 리 없다. ‘사이다 장사’ 이재명의 인기는 일시적 현상일 것이므로 ‘밥장사’ 안희정은 이재명에 대해선 그리 걱정할 게 없다.

‘밥상’ 없는 안희정 식당

문제는 안희정이 정말 ‘밥장사’인가 하는 점이다. 이재명이 오직 ‘사이다만 파는 행상(行商)’에 불과한지도 지켜볼 문제다. 안희정이 문재인을 따라잡지 못하고, 이재명에게 뒤지게 된 이유는 메뉴가 ‘밥’이어서가 아니다. 안희정은 밥장사가 아니라 ‘밥장사의 윤리’만 홍보하는 셰프에 가깝다.

밥장사는 자기가 팔고 있는 밥을 손님들에게 알리게 돼 있다. 찰밥이든 오곡밥이든 식단표도 있기 마련이다. 쌀의 원산지가 어디고 어떻게 만드는지 알려주면 더 좋지만 그게 아니라도 밥의 종류는 나와 있어야 한다. 안희정 식당에는 밥은 없고, ‘좋은 밥을 만드는 방법론’에 대한 설명만 나열돼 있다.

그가 6년째 주인 노릇을 하는 ‘충남식당’에는 안희정표 밥상이 없다. 3농 혁신, 지방분권, 행정혁신은 비중의 차이는 있겠지만 어떤 도지사라도 목표로 삼는 일반적인 과제이지 안희정만의 밥상은 아니다. 그러니 크게 주목을 받은 것도 논란을 빚은 것도 없다.

3농 혁신의 경우 성과가 없다는 비판을 받았을 뿐이다. 홍준표는 진주의료원을 없애는 것으로 자기 식단을 차렸고, 남경필은 연정과 지방장관제로 자기 색깔을 드러냈다. 고객들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그게 홍준표의 밥상이고 남경필의 밥상이다.

이재명 식당, 차별화된 메뉴가 고객 불러

골목식당 주인 이재명도 달랐다. 이재명 식당엔 사이다만 있는 게 아니다. 차별화된 메뉴가 있다. 청년들에게 ‘공짜로 주는 밥(청년수당)’도 그 중 하나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받지만 필요한 사람들에겐 실질적인 밥이다.

성남시는 전국에서 가장 많이 팔린다는 ‘개고기’를 없애기로 했다. 이재명의 결단이라고 한다. ‘안희정 식당’이라면 어땠을까? 개고기에 대한 찬반 논란을 어떻게 합리적이고 민주적으로 의견을 모아 결정할 것인지에 대해 토론만 거듭하고 있을지 모른다.

안희정 식당에선 ‘영양가 높고 건강에도 좋은 밥’을 만드는 방법을 연구하고 강의하는 데 힘을 써왔다. 그 방법론의 요체는 주로 민주주의, 정의, 대화, 단결, 이해, 포용, 타협 등 정치인이 가져야 할 자세와 태도에 관한 것이다.

식당 주인은 고객들의 의견을 받들어 이런 것들을 성실하게 실천해낼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며, 그러면 맛있는 밥을 만들 수 있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안희정 식당 메뉴엔 ‘밥장사 윤리’만 가득

안희정의 저서 <산다는 것은 끊임없는 시작입니다>를 다시 펼쳐봤다. 2013년 안희정이 자신의 생각을 국민들에게 알리기 위해 내놓은 책이다. ‘더 좋은 민주주의’를 위해서 ‘한국정치가 가야 할 길’을 제안하고 있다. 목차만 봐도 책의 성격을 짐작할 수 있다.

분노와 미움을 넘어, 다수결과 다수의 폭력, 공칠과삼(功七過三)의 시선으로 보는 이승만과 박정희, 참여 행정, 공개 행정, 기업가의 도전정신이 이끄는 나라, 상대의 선의를 믿자, 눈앞의 이득 지역이기주의, 박정희 이병철 김대중의 혜안, 특권과 반칙을 없애는 유능한 심판관 등등.

이 책을 보면 어떤 독자라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 만한 구절을 찾기 어렵다. 독자의 편향성이 크지 않다면 안희정의 주장은 다 수긍이 가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말들이다. 안희정은 근래에 또 다른 책을 냈다. 읽어보지는 못했다. 인터넷에 올라 있는 목차들을 보니 전에 낸 것과 큰 차이는 없어 보인다.

정의롭고 양심적인 주인이 식당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운영하면 ‘정치’ ‘경제’ ‘외교’ 등 어떤 음식도 맛있게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게 안희정의 홍보전략 같다. 이름만 듣고도 찾아가는 맛집이 있다. 먼저 음식 맛이 소문났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안희정 식당엔 아직 밥이 없고, 식단표에는 메뉴 대신 ‘밥장사의 윤리 강령’만 가득하다. 지금 안희정 식당의 문제점이면서, 동시에 이재명 식당이 주목받는 이유다.

‘밥 만드는 기술’ 말고 ‘밥’ 내놔야

고객들은 이제 이재명 식당에 가면 어떤 음식이 나오겠구나 하는 짐작을 어느 정도 하게 되었다. 그런데 안희정 식당에선 어떤 밥이 나올지 아직도 알 수 없다. 밥이 나오면 한번 가서 시식이라도 해보겠다는 사람들은 많아 보인다. 안희정은 과거 ‘성공한 식당 주인’ 아래서 일을 배운 경험이 있다. 그의 수제자여서 기대감도 크지만 밥이 안 나오면 소용없다.

이재명 식당이 성공할지는 알 수 없다. 가족 간 불화가 심하고, 그의 ‘사이다’가 오히려 고객 확장성에 장애가 될 수도 있다. 이재명이 더 이상 뜨지 못한다 해도 안희정이 달라지지 않는다면 문재인을 넘어서기 어렵다.

문재인도 이런 점이 부족하지만 안희정이 자신의 밥상을 내놓지 못하면 고객들이 굳이 문재인을 버리고 안희정을 찾아갈 이유가 없다. 안희정 식당은 이제라도 ‘밥 만드는 기술’ 말고 ‘밥상’을 내놔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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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바위 2016-12-29 17:05:13
아직 많이 부족함. 피나는 훈련을... 봐 줄 사람 없으면 본인이 봐 줄 용의도 있음. 전문가도 아니고 아마추어 노땅이지만 유연하게 방향을 잘 잡아나간다고 자부함. (세종시닷컴 영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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