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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 전 정약용의 통분, 지금도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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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0년 전 정약용의 통분, 지금도 다르지 않다
  • 김충남
  • 승인 2016.11.04 1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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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남의 고전에서 배우는 지혜] <3>현신(賢臣)과 충신(忠臣)

‘가정이 어려울 때 현명한 아내가 생각나고(家貧思良妻), 나라가 어려울 때 충신을 구별할 수 있다(世亂識忠臣)’고 했다.


충신과 현신(賢臣)이 그리운 시대다. 우리가 기다리는 충신과 현신의 롤 모델을 2500여 년 전 중국 춘추시대 위나라에서 찾아 볼 수 있다. 영무자라는 사람이다.


그는 대부(大夫, 지금의 국무총리 또는 장관) 벼슬을 하던 사람으로, 두 군주를 섬기면서 신하로서의 도리를 다했다.


치세(治世)에는 자기를 내세우지 않는 현신(賢臣)의 도리를 다했다.


위나라 문공(文公)은 영민한 군주였다. 나라에 도(道)가 바로 세워져 치세(治世)를 펼쳤다. 영무자는 대부로서 별 활약상 없이 오히려 한 발 뒤에 물러서 다른 신하들이 공을 세우도록 배려했다.


치세에는 자기를 앞세우지 않는 것이 현신(賢臣)의 도리라 하겠다.


난세(亂世)에는 앞장서 난국타개에 몸을 바치며 충신의 도리를 다했다.


위나라의 군주, 성공(成公)은 문공과는 반대로 우매한 군주였다. 나라의 도(道)가 무너져 혼란스러웠고 외교적으로도 곤경에 처하게 됐다. 이러한 난국에 대부분의 신하들은 몸을 사리느라 뒷전에 머물러 있었다. 영무자는 자신의 몸을 돌보지 않고 앞장서서 난국을 타개해 국난(國難)을 넘길 수 있었다.


난세에는 자기 몸을 앞세우는 것이 충신의 도리라 하겠다.


정치적으로 대립하고 갈등할 때 중용의 지혜로 현신(賢臣)의 처세를 했다.


우매한 성공(成公)이 당시의 패자(者)인 진문공(晉文公)의 배척을 받아 외국으로 망명하게 되자 충신인 영무자가 군주인 성왕의 망명길을 배행(陪行)했다.


훗날 성공이 망명에서 풀려나 귀국을 하게 됐을 때 영무자는 성왕과 함께 한 망명파 신하와 잔류파 신하 간 갈등과 대립이 빚어질까 염려해 지혜를 발휘 했다.


“군주의 배행자라 하여 공을 뽐내서도 안 되고 나라에 머물렀다하여 벌을 받아서도 안 된다”며 망명파와 잔류파 간 갈등과 대립을 막고 화합을 유도했다. 이로써 정치적 안정이 이뤄졌다.


대립과 갈등이 빚어졌을 때 분열이 아니라 화합으로 이끄는 것이 현신의 처세라 하겠다.


난이 평정되자 자기의 공(功)에 머무르지 않고 미련 없이 정계를 은퇴했다.


종묘사직이 어려웠던 성공(成公) 초기 3년간 영무자는 어리석을 정도의 우직함과 충직함으로 우매한 군주를 보좌하고 난국을 타개했다. 그 덕으로 성공(成公)의 후반기 27년은 평화의 시기가 됐다.


영무자는 난이 평정되고 나라가 안정을 되찾자 공직에 머무르지 않고 미련 없이 정계를 은퇴하고 자취를 감췄다. 명예를 지키고 목숨을 보전하며 천수를 다하는 자혜로운 삶을 산 것이다.


공자께서는 치세(治世)에는 자신의 공을 드러내지 않는 현신(賢臣)으로서, 난세(亂世)에는 주군과 나라를 위해 목숨을 아끼지 않는 우직한 충신으로서 도리를 다한 ‘영무자’를 높이 평가했다.

 


다산 정약용은 논어에서 영무자를 대하고는 자신의 시대를 통렬히 개탄했다.

 

“요즈음 자기일신만 보전하려 권세만 좇는 벼슬아치들이 말끝마다 나라를 위한다고 외친다. 그러면서도 나라가 어려운 처지에 있는데도 제 목숨은 바칠 생각은 추후도 하지 않으니 만약 세상이 태평스러울 때는 봉록만 받아 처먹으면서 자기 명리만 챙기려 하고, 국가사직이 위태로울 때는 자기 일신만 보전하려 한다면 이 나라 군주는 과연 누구와 더불어 나라를 다스릴 수 있단 말인가?”


250여 년 전 다산의 이 통분은 250여 년 후인 오늘 우리의 통분이 되고 있지 않는가!


그렇다.
지금 우리에게 마음을 비우고, 묻고, 듣기를 좋아하는 지도자가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목숨 걸고 직언하는 충신이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중용의 덕과 지혜를 지닌 현신(賢臣)이 있는가?
지금 우리에게 정치는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 한 부분임을 아는 비움의 정치인이 있는가?’
개탄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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