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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외로울 때 과학책 읽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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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외로울 때 과학책 읽는 이유
  • 이충건
  • 승인 2016.02.25 08:3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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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물 탐구 | 기자 김형석


김형석(47)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기자 중 하나다. 그가 <중도일보> 있을 때 처음 만났고 <대전일보>에서 맹활약하는 걸 옆에서 지켜봤다. 내가 ‘가장 기자다운 기자’라고 여기던 사람이다. 한국기자협회가 시상하는 ‘한국기자상’도 받았다. 나는 그에게서 많은 걸 배웠다. 그런 그가 어느 날 기자를 그만뒀다. 그리고는 콘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차렸다. 소통수단이 미디어가 아닐 뿐 그는 글쓰기를 중단하지 않았다. 다행이었다.


그는 항상 책을 끼고 살았다. 해질녘 선술집에서 만났을 때도 항상 손에 책 한 권이 들려있었다. 여행을 다닐 때도 그랬다. 그와 나는 두 차례 외국을 같이 다녀왔다. 비행기에서도, 버스에서도 그는 줄곧 내 옆자리에 있었다. 내가 잠에 빠져있는 동안에도 그는 내내 책만 읽었다. 뭔 읽을 게 그리 많은지.


대덕대교 그 너머의 세상


생각해보니 그를 만난지 참 오래됐다. 그가 <대덕넷>이란 과학전문 인터넷신문으로 회사를 옮기면서부터다. 대덕대교를 건너면 대덕연구개발특구가 있다. 그는 다리 건너 세상에서 살았다. 반대로 다리 너머 세상사는 나의 관심거리가 아니었다. 대전이란 도시에서 같은 업종에 종사하고 있지만 그만큼 '일반기자'와 '과학기자' 사이에는 괴리감이 있다. 과연 기자만 그럴까? 대덕특구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 과학수도지만 대다수 시민들은 과학이 가까이 있다는 걸 체감하지 못한 채 산다.


그러는 사이 그는 카이스트(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에 입학했고, 이달 중 석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다니던 신문사도 그만두고 스쿱(SCOOP)이란 회사도 차렸다. 이 회사는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스토리 콘테츠 협동조합이다.


국문과를 졸업해 나와 별반 다를 게 없는 삶을 살았던 그가 대덕대교를 건너간지 6년 여만에 책을 한 권 보내줬다. 그것도 머리 아프게 제목에 '과학'이 붙어있다. <나는 외로울 때 과학책을 읽는다>(도서출판 스쿱, 1만 5000원, 358쪽). ‘답답하고 복잡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좌충우돌 독서기’가 부제다.


'과학'이라면 쳐다보지도 않던, 아니 일부러 외면했던 나에게 '외로울 때 과학책을 읽는다'는 선언은 도발이었다. '너는 과학 모르지'라는 조롱처럼 들렸다. 그래서 물었다. '너는 얼마나 아는냐'고. 그도 스스로 과학에 대해 잘 모른다고 말한다. 단지 좋아하는 SF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 과학서적을 가끔 읽었다고 했다.


과학책도 재미있다고 알려주려 쓴 책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웬걸, 과학이 이렇게 쉬운 거였어! 이렇게 술술 잘 넘어가는 책을 만난 것도 참 오래간만이다. 단숨에 과학책 30권을 읽었다. 아마도 저자 자신의 인문학적 토양이 탄탄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실 그의 ‘과학읽기’는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 <행복한 과학읽기>(Play book, 285쪽, 2014년 12월)란 책은 판매용이 아니어서 서점에서 구입할 수 없다. 솔직히 그 책은 받기만 했지 읽지는 않았다. 이번 판매용 책을 읽고나서 그 책을 읽어야겠다는 충동이 생겼다. 그 만큼 재미있는 책이다. 과학책을 어떻게 하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지 알려주기 위해 그가 이 책을 썼을 거란 확신이 든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는 어느 여름날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밑줄을 그으며 <코스모스>와 <총, 균, 쇠>를 읽었다고 했다. 다니던 신문사를 그만두고 회사를 만들었을 때라 수입도 없었다. 문득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그를 버티게 해준 것은 책이었다. 그것도 과학책. 도망치듯 책속으로 숨어들었지만, 그 도피는 유쾌하고 행복했다. 심심하고 외로울 때 주로 소설을 읽었는데 과학책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그는 그때 처음 알았다고 했다.


“사회 작동 방식에 과학적 사고 필요”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됐다. 1장부터 3장 까지는 과학 서평이다. 1장 ‘세상 속의 나’에서는 나라는 존재를 고민하고 발견할 기회를 제공하는 10권의 과학책을 소개한다. 2장 ‘나를 둘러싼 세상’에서는 때로는 나와는 무관하게, 때로는 나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는 세상에 대한 이해를 도울 수 있는 과학책 10권을 담았다. 3장 ‘그리고 그들’에서는 이런 세상에서 나와 함께 살아가는, 혹은 이런 세상을 해석하려고 했던 ‘그들’의 이야기를 담은 10권의 책으로 안내한다. 마지막 4장 ‘과학으로 세상 읽기’에는 그가 쓴 22편의 과학칼럼이 담겼다.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과학적 사고’가 지배하는 사회다. 과학책이 소설만큼이나 많이 읽힌다고 해서 그런 세상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를 작동시키는 방식에 과학적 사고의 바탕이 되는 이성과 합리성이 조금이라도 더 녹아들기를 바라는 저자의 소망이 담겨 있다. 저자는 에필로그(뉴턴의 무정한 세계)를 통해 이런 말로 책을 마친다.


“과학책을 읽을 때마다 이성과 합리성의 중요성을 새삼 절감한다. 작은 실험실에서 작동하는 이성과 합리성이 훌륭한 성과를 낳듯 거대한 사회에서 작동하는 이성과 합리성은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삶을 복되게 할 것이다. 최소한 역사의 퇴행은 막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지은이 김형석은 보문고와 중앙대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KAIST 과학저널리즘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을 예정이다. 20년 동안 대전에서 기자로 살았다. 5년 동안 과학전문기자로 일했지만, 과학에 대해 솔직히 잘 모른다고 고백한다. 좋아하는 SF영화를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해 과학책을 뒤적이다 매력에 빠졌다고.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우주에 꽂혀 한 달동안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를 읽고, 영화 <마션>의 매력에 빠져 원작을 읽다가 영화를 한 번 더 보러가는 식이다. 기자는 그만뒀지만 콘텐츠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회사를 차려 여전히 글 쓰는 일로 먹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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