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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 개혁인가 개악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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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정 대타협, 개혁인가 개악인가
  • 송영웅 한국일보 미래전략실 부장
  • 승인 2016.08.16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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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공정한 후속대책’ 없으면 무용지물

 

한국사회 구조 바꿀 엄청난 파괴력

운용·집행자 나쁜 의도가지면 변질

‘미래세대 위한 양보’ 전제돼야 성공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한국노총위원장, 한국경영자총협회장, 고용노동부 장관 등 노사와 정부 대표 부처장이 합의한 9·13 노동시장 개혁을 위한 대타협은 향후 우리나라의 노동과 경제 구조에 일대 변화를 가져올 중대 사안이다.

 

1950년대 초 국내 산업화, 근대화가 태동하던 당시 근로자의 권리를 강화하는 노동조합법, 노동쟁의조정법, 근로기준법 등 노동 3법 제정 이후 약간의 시대적 부침은 있었지만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권리는 점차적으로 강화돼 왔다.

 

특히 산업 노동자들의 권리는 역동적 ‘민주화’가 이뤄진 1980년대를 전후해 훨씬 더 강화됐다. ‘독재와 재벌’, ‘민주화와 노동자’로 이분화 된 당시 사회적 분위기가 그런 상황을 조성하는데 일조했다.

 

그러다 1997년 말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했던 외환위기에 직면하면서 노사 분위기가 조금씩 바뀌기 시작했다. 일부 대기업 귀족 노조에 대한 지적과 반성이 나오기 시작했고, 국가 부도 위기라는 분위기에 힘입어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사측의 정리해고가 일부 가능하게 됐다.

 

기업은 이런 기회에 편승해 대대적인 정리해고를 단행했고, 그로인해 우리 사회에는 ‘젊은 실업 가장’들이 다수 양산됐다. 마땅히 할 일이 없었던 실업 가장들은 궁여지책 끝에 영세 자영업 창업에 나섰지만 결국 실패로 귀결되면서 우리사회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사회 양극화가 심화하는 고질병이 생겼다. 이처럼 노동 구조의 변혁은 짧게는 10년, 길게는 100년 뒤 사회 구조를 송두리째 바꿔 놓는 파괴력을 갖고 있다.

 

이번 9·13 노사정 대타협의 골자는 경직된 노동시장의 구조를 개혁해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재도약이 가능한 유연한 경제·노동 구조로 탈바꿈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근로시간을 단축해 노동의 질을 높이면서 청년과 비정규직 등 취약층의 일자리를 지원하고, 성과급을 확대해 근로 효율성을 높이며, 취업 규칙 변경에 따른 불이익을 막아 사회안전망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모든 법과 제도가 그렇듯 실제 운용자나 집행자의 의도가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도 하고, 반하기도 한다. 특히 이번 노동시장 개혁의 대상이 된 여러 쟁점 사안들은 기업(사측)의 의지에 따라 순작용을 할 수 있고, 아니면 개악의 역작용을 일으킬 수 있는 요소를 갖고 있다.

 

예를 들어 노사정의 주요 쟁점 사안 중 하나였던 근로시간 단축(주 68시간 → 주 52시간)과 임금피크제(정년 60세) 도입은 중·장년층의 양보를 통해 청년 일자리를 늘리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하지만 기업이 청년 신규 채용을 미루고 비정규직에 대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면 단지 임금을 줄이는 것 외에는 별다른 효과가 없다.

 

또 임금 구조를 호봉형에서 성과형으로 전환하고, 저성과자에 대한 해고를 용이하게 한 점도 운영 여부에 따라 사측이 맘에 안 드는 노동자의 해고만 편하게 해주는 장치로 악용될 수도 있다.

 

비정규직의 고용 안정을 위해 현행 2년으로 제한돼 있는 비정규직의 고용기간을 4년으로 늘리기로 한 것도 자칫하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2년 늦추는 빌미로 오용될 여지가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노사정위는 대타협과 관련된 세부 사안에 대해 보다 공정하고 정밀한 후속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타협안을 의제별로 법제화하는 과정에서 여야는 자신들의 정치적 논리나 이해관계에 매몰되지 말고, 미래 대한민국의 사회·경제·노동 구조를 혁신한다는 긴 안목에서 대타협의 정신을 살려가야 한다. 결코 정치가 발목을 잡아선 안된다.

 

노동계와 사측도 이번 대타협의 목표가 청년과 비정규직 등 노동 취약층을 위한 구조개혁이라는 점을 인식하고, 한발씩 양보하는 미덕을 발휘할 필요가 있다. 이번 노사정 대타협이 후세대들에게 ‘선세대들의 의미 있는 개혁’으로 평가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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