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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불황’ 일조한 SNS의 위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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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불황’ 일조한 SNS의 위력
  • 송영웅 한국일보 미래전략실 부장
  • 승인 2016.08.16 16: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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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SNS를 다시 생각한다

북적이던 명동 ‘한산’…외식업체 매출 38.5%↓

 

지난주 직원들이 저녁 회식을 위해 서울 명동의 한 식당을 찾았다. 200석이 넘는 대형식당으로 주말이 가까워지면 예약도 쉽지 않은 곳이었지만, 이날은 눈에 띄게 한산했다. 우리 일행은 20여명 동시 수용이 가능한 별도 홀에 자리를 잡았는데,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까지 손님이라곤 우리 팀 8명이 전부였다.


주중 대목이라는 목요일 저녁인데도 손님은 식당 전체의 3분의 1도 채 안 돼 보였다. 식사 계산을 하면서 “오늘은 좀 한산하네요”라고 하자, 식당 주인은 “메르스로 해외 관광객까지 뚝 끊어져 손님이 절반 이하로 줄었다”고 긴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한 달여 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중동호흡기중후군(메르스)이 다소 진정 국면으로 접어들었지만, 그 여파는 예사롭지 않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위태하던 국내 경제가 꽁꽁 얼어붙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내달 말까지 갈 경우 국내총생산(GDP)은 9조 3377억 원, 경제성장률은 0.61%포인트 하락한다. 이는 지난해 세월호 때보다 더 큰 규모다. 작년 가까스로 3%대를 회복한 경제성장률이 다시 2%대로 추락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메르스발 불황(Mers Recession)’이 올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거시 경제보다 더욱 심각한 것은 실물 경제다. 관광버스와 중국 관광객들로 붐볐던 명동거리는 요즘 교통체증이 사라진 한산한 거리가 됐다. 동네 호프집, 슈퍼, 식당은 말할 것도 없고, 헬스장까지 썰렁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원이 6월 8~14일 외식업체를 조사한 결과 2주전과 비교해 외식업체의 평균 매출액이 38.5%나 감소했다. 주말 저녁을 기준으로 해 서양식은 53.3%, 일식 47.5%, 한식 43.8, 중식 43.7% 등 대부분 절반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 생활 경제가 일시 마비되면서 취약 계층과 취약 업종이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의 1차 책임은 두말할 것도 없이 정부 당국이다. 허술한 초동 대처, 정보 미공개, 병원 관리 허술 등 미온적으로 대처한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하지만 ‘생소한’ 이 바이러스를 마치 ‘불치의 전염병’으로 둔갑 시킨 장본인은 촘촘하게 이어져 있는 우리나라의 사회관계망(Social Networks) 시스템이다.


정부가 안이한 판단으로 메르스 정보를 틀어쥐고 있는 바람에 트위터, 카톡, 밴드 같은 SNS를 통해 메르스 관련 내용들이 특급 정보처럼 여겨지면서 급속히 확산됐다. 여기에 일부 호사가들의 과장과 헛소문이 더 얹어져 유언비어나 괴담으로 확대 재생산 되면서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발병 초기 정부 당국과 병원이 차분하게 신속하게 대처했더라면 메르스는 ‘찻잔 속의 태풍’에 그쳤을 것이다.


이번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도 SNS에 대해 한번쯤 진진하게 생각해 봐야한다. SNS는 우리 생활과 떼래야 뗄 수 없는 삶의 일부가 됐다. 하지만 이 인류 최대의 발명 중의 하나인 SNS가 사용 여부에 따라서 우리의 삶을 통제하고, 감시하며, 제약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개인이나 소수의 주장이나 의사가 검증이나 사실 확인 절차 없이 다중에게 일방적으로 유입되는 SNS는 잘 쓰면 문명의 이기이지만, 잘못하면 대중을 선동하고 제약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 우리는 앞서 특정 연예인이나 스타에 대한 신상 공개나 공개 비방 등의 집단 이지메를 숱하게 경험한 바 있다.


메르스 괴담이 악의적인 의도를 갖고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한 나라 경제를 불황으로 몰아넣을 만큼 SNS의 위력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우리가 편하고 즐겁게 매일 사용하고 있는 SNS지만 그 뒤에는 무서운 힘이 실려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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