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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불행도 길들여지기 나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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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도 불행도 길들여지기 나름
  • 남 청 '철학 무게를 벗다' 저자(전 배재대 심리철학과
  • 승인 2014.12.3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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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청의 인문학 산책 | 행복에 대한 철학적 이해 ①습관과 행복

습관이란 작은 디테일에 익숙해지는 것
인간, 생각의 한계 벗어나지 못하는 존재
매사 안 된다는 생각의 습관부터 버려야

한 죄수가 오랫동안 감옥에서 복역을 하게 됐다. 세월이 흐르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감옥생활에 익숙해진다. 자신이 거처하는 좁은 공간이 조금도 불편하지 않고 오히려 안락함마저 느껴진다.

감옥 안에 있으면 세상 걱정거리가 없어 좋다. 돈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 좋고, 자식 걱정 안 해 좋고, 아내 잔소리 들을 필요가 없어 좋았다. 뿐만 아니라 말과 행동에 신경 쓰지 않아 좋고, 남의 눈치 볼 일 없고 체면 차릴 일이 없어 좋았다. 거처가 좀 누추하기는 하지만 주는 밥 먹고, 낮에는 시키는 일 하고, 밤에는 자고 싶은 대로 자면 그만이다. 그래서 그는 이 감옥에서 별다른 불편함 없이 오히려 편안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오랜 감옥생활 끝에 드디어 그는 복역기간이 다 되어 석방된다. 석방 후 그는 아주 큰 저택에 살고 있는 자기 부모님 집으로 돌아가게 됐다. 저택에서의 첫날 밤, 그는 잠을 이루지 못해 뒤척거렸다. 휑하니 트인 넓은 방이 그를 불안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고급 침대와 부드러운 이불이 그에게는 조금도 편하지 않았다.

며칠 동안 잠을 설치다가 마침내 그는 넓은 자기 방 한 모퉁이에 벽돌을 쌓아 자기가 옛날 거처하던 감방만한 공간을 만들었다. 그리고 비로소 그는 그 좁은 공간에서 마음의 평안을 되찾고 안락한 잠을 잘 수 있었다.

영국 작가 찰스 디킨즈의 <두 도시의 이야기>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는 이 소설에서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흔히 인간을 습관의 노예라 한다. 인간은 길들여지는 존재라는 뜻이다. 편안함도 불편함도 다 길들여지기 나름이다. 우리는 평수가 넓은 아파트가 편하고 좋다. 20평 보다는 30평, 30평 보다는 40평 아파트가 편리하다. 왜냐하면 거기에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반면 오랫동안 좁은 공간에 길들여진 죄수에게는 좁은 공간이 편한 것이다.

“행복도 불행도 길들여지기 나름”이라고 한다면 동의할 수 있을까? 1960~70년대 우리는 컬러TV도, 냉장고도, 자가용도, 컴퓨터도, 스마트폰도 없는 그런 시대에도 행복하게 잘 살았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어떨까? 이런 것들 없이도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심리학과 길슨 교수는 다음과 같은 실험을 했다. 두 개의 구멍이 난 상자 안에 칸을 나누고 한 쪽에는 웃는 얼굴을, 다른 한 쪽에는 슬픈 얼굴을 한 그림을 붙여 놓은 다음 사람들에게 두 개의 구멍으로 동시에 그 그림을 보게 했다.

이때 사람들은 그 상자 안의 그림이 두 개이기 때문에 웃는 얼굴과 슬퍼하는 얼굴을 동시에 보아야 하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웃는 얼굴만 보고, 어떤 사람은 슬퍼하는 얼굴만 본다는 것이다. 길슨 교수는 이것을 ‘인식의 차단’이라 불렀고, 그 이유를 ‘습관’ 때문이라고 했다.

평소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에게는 순간적으로 웃는 얼굴의 그림이 보이고, 반대로 매사를 부정적이고 어둡게 생각하고, 그렇게 바라보는 사람에게는 웃는 얼굴 대신 슬픈 얼굴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이 실험을 근거로 뉴욕타임스에 글을 썼는데 제목을 ‘슬픈 인간의 불행은 습관 때문이다’라고 붙였다.

무슨 말인가? 사람의 행·불행도 사실은 습관에 달려 있다는 의미이다.

전국적으로 400개가 넘는 매장을 운영하고 미국, 중국, 베트남에까지 진출한 ‘미스터피자’의 사훈(社訓)이 “신발을 정리하자”이다. 기업의 사훈이라면 “고객이 먼저다” “일류만이 살아남는다” “경쟁력을 키워라” 뭐 이런 거라야 하지 않겠나? 그러나 이 사훈 속에는 깊은 뜻이 숨어있다. 이 말 속에는 ‘겸손, 진심, 정성’ 또는 ‘작은 일에 소홀히 하지 않는 성실함’ 등의 의미가 담겨 있다.

어떤 교수님이 아들이 대학에 들어간 후 ‘이제 성인이 되었으니 잔소리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이렇게 당부했다.

“너 앞으로 학교 공부 열심히 하고, 저녁 너무 늦게 들어오지 말고, 술도 너무 많이 먹지 말고, 아침 일찍 일어나고, 일간신문 꼬박꼬박 읽고, 운동 열심히 하고, 하던 악기 꾸준히 연습하고〔…〕 내가 너한테 잔소리 할 것 많지만 앞으로 이런 잔소리 안 하기로 했다. 그 대신 딱 한 가지만 말할게. 네 방 정리 잘 해라.”

이해가 되는가? 다른 잔소리 안 할 테니까 방 정리 잘 하라고? 그렇다. 우리는 디테일(detail)에 강해야 한다. <디테일의 힘>이라는 책이 있다. 기업 경쟁력의 관건이 무슨 대단한 프로젝트의 성공 여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작고 사소한 디테일’에 달려있다는 것이다.

인생은 점이다. 인생은 과정(process)이다. 작은 점들이 모여서 선이 되듯 삶 하나하나의 과정이 모여 인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매일매일 우리가 직면하는 작은 일들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습관이란 바로 이 작은 디테일에 익숙해지는 것을 말한다. 매일 같이 반복되는 사소한 일들에 익숙해지면 그것이 바로 습관이 되는 것이다. 우리는 때때로 스스로의 잘못된 습관을 체크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의 생활습관은? 몇 시에 자고 몇 시에 일어나는가? 자신의 건강을 위한 식생활 습관은 어떤가? 우리의 언어습관은? 거칠고 험한 말들을 곧잘 쏟아내지는 않은가? ‘언어는 사고의 표출(表出)’이라고 한다. 마음속에 불평불만이 가득하면 부지불식간에 그 마음이 언어로 표출된다. 거꾸로 ‘언어는 사고를 규정(規定)한다’고도 한다. 거친 말을 쓰다보면 우리 마음도 거칠어진다는 말이다. 그래서 언어습관이 중요하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고의 습관이다. 매사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 남을 비판하는데 익숙한 사람은 자기도 힘들고 옆 사람도 힘들게 한다. 모든 일을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을 영어로 네가홀릭(Negaholic)이라 한다. 알코올 중독자를 알콜릭(Alcoholic)이라 하고 일 중독자를 워커홀릭(Workaholic)이라 하는 말에서 생긴 신조어다. 이런 사람은 무얼 해도 정말 안 된다. 생각 속에서 안 된다고 빗장을 걸어놓았는데 실제로 잘 될 리가 없다. 그러니 생각을 먼저 바꿔야 한다.

20세기 유럽 최고의 지성으로 불리는 프랑스의 시인 폴 발레리는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우리 주위에는 사는 대로 생각하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사람은 자기 생각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한다. 자기 생각을 따라 판단하고, 생각을 따라 말하고, 생각을 따라 행동한다. 우리의 삶은 우리 생각의 결과다. 생각은 결과를 낳는다.

마치 거미가 자기 몸에서 나온 거미줄로 거미집을 짓듯이, 그리고 그렇게 거미집을 지은 다음에는 그 거미집을 벗어나지 못하듯이, 인간도 자기 마음에서 나온 생각의 줄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 간다. 그리고 그 생각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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