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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커피에 ‘푹’ 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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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커피에 ‘푹’ 빠지다
  • 김재중
  • 승인 2016.03.21 1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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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담긴 사회·경제학


자고 나면 하나씩 생기는 커피전문점
소비력 뒷받침, 줄서서 마시는 진풍경


세종시가 커피에 ‘푹’ 빠졌다.


신도시 곳곳에 우후죽순 들어선 커피전문점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점심시간 정부세종청사 인근 커피전문점엔 테이크아웃 커피를 사기 위해 줄을 늘어서는 진풍경이 펼쳐지곤 한다. 아파트 단지까지 파고 든 소규모 커피전문점들도 붐비기는 마찬가지. 30∼40대 젊은 여성들이 테이블마다 둘러앉아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기는 모습도 익숙하다.


창업열기도 뜨겁다. 세종시 출범 전 9개에 불과했던 커피전문점이 2년여 만에 10배 늘어났다. 지난 10월 세종시 커피전문점 ‘창업률’은 7.3%로, 이는 7대 광역도시 2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렇게 왕성한 창업이 가능한 이유는 무엇일까. 소비력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다.


본보가 세종시민 1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63%가 일주일에 한 번 이상 커피전문점을 이용한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18%는 일주일에 세 번 이상 커피전문점을 이용할 정도의 마니아층에 속했다. 그런데 응답자 열 명 중 일곱 명은 ‘커피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반응을 보였다. 비싸서 불만이지만, 구매할 수밖에 없는 기호식품. 커피가 얼마나 역설적 존재인지를 잘 보여준다.


세종시 커피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른 이유는 여러 원인을 통해 찾을 수 있다. 30∼40대, 화이트칼라가 인구의 핵을 이루고 있는 소비적 측면, 지속적 상업시설 공급과 대형 프랜차이즈 선점전략 등 공급측면이 절묘하게 맞아 떨어졌다.


사회·문화적 배경도 간과할 수 없다. 세종시엔 문화를 향유할 만한 공간이 부족하다. 온라인커뮤니티가 폭발적 인기를 끌고 있음에도 오프라인커뮤니티는 성장하지 못하고 있다. 문화공간에 대한 욕구, 사회적 소통에 대한 욕구…. 이런 사회·문화적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커피전문점이다. 때문에 세종시에서 커피전문점은 ‘커피’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커피를 통해 인권 등 더 큰 가치를 음미할 수도 있다. 우리가 마시는 커피 한 잔에는 제3세계 가난한 농민들의 땀방울이 녹아 있다. 다국적 커피기업이 시카고 선물거래소를 통해 원두가격을 끌어내리면 이들은 곧장 지옥을 맛보게 된다. 때문에 이왕 커피를 마실 것이라면 조금 비싸더라도 ‘공정무역 커피’를 마시겠다는 사람이 늘고 있다.


다만 그 수준은 아직 미미하다. 한국에서 커피를 포함한 공정무역 상품을 취급해 올리는 매출규모는 지난 2012년 기준 약 130억 원. 같은 해 미국계 글로벌기업인 ‘스타벅스’가 한국에서 가져간 ‘상표가격(로열티)’에도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지난해 한국에서 스타벅스 본사로 송금된 로열티 규모는 241억 원이었다. 이런 내용을 알고 마시는 것과 모르고 마시는 것의 차이. 커피는 마시는 사람이 그 가치를 결정하는 특별한 기호품이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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