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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흐름, 누가 주도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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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흐름, 누가 주도하나?
  • 문옥배 음악평론가(당진문예의전당 관장)
  • 승인 2014.11.0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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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옥배의 문화읽기 | 예술은 사회적 생산물

후원자, 생산 지원하며 특정 장르·양식 발전시켜
수용자 욕구에 맞춰 다양한 형태의 공연 생겨나
기획자는 이익 창출 위해 새로운 경향 만들어내


예술사회학자 쟈네트 월프(Janet Wolff)는 “예술은 사회적 생산물”이라고 말한다. 이는 문화예술이 사회적 조건에 의해 변화한다는 의미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그 변화를 이끈 것은 예술가들이 아니라 후원자(patron)와 수용자의 유형과 취향, 매니지먼트 등 문화예술의 외적·사회적 요인이라는 것이다. 문화예술의 생산과 수용은 사회 구조 속에서 행해지는 것이기에, 후원자와 수용자, 기획자가 예술생산과 수용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다.


후원자는 예술가를 후원해 작품 생산의 활성화에 기여했고, 특정 장르, 특정 양식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후원자는 자신의 취향에 맞는 문화예술의 경향만을 후원하기도 했다. 곧 후원자는 지원과 간섭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드러냈다. 문화예술에 있어서 후원자의 역할은 무엇보다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 기반과 사회적 위치 제공에 있었다. 즉 예술가에 대한 경제적인 후원 외에 사회적 지위와 안정된 소비자를 확보할 수 있게 해 주었다.


18세기 말엽 오스트리아 빈(Wien)에는 온갖 수준의 음악회와 살롱 모임이 존재했으며, 직업 음악가와 아마추어가 함께 연주했다. 특히 살롱은 귀족과 부르주아계급이 만나서 교류하는 장소로서의 역할을 했다. 딜레탕트(dilettante, 예술애호가)로 불렸던 당시 아마추어 음악가들은 대중 앞에서 연주할 수준의 능력을 소유했으며, 실내악의 열렬한 후원자였다. 베토벤이 실내악을 많이 쓴 것은 이 때문이기도 했다. 19세기 이전에 현악 4중주와 같은 실내악을 들을 수 있었던 곳은 살롱밖에 없었다. 작곡가들은 후원자들이 연주하도록 할 목적으로 작곡하기도 했다.


수용자도 문화예술의 취향을 만드는 요인이다. 19세기에는 다양한 취향과 계층의 청중에 의해 여러 유형의 음악회가 생기고, 프로그램이 다양화 되었다. 전문직 계층은 고전음악 양식에 대한 강한 선호도를 보인 반면 사업가 계층은 오페라와 비르투오소(Virtuoso) 양식을 더 좋아했다.


대중음악회는 청중의 계층을 고려해 작곡자와 장르에 관계없이 각 곡의 인기 있는 악장만을 발췌하고 짜 맞춰 새롭게 구성하는 방식도 시도했다. 예컨대 한 작품의 전 악장을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A작곡가의 교향곡 제1악장과 B작곡가의 교향곡 제2악장 그리고 C작곡가의 교향곡 제3악장 등 인기가 있는 악장만으로 결합, 구성하는 식이다. 청중의 욕구와 음악회를 흥행의 관점에서만 취급한 매니지먼트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결부된 탓이다.


문화예술의 취향을 만드는 것은 후원자와 수용자 외에 기획자도 이 그룹에 속한다. 기획자들은 그들의 이익 창출을 위해 새로운 소비층을 만들어내야 하며, 이를 위해 새로운 경향을 만들어내야 한다. 새로운 경향을 창출하고, 이것이 새로운 트렌드인양 마케팅을 한다. 소비자들은 새로운 트렌드란 것이 만들어진 유행임을 인식치 못하고, 그 유행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새로운 경향을 구매, 향유한다.


문화예술의 취향은 생산자가 만드는 것이 아니다. 그 취향을 만드는 자는 후원자, 수용자 그리고 기획자다. 특히 후세의 역사에 의해 평가받는 것이 아닌 당대의 평가는 더욱 그러한 경향을 띤다. 한 시대의 문화예술 취향이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알기 위해서는 ‘누가’ 문화예술의 후원자와 수용자가 되었는가, ‘어떻게’, ‘왜’ 그들이 후원자와 수용자가 되었는가를 관찰해보면 알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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