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친 표면 속 새하얀 속살
‘박용 개인전 내 마음의 풍경展’ | 11월 2~15일 | 갤러리웃다
삶의 분자가 모이듯 거친 질감 속에 까치가 날고 있다. 애잔한 속내에서 풀어내는 단출한 집이 있다. 휘리릭! 하늘에는 바람과도 같은 몇 가닥의 선들이 공간을 꽉 차게 한다.
박용의 작품을 보며 첫 번째로 떠올린 글줄이다. 그는 신념이 있는 그림을 그린다. 거친 표면의 속은 순박하게 희다. 그 흰 속살이 잔잔하게 화면에 떠오를 때 몇 가닥의 선으로 풍경을 안착시키고 그 속에 잔잔히 우리의 삶을 놓아둔다.
봄에는 빗 그어진 언덕 사이로 아지랑이가 오를 것 같고, 여름에는 투박한 지붕 위로 청청한 비가 내린다. 가을에는 온 화폭에서 낙낙한 낙엽의 향취가 배어나며, 온통 휩싸여 뾰족이 나온 풀섶은 그대로 겨울이다. 그의 화폭은 그대로 사계절을 안고 있는 것이다.
넉넉한 그릇에서 인정이 나듯 예술세계의 삶 또한 그렇다. 쪽박 속에는 곰팡이가 피지만, 큰 박속에는 하얀 삶이 영근다. 그는 큰 박을 가꾸는 신실한 농부이다. 지리부리한 시대를 살며 순백의 고향을 찾고 그리는 그는 큰 존재감으로 다가온다.
오늘! 그의 그림을 보며 기억 한편의 고향 언덕을 떠올린다. 그곳에 그가 있었다. 순박하게 웃고 있는 그가 있었다.
문의 ☎070-8263-4312(대전 서구 둔산동 2016번지 2층)
글=이순구(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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