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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회피하면 탈출구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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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 회피하면 탈출구는 없다
  • 강수돌 고려대 경영학부 교수
  • 승인 2014.11.03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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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돌의 '어깨동무사회' | 세월호 참사와 대입출제 오류의 공통점

선장 책임 묻는 건 당연, 그러나 참사 진실은?
평가원·지리학회 오류 인정 안 해 수험생 피해
연출됐다는 제2롯데월드 균열, 진실회피 아닌가


지난 10월 27일 광주지법 형사11부(부장판사 임정엽) 심리로 열린 세월호 승무원 15명에 대한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이준석 선장(68)에 대해 사형을 구형했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승객 304명을 사망 또는 실종에 이르게 한 혐의다. 또 1등 항해사 강모(42)씨와 2등 항해사 김모(46)씨, 기관장 박모(53)씨에 대해서는 무기징역을 구형했다. 3등 항해사 박모(25·여)씨와 조타수 조모(55)씨 등에게는 징역 30년이, 견습 1등 항해사 신모(33)씨에게는 징역 20년, 나머지 8명에게는 징역 15년이 각각 구형됐다.


검찰의 논리는 이렇다. “선장이 세월호 총책임자로서 사고 원인을 제공했고 ‘승객들이 다 내릴 때까지 선박을 떠나면 안 된다’는 선원법에 명시된 의무를 어겼”으며 “선내 대기 방송 후 구호조치나 피해를 만회할 노력, 퇴선 후 구조 활동도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이어 검찰은 “승무원으로서 해운법에 의한 운항관리규정, 수난구호법 등을 토대로 이들에게는 보증인적 지위가 인정된다”며 “침몰 가능성과 승객들이 선내 대기한 상황에 대한 인식을 하고, 구조가 용이한 상황에서도 퇴선 명령 등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은 또 “4월 16일은 ‘안전 국치일’로 역사상 가장 부끄러운 기억으로 남게 됐고 사고 전후로 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는 화두를 던졌다”며 “피고인들은 승무원으로서 비상 상황 발생 시 본연의 의무와 책임을 방기하고 위험을 조금도 감수하려 하지 않아 참사를 발생시켰다”고 강조하며 승무원으로서의 책임을 부각시켰다. 결국, 선장 등 4명에게는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고, 3등 항해사와 조타수에게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혐의가 적용됐다. 나머지 승무원 9명은 유기치사 상 혐의를 받았다.


이제 남은 것은 판사의 선고다. 나는 이러한 검찰의 구형 및 구형 이유가 전혀 터무니없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에게 본연의 책임을 묻는 것은 너무나 지당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4월 16일에 발생한 세월호 참사가 과연 선장을 비롯한 승무원들에게만 국한된 문제인지, 나아가 이런 재판을 통해 참사의 진실이 제대로 규명된 것인지 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다. 오히려 이런 식의 ‘꼬리 자르기 식’ 재판은 세월호 참사의 진실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다시 말해 참사의 진실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는 국내외 여론의 압박을 여전히 부정하고 부인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런 점은 세월호 결심 공판 직전에 나온 작년 수능 문제 판결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들과 상당히 닮아 있다. 작년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은 ‘출제 오류’라는 서울고법 판결이 10월 16일에 나왔다. 서울고법 항소심(부장판사 민중기)은 논란이 된 이 문제에 대해 ‘정답이 없다’고 판결했다. 일단 이러한 선고는 진실의 승리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3점짜리 문제로 인해 수능등급까지 달라질 수 있어 1만 8000명이나 되는 학생들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1년이 가까운 지금에 와서야 ‘정답이 없다’는 판결이 났으니, 이 일을 어찌할 것인가?


처음에 이 문제가 이상하다는 문제제기가 있었을 때 출제 주관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출제 상 오류를 인정하고 합당한 처리를 했다면 일이 이렇게 꼬이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평가원은 오류를 인정하지 않았다. 나아가 평가원은 지리학회 두 군데에 의견을 물었는데, 두 학회 모두 출제 오류가 아니라는 의견을 냈다. 학회조차 양심과 상식에 입각한 의견을 내진 않았던 것이다. 게다가 평가원은 큰돈을 들여 대형 로펌 변호사를 6명이나 사 소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도 상식에 맞는 판결을 내리지 않았다. 정답이 없는 문제에 대해 정답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평가원이 옳다고 했던 것이다. 그리고 이제 와서 고등법원은 정답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원래부터 출제 상 오류로 정답이 없던 문제였으니 그나마 다행이다.


바로 여기서 우리는, 진실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진실을 부정하거나 거부하는 잘못된 태도가 우리 사회 곳곳에 존재함을 알게 된다. 세월도 참사에서도, 수능 출제 오류에서도 이런 문제가 발견된다. 또 10월 14일에 임시 개장한 제2롯데월드에서 광범위한 균열이 발견됐는데, 제2롯데월드 측은 “시멘트 양생 과정에서 발생한 것 같다”며 안전상 문제는 별로 없을 것이라고 사람들을 안심시켰다. 롯데건설 측도 27일 “바닥 균열이 아니라, 일부러 금이 간 것처럼 연출한 바닥 디자인”이라며 “서울의 옛 느낌을 보여주려는 식당가의 콘셉트를 살리기 위해 금이 간 바닥 디자인을 사용했다”고 해명했다. 과연 이런 해명이 맞는 것일까? 아니면 앞의 사례들과 마찬가지로 진실을 회피하는 잘못된 행위 방식인가?


요컨대, 나는 개인이나 조직이나 사회 전체가 현실의 참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를 차분하게 고치려하기보다는 그 참된 모습을 두려워하여 숨기거나 부정한다고 본다. 그런 맥락에서 관련 정황이나 사실을 조작, 변형하고 엉터리 논리를 펴기 일쑤다. 그래서 뭔가 잘못된 경우엔 ‘희생양’을 찾아 대표적으로 벌을 받게 하거나 ‘꼬리 자르기’ 식의 사후 대응을 통해 정작 책임질 핵심 인물은 슬쩍 빠져나간다. 그리곤 다시 비슷한 일이 반복된다. 갈수록 그 사회는 ‘위험 사회’ 내지 ‘재난 사회’가 된다.


이제, 탈출구는 확실해졌다. 그것은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잘못된 것을 제대로 고치려는 결심을 하는 것이다. 개인도, 조직도, 사회 전체도 그렇게 가야 한다. 그래야 마음의 평화가 오고 행복한 삶이 가능하다. 이 단순한 이치를 거역하면 불행은 반복해서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과연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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