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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실패 두려워 않는 사회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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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이 실패 두려워 않는 사회 만들자
  • 송영웅 팀장(한국일보 신사업기획TF)
  • 승인 2016.08.16 16: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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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포커스 | 벤처창업 OECD 꼴찌



‘기회추구형 창업’ 비중 34개국 중 34위
‘생계형 창업’ 비중은 OECD 전체 중 2위
교육과 창업지원, 과감한 정부 결단 필요


요즘 전화보다 많이 쓴다는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는 올해 만 30세에 불과하다. 그는 초등학생이던 11세 때 부친이 하던 치과병원의 사무용 프로그램을 개발할 정도로 수학 천재였다. 고교시절 주커버그는 음악재생 프로그램인 시냅스를 만들어 마이크로소프트(MS)와 AOL로부터 거액의 인수 및 고용 제의를 받았지만 모두 뿌리치고 하버드에 진학해 페이스북을 개발했다. 대학 친구들끼리 연락처를 공유하려고 만든 페이스북은 2011년 현재 회원만 6억 명이 넘는 글로벌 최대 SNS 플랫폼으로 성장했다. 덩달아 주커버그는 돈방석에 올라 앉아 포브스지 평가 약 69억 달러(약 7조원)에 이르는 세계 35위의 거부가 됐다.


안철수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경우는 다르지만 기존 통념의 틀을 깬 실천가이다. 서울대 의과대학을 나온 안 전 대표는 당연히 갈 것으로 예상됐던 의사의 길을 외면하고 컴퓨터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뛰어들었다. 당시만 해도 생소했던 이 분야는 안 전 대표 입장에서는 엄청난 모험이었을 것이 분명하다. 주변의 우려에도 아랑곳 않고 그는 결국 안철수연구소를 국내 최대의 백신 연구소로 성장시켰다.


주커버그와 안철수 같은 창조적이고 도전적인 사업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은, 그 국가나 사회가 매우 역동적이라는 방증이다. 젊은이들이 편한 길을 놔두고 미래의 가능성에 과감히 자신의 청춘을 던질 수 있는 국가의 미래는 밝다.


우리나라도 산업화 근대화가 진행되던 1970~80년대 말, 그리고 외환위기 이후 벤처붐이 불었던 1990년대 중반에서 2000년대 초에 이런 열정과 패기가 만연했다.


당시만 해도 젊은 시절 한 두 번의 실패는 긴 인생 여정에서 오히려 하나의 값진 경험으로 여겨졌다. 사회도 그런 이들의 실패를 결코 낙오로 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 사회는 급격히 조로(早老)하고 있다. 젊은이들의 관심사는 창업이나 연구가 아니고, 공직자나 회사원이 되거나 국가자격증을 따는 데 쏠려있다. 젊은이들의 상당수는 실패가 두려워 아예 도전을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한 번의 실패라도 하면 더 이상 만회가 불가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부모 슬하에서 웅크리고 사는 캥거루족이 한 둘이 아니다. 이런 사회는 미래가 없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4일 발표한 ‘기업가정신’ 관련 보고서는 이 같은 우려를 그대로 반영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4년 기업가정신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벤처기업 같은 ‘기회추구형 창업’ 비중이 21%로 34개국 중 34위로 꼴찌에 랭크됐다. 상위권인 덴마크(76%) 네덜란드(67%) 핀란드(66%)와 비교해 부끄러운 수준이다.


반면 ‘생계형 창업’ 비중은 OECD 전체에서 2위를 차지했다. 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가지고 도전적이고 열정적으로 창업하는 사람은 적은 반면, 당장 앞만 보고 치킨집이나 분식집을 차리는 자영업들만 많다는 얘기다.


이렇다보니 우리나라 소기업(고용인원 1~9명)의 부가가치 창출 비중은 13.67%로 최하위권인 32위다. 제조업 부문 소기업의 1인당 생산성도 3만 5100달러로 34개국 중 33위에 머물렀다.


OECD는 이런 문제가 발생한 데는 기업가정신을 막는 장애요인들이 많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내 기업가정신의 장애요소는 0(가장 낮음)에서 6(가장 높음)을 기준으로 할 때 지난해에 3.01로 10년 전인 2003년(2.98)보다 오히려 높아졌다. 특히 사업 초기 창업자에게 행정 절차로 인해 주는 부담이 30개국 중 21위로 높았다.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의 굴레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청년창업이 사라지고, 기존 경제 상황에 안주해 미래를 대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발생하는 데는 대기업 중심으로 꽉 짜인 산업구조, 중산층의 증가, 소비 향락적인 문화 풍조 등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이런 정체된 국가는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지금 우리사회에서도 이런 전조가 보인다. 일본식 장기 불황을 막기 위해선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선 교육과 창업지원에서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 천편일률적인 교육에서 벗어나 창의성과 독창성을 인정하는 교육이 펼쳐져야 한다. 그리고 과감한 창업과 연구개발에 뛰어 들었다 실패한 청년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도적인 지원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이와 더불어 젊은이들의 실패를 용기와 열정으로 인정해주는 사회적인 공감대도 함께 형성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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