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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권위자의 암 치료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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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0대 권위자의 암 치료 ‘비법’
  • 최태영 기자
  • 승인 2016.05.25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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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의를 찾아서 | ②유성선병원 부인암센터 최석철 박사



독일 연수시절 장대에 카메라 매달아 수술 녹화해 공부
“암 치료, 팀워크가 중요… 골반수술연구회 결성할 것”
간호사 치료 부탁 선두훈 이사장과 인연으로 선병원 행


원자력병원 산부인과 최석철(51) 과장이 이달부터 유성선병원 부인암센터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최 박사는 산부인과 부인암 분야에서 국내 10대 명의로 꼽히는 인물. 자궁경부암, 난소암, 자궁내막암, 외음암, 융모상피암 등 부인과 종양 분야에서 다루지 못하는 수술이 없을 만큼 의술이 뛰어난 실력파로 인정받고 있다.


최 박사가 국내서도 암 전문 의료기관으로 유명한 원자력병원에서 지방에 있는 선병원을 택한 이유는 무얼까. 유성선병원에서 최 박사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던 중 선병원과 인연을 맺게 된 아주 특별한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암은 자궁 절제? NO


선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김씨는 1년여 전 자궁경부암을 진단받았다. A씨는 자궁 내 암은 물론 대동맥 주변과 골반 등에도 림프절(인파선)이 전이된 상태였다. 자궁(경부)암 환자 중 희귀 질병으로 위험 요소를 모두 갖고 있어 생명까지 위독했던 상황.


김씨는 당시 서울의 유명병원에서 수술을 예약한 상태였다. 이 소식은 선병원 영훈의료재단 선두훈 이사장의 귀에도 들어갔다. 정형외과 의사(고관절 분야 전문의)인 선 이사장이, 그것도 자신이 운영하는 병원 직원인 김씨의 절박한 소식을 듣고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던 모양.


선 이사장은 곧바로 본인의 모든 인적 네트워크를 가동, 서울 등지에 있는 부인암 분야 명의를 찾아 나섰다. 그러던 중 당시 원자력병원 산부인과 과장으로 재직하고 있던 최석철 박사에게 도움의 손길을 요청한 것.


최 박사는 “당시 선두훈 이사장이 직접 간호사를 데리고 찾아 왔었다”며 “선 이사장의 열정과 관심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그 놀라움은 단순히 환자를 직접 데리고 온데서 그치지 않고 줄곧 계속 됐다”고 했다.


최 박사는 “선 이사장이 당시 아픈 간호사를 데리고 CT, MRI 등 각종 사진 촬영은 물론 치료를 위해 이곳저곳 알아보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정말 대단한 분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씨는 당시 크기가 5㎝ 정도나 되는 선암(암의 종류)이었다”며 “통상 자궁경부암의 경우 편평세피세포암이 80%로 주를 이루는데, 하필 김씨는 그 나머지 10~15%에 속하는 선암이었다”고 했다. “단순히 자궁 내 뿐만 아니라 흉부 일대까지 암이 퍼져 있어 매우 위중한 상태였다”는 것.


최 박사는 우선 두 차례 항암치료를 시행했다. 이를 통해 종양의 크기를 5㎝에서 2㎝로 줄일 수 있었다. 대동맥 등 퍼져 있던 림프절 역시 대부분 소멸돼 있었다. 최 박사는 한 차례 더 항암치료를 시도했다. 이후 종양 크기는 1.5㎝로 또다시 줄어들었다. 종양의 크기를 줄인 뒤 수술을 하는 ‘선행항암화학요법’(선 항암치료 후 수술)을 시도한 것.


최 박사는 모두 세 차례의 항암치료를 끝낸 후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 시간만 총 8시간 30여분. 복강경으로 신장, 동맥, 정맥 등에 퍼져 있던 인파선을 모두 잘라 냈다. 복강경을 이용한 광범위 자궁경관 절제술이다. 이 수술이 가능한 것은 국내에서 한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일반적인 복개수술과 달리 자궁을 절제하지 않기 때문에 임신을 원하는 젊은 여성들에게 효과적이다.


최 박사는 “수술 결과는 ‘해피’했다”며 “당초 사전에 예약했던 곳에서 수술을 했더라면 흉부를 크게 절개해야 하는데다 장기 손상도 매우 심각했을 것”이라고 했다. 의사의 판단이 얼마나 중요한 지, 의사는 ‘환자’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던졌다.


최 박사는 “김 간호사를 치료하면서 선두훈 이사장, 넓게는 선병원과 연이 닿아 이곳(유성선병원)까지 오게 됐다”며 웃었다.


그는 “선병원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이곳이 정말 병원이야’ 할 정도로 매우 잘 갖춰진 각종 시설은 물론 간호사, 코디네이터 등 직원들의 친절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며 “이곳에서 앞으로 내가 해야 할 진짜 의사로서의 일을 찾고 싶다”고 했다.


난소암에 대해서도 최 박사는 표준 치료만으로 완치가능성을 높이거나 재발률을 낮추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난소암은 발견되면 대개 3기 이상인데, 표준 치료는 전자궁 절제술, 양측 난소 나팔관 절제술, 장을 덮고 있는 대망 절제술이다. 그는 “3기 이상은 양측 골반 림프절 절제술, 부대동맥 림프절 절제술, 때로는 횡경막 박지술, 복막 박지술까지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국내 최고 권위의 병원에서 수술이 불가능하다는 판정을 받고 찾아온 환자를 수술해 성공하기도 했다.


   국내 최초 ‘리어수술법’ 배워


그는 의료계에 다소 뼈 있는 교훈을 던졌다. 의사들이 환자 진료에 앞서 X-ray를 비롯해 CT, MRI 등 각종 사진 및 관련 자료를 충분히 섭렵한 뒤 진찰하라는 것.


최 박사는 “의사들이 진료 전 최소 30~40분의 시간을 할애해 환자에 대한 사전 준비를 하면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질환이나 질병을 찾아 낼 수 있다”며 “사실 국내서 이렇게 하지 않는 의사들이 꽤 많다”고 했다.(그는 인터뷰 도중 웃으며 의료진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최 박사는 의사 집안이다. 부친이 신경외과 의사이고, 두 동생 역시 의사다.


최 박사는 “환자에 대한 생각을 떠나 일 자체를 좋아하고 사랑하면 자연히 명의가 되지 않겠느냐”며 “아버지의 영향을 받은 탓도 있지만 내 스스로가 환자에 불성실할 경우 ‘내 안’에서 그걸 용서치 않는다”고 했다.


독일 연수 시절 재미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2004년 독일 라이프치히대학병원에서 연수할 때 헤켈 교수의 수술 장면을 보고 싶어 어시스트(보조)를 요청했는데 병원 측이 허락하지 않았다. 독일 의사 면허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헤켈 교수는 ‘리어’(Leer) 수술법을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술하는 교수로 명성을 얻고 있었다.


이는 자궁경부암에서 골반 등 인근 장기까지 전이된 환자에게 주로 시행하는 수술이다. 아직까지 국내 산부인과 교과서에는 골반벽까지 전이된 암은 수술이 불가하다고 돼 있다.


최 박사는 이 수술법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찾아낸 방법이 녹화. 긴 막대기 끝에 6㎜ 카메라를 매단 채 여분의 배터리를 들고 사다리를 타고 올라간 뒤 헤켈 교수의 수술 장면을 기록했다. 들고 있기 힘들 만큼 팔이 아파도 참고 이를 녹화한 뒤 공부했다. 배움에 대한 그의 열정과 ‘독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8년 전의 일이다. 거제도에서 환자가 찾아왔는데 암이 외음부, 직장, 방광까지 전이돼 있었다. 리어 수술은 15시간 30분 동안 진행돼 새벽 3시에 끝났다. 그날은 최 박사의 생일이었다. 그는 “생일날 생애 최대의 선물을 받은 기분이었다”며 “지금까지 깨끗한 상태여서 보람이 크다”고 했다. 그는 “잘 하는 의사의 수술을 봐야 하고, 자기 수술을 기록해서 반드시 봐야 한다”고 후배 의사들에게 조언했다.


   암 치료, ‘팀워크’가 가장 중요


그는 암 치료는 팀워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나 혼자 잘났다고 되는 게 아니라는 것. 암 환자의 경우 정형·흉부외과, 비뇨기과, 이비인후과, 영상의학과, 방사선과 등 연관된 진료 분야가 많아 충분한 협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오래 전 협진 개념이 드물던 국내 의료계에 사실상 이를 도입 시행해 온 개척자인 셈이다.


최 박사는 이달부터 유성선병원에서 진료를 시작했다. 병원 측에선 앞서 최 박사를 위해 전담 간호사 한 명을 원자력병원에 연수 보냈다. 이 병원에서도 드문 사례다. 암센터에 대한 진료를 보강하겠다는 병원 측 의지도 엿보인다.


최 박사는 선병원에 부임한 뒤 암 치료를 위해 무엇보다 ‘팀워크’를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골반수술연구회를 결성하는 게 작은 목표다.


그는 “암 치료는 물리적(항암, 수술 등) 치료가 절반이고, 나머지 절반은 정신적 치료”라며 “지방에서도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부터 환자에 대한 친절 등 최적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시술과 환경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글 최태영 기자 ctywoo@sjpost.co.kr
사진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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