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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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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는 끝났다
  • 김수현(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승인 2014.08.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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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세종 | 지방선거와 시민사회의 사회학
세종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세종운동본부’ 이상점 세종YMCA사무총장이 유한식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왼쪽), 이춘희 새정치민주연합 세종시장 후보와 각각 정책협약식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세종시 시민사회단체들로 구성된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세종운동본부’ 이상점 세종YMCA사무총장이 유한식 새누리당 세종시장 후보(윗쪽), 이춘희 새정치민주연합 세종시장 후보와 각각 정책협약식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법·형식 요건 넘어 철학적 요건 충족 과제

분열·불신 극복, 지역갈등 조정·통합도 중요

신3권 분립, 세종이 시민사회 용광로 되길

김수현 사무처장
김수현 사무처장

6·4 지방선거가 막을 내렸다. 예비선거까지 포함하면 120일 동안의 기나긴 여정이었다. 우선 승자에게도, 패자에게도 격려의 말씀을 전한다. 승자독식 구조인 대한민국 정치문화에서 패자의 고통과 상실감은 더욱 클 것이다. 따라서 당선된 일꾼들은 경쟁자의 정책을 수렴하고 포용하는 통 큰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선거과정에서 시민단체들과 정책협약을 하고, 유권자에게 약속한 공약을 임기 중에 성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이번 지방선거는 세종시 출범 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선거라는 점에서 중차대한 의미를 지녔다. 또한 세종시의 중추기능을 다질 2020년까지의 자족적 성숙단계를 이끌어갈 지도자를 선출한다는 점에서 세종시의 미래와 직결되는 선거였다. 지금까지 지방분권과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선도도시로 태어난 세종시가 법적·형식적 요건을 갖추는 시기였다면, 이제부터는 세종시의 도시계획과 국가정책목표에 기초한 인간존중의 도시, 친환경 도시, 문화예술의 도시, 국제명품의 도시를 지향하는 철학적·내적 요건 충족에 매진해야 할 시기다.

세종시의 시민단체들은 전국적으로도 일찌감치 지방선거 대응기구를 결성하여 시민사회의 의제와 역할을 제고하기 위해 활동했다. 지난 3월 12일 세종YWCA, 세종YMCA, 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세종민예총, 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는 ‘올바른 선거문화 정착을 위한 세종운동본부’를 발족하여 유권자의 알권리 충족과 공정하고 투명한 선거문화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시장 후보 및 교육감 후보 토론회 개최, 정책제안 및 협약식 개최, 부정선거 신고센터 운영, 투표참여 및 사전투표 캠페인 개최 등을 주요 사업계획으로 설정하고 활동했다. 전국에서 최초로 시민단체가 주관하는 교육감 후보 토론회를 개최했고, 시장 후보와는 정책질의 및 협약식을 개최했다. 또한 세월호 추모 분위기를 이어가자는 취지에서 시장 후보 및 교육감 후보와 ‘로고송과 율동을 자제’하는 조용한 선거 서약식을 열었다. 세종교육희망네트워크에서는 교육감 후보와 정책제안 및 협약식을 개최했고, 세종YWCA는 투표참여 및 사전투표 캠페인에 동참했다.

다만 아쉬운 것은 세월호 참사로 인해 시장 후보 토론회를 개최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선관위와 방송국에서 주관하는 토론회는 방청객의 제한과 녹화방송으로 인해 치열한 토론과 현장 분위기를 반영할 수 없다는 맹점이 있었다. 물리적 시간의 부족함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개최하지 못했지만, 시장 후보 간 치열한 현장 토론회를 어렵게라도 열었다면 언론의 관심과 유권자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기여했을 것이라 반문한다.

지금도 돌아오지 못하는 세월호 실종자로 인해 유가족과 국민이 비통에 빠져있다. 또한 정부나 정치권에서 희생자를 위한 책임 있는 논의와 대책을 강구하지 못하면서 유가족과 국민의 불신과 분노는 깊어지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애도 분위기를 함께하자는 취지에서 일체의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공식선거 운동 기간에는 조용한 선거를 지향했지만 역설적으로 후보 간 철저하고 투명한 정책검증의 기회가 축소되었다는 점이 안타까움으로 남는다.

특히 조용한 선거 서약식을 통해 공명정대한 정책대결을 펼치겠다고 약속한 후보들이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돌입하면서 상대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며 씁쓸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다. 올바른 선거를 지향하고, 공정한 선거를 약속하면 무슨 의미가 있냐고 반문하면서 하루에도 상대 후보를 비방하는 문자를 수차례 받는다며 실소하는 유권자의 말씀에 시민사회의 한계를 통감했다.

선거는 끝났다. 선거가 후보 개인이 아닌 진영 간의 경쟁이라면 갈등과 반목은 불가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선거를 축제라고 하지만, 현실은 전쟁에 가까운 것이 사실이다. 배신감도 있을 것이고, 쓰라린 상처와 고통도 있을 것이다. 선거를 한 번 치르고 나면 지역사회의 분열과 불신은 증폭되고 이것이 정치 냉소주의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당선인의 몫도 중요하지만, 지역의 갈등을 조정하고 통합해야 할 시민사회의 역할도 중요할 수밖에 없다.

약속을 지키는 지도자이길 기대한다. 세종시의 미래와 운명을 책임진다는 소명의식을 절감해야 한다. 당선 이후에 시민사회와의 정책협약서가 휴지로 전락하지 않으리라 믿는다. 실질적인 행정수도 건설, 읍면지역과 예정지역 간의 균형발전, 조치원 공동화 대책, 세종시특별법 개정안 후속조치 이행, 민관 거버넌스 구축과 시민참여 활성화 등에 대한 성실한 이행이 담보되어야 한다. 시민사회는 한편으론 협력자로, 한편으론 감시자로 본연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단군 이래 최초로 시민사회가 역동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지역이 세종시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예정지역의 젊은 입주민이 대거 유입되면서 시민사회에 대한 다양한 과제와 역할이 분출될 것이다. 또한 세종청부청사 3단계 이전이 완료되면서 중앙정부에 대한 감시와 견제의 역할도 높아질 것이다. 행정-입법-사법으로 나뉘는 고전적 3권 분립시대에서 정치-시장-시민사회로 분화되는 신(新)3권 분립시대로 재편되고 있다. 세종시가 시민사회의 용광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록 소소했지만 6·4 지방선거에서의 시민사회의 역할이 초석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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