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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과 지방의 차이점
  • 김학용(디트뉴스 주필)
  • 승인 2014.05.25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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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칼럼 | ‘지방 관피아 두목’은 단체장

브로커에 코 꿴 단체장, 지방행정 쑥대밭

시도지사 측근·간부공무원 산하기관 독차지

건강한 지방언론 키워야 지방자치 살아나

충남도의 한 시군 출신 변호사는 얼마 전, 사석에서 "군수를 선거로 뽑지 말고 외부에서 유능한 CEO를 데려오면 좋겠다"고 했다. 군에서 내줄 수 없는 허가를 마구 내주고, 비위 소문이 꼬리를 무는 데도 누구도 제지할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변호사는 "길에서 아무한테나 물어봐도 이런 문제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고까지 했다.

정작 군수로 나올 만한 젊은 인재들은 고향을 떠나고 부패하고 무능한 인물이 군수가 되어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지만 대책이 없다는 하소연이었다. 차라리 지방자치를 포기하고 대기업 CEO 등을 데려와 지역 살림을 맡기는 게 더 낫겠다는 것이다.

이 지역에는 군수가 2명이라는 말이 회자된 지 오래다. ‘주간 군수’와 ‘야간 군수’가 있다는 것이다. 주간 군수는 주민들이 뽑은 군수이고 야간 군수는 주간 군수에게 선거자금 등 뒷돈을 대주고 인허가 사업에 관여하는 브로커를 말한다. 주간 군수는 코가 꿴 상태라서 합법이든 불법이든 야간 군수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수 없고, 지방행정은 쑥대밭이 되고 있다.

군데군데 산허리가 잘려나가며 산림 지역이 허옇게 드러나 있고, 농지에 어떻게 들어왔는지 벤젠을 배출하는 공장이 들어와 버젓이 가동되고 있다. 충남도 감사실도 이런 내용을 알만도 한데 감사해서 조치했다는 얘기는 없다.

이 지역이 좀 더 심한 것으로 보일 뿐, 상당수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벌어지는 일이라고 봐야 한다. 농촌과 도시가 다르지 않고,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에도 차이가 없다고 본다. 행안부 자료에 따르면 민선4기 기초단체장 가운데 47%가 비리와 위법 혐의로 기소됐다. 그 중 일부는 ‘주간 군수’ 같은 사람들이다.

검찰이 ‘관피아’ 척결에 나섰다. 세월호 사고는 주로 중앙부처 공무원들과 민간업체의 유착 관계를 세상에 드러냈지만, 지방에도 그에 못지않은 관피아가 있다. 그러나 지방은 중앙과 다른 점이 있다. 중앙에선 고위직 공무원들이 관피아의 중심에 있는 편이고, 지방에는 공무원보다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과 같은 자치단체장 자신이 관피아의 핵심이다.

대표적인 ‘관피아’는 공직자로서 민간업체와 유착 관계를 통해 사적 이익을 취하면서 국민의 재산과 생명을 저버리는 반(反)공익적 관료집단이다. 민간 업체와 공적 사적으로 교류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중앙부처에서 공무원이 유리하지만 지방에선 임기가 최소 4년 이상 보장되는 자치단체장이 훨씬 유리하다. 아무리 바보 같은 자치단체장도 어떤 업무가 ‘돈’이 되는지는 잘 알고 있다. 지방에선 시장 군수 구청장과 시도지사가 관피아의 중심일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 관피아의 두목이다.

무법천지 세월호를 눈감아준 관피아들은 무고한 생명 300명을 희생시키는 바람에 그 행태들이 백일하에 드러났지만, 지방 관피아의 실상은 여간해선 드러나지 않는다. ‘야간 군수’가 있다는 그 지역도 어떤 사고가 나지 않는 한, 군정은 큰 탈 없이 돌아갈 것이다. 벤젠을 배출하는 공장 인근의 농작물에서 발암물질이 들어간 사실이 밝혀지고, ‘발암 농작물 소동’ 같은 게 빚어진 뒤에야 관피아의 실상이 일부라도 드러날 것이다.

세금만 도둑질하는 관피아의 실태는 세상에 드러날 가능성이 더 희박하다. 지방자치단체서 발주하는 사업이나 용역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특정 업체를 위해 필요도 없는 용역을 발주하고, 여러 업체를 경쟁시켜 더 저렴한 비용으로 할 수 있는 데도 한 곳만 골라 협상을 진행하기도 한다. 기업체와의 유착이 아니고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리’를 독점하는 관피아는 지방에서도 중앙 못지않다. 지방공기업이나 공단의 임원은 거의 간부 공무원 몫이다. 시청의 고위 간부를 지낸 공무원 가운데는 정년을 마치거나 임기는 좀 남겨놓고 지방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들은 공기업에서 공무원 시절보다 훨씬 많은 월급을 받으면서 공무원연금까지 받는다. 수지맞는 장사다.

보통 회사원들은 정년을 채우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회사를 그만두면 월급 100만원 받는 직장도 구하기 힘들다. 이들에 비하면 시도청의 일부 간부들은 딴 세상에 산다. 분명 공무원들에게 주어지는 특혜다.

이런 혜택은 공무원만 누리는 것은 아니다. 시도지사 측근들도 관피아의 혜택을 즐긴다. 지방 공무원 중에도 퇴직한 뒤 건설업체나 용역업체에 들어가 로비스트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다. 대개는 기술직이다. 로펌에서 전관예우를 기대해서 뽑는 판사 출신 변호사와 비슷하다. 변호사와 다른 점은 자치단체장도 로비스트의 활동을 ‘용인’해야 된다는 점이다. 자치단체장의 허락이 없으면 로비스트 공무원을 뽑아도 약발을 발휘할 수가 없다. 지방 관피아에는 사업이든 자리든 그 중심에는 자치단체장이 자리하고 있다.

관피아 문제는 시도지사의 정당한 인사권과 부딪히는 부분이 있다. 공기업이든 산하 기관단체든 사람은 뽑아야 된다. 인사의 최고 감독권자는 자치단체장일 수밖에 없다. 시도지사의 인사권을 줄일 수 있는 적절한 방법은 많지 않다. 시도의회에 인사청문회 제도를 두면 관피아를 조금이라도 억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인사에 청문회를 할 수는 없다.

지방언론이 더 활성화되어야 한다. 관피아 문제를 넘어 지방자치 자체가 언론과 함께 하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다. 시도지사, 시장 군수 구청장이 발주하는 사업의 계약 절차가 공정하고 타당하게 이뤄지는지, 금액은 적절한지, 필요 없는 용역을 발주하는 것은 아닌지 등 시민들이 제대로 알아야 할 사업들은 수백 수천 가지다. 이 모두가 언론이라는 감시의 창을 통해 시민들에게 공정하게 사실대로 전달되어야 한다.

지방 사정을 잘 아는 한 지인은 "지방 자치단체의 부패는 관선군수 시절에 비교할 수가 없을 정도로 심해졌지만 비리가 드러나는 경우는 오히려 크게 줄었다"고 했다. 나는 언론 기능 위축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야간 군수’가 있다는 그 지역에서 ‘야간 군수’ 문제를 보도하는 언론은 한 곳도 없다. 언론도 그런 군수와 공생해야 하기 때문일 것이다.

관피아를 검찰에서 해결할 수는 없다. 근본적으로 언론이 활성화되어야 한다. 그래야 관피아 문제도 줄일 수 있고 지방자치도 살릴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대전시민도 세종시민도, 충남도민도, 시군민들도 후보자 이름과 정당만 보고 투표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지방선거 하지 말고 차라리 CEO를 데려다 군수 시키자는 자탄까지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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