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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근대화에서 파생한 전근대의 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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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근대화에서 파생한 전근대의 산물
  • 김수현(세종참여자치시민연대 사무처장)
  • 승인 2014.07.22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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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고루 세종 | 세월호 참사와 술자리 파문

연고주의 기초한 기득권 구조의 비정상적 행태
다시 아래로부터 시작… 지방선거 출발점 돼야

김수현
김수현

"그동안은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이었는데, 널 보내니 가난만 남았구나." 세월호 어느 실종자 가족의 글이다. 대한민국의 부끄럽고 슬픈 자화상을 그대로 전달하는 글이다. 민심이 분노하고, 하늘이 울고 있다. 세월호 침몰과 함께 대한민국의 국격과 정부의 신뢰도 동반 침몰했다.

산업혁명 이후 근대사회가 태동하면서 개인의 자유와 민주주의도 신장되었지만, 통제와 감시를 핵심으로 하는 국가주의도 강화되었다. 미셸 푸코는 <감시와 처벌>에서 근대사회를 ‘감옥의 역사’라고 명명하기도 했다. 국가는 효율적 관리라는 미명 아래 획일화와 표준화를 강조했다. 국가주의 앞에서는 전쟁도 독재도 정당화되었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 추진한 조국 근대화도 맥락을 같이 한다.

국가주의의 핵심은 통계학에 기초한 시스템의 관리이다. 국가 관리와 국민통제를 위해서는 정교하고 촘촘한 시스템 구축이 전제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역설적이게도 민주주의가 발전한 선진국일수록 국가의 효율적 관리를 위한 시스템 구축이 정교하다. 자본의 논리가 횡행하는 신자유주의도 경쟁력의 핵심은 시스템이다. 사람도 그렇지만, 시스템이라는 것도 위기관리에서 진가를 발휘한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어린 학생들은 전 근대, 비정상의 희생양들이다.  이제 다시 아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6·4지방선거가 되어야 한다.
세월호 참사로 목숨을 잃은 어린 학생들은 전 근대, 비정상의 희생양들이다. 이제 다시 아래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 출발점은 6·4지방선거가 되어야 한다.

세월호 침몰 이후 세종시에서도 선거운동을 자제하고 비통에 빠진 유가족과 국민의 상처를 어루만지는 애도사가 줄을 이었다. 모든 정당과 모든 후보가 그 뜻에 동참했다. 생사의 갈림길에서 처절하게 몸부림하는 어린 꽃들의 무사생환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에는 차이가 없었다. 옳았다. 마땅히 그랬어야 했다.

그러나 전 국민의 무사생환 염원에 찬물을 끼얹는 희대의 사건이 발생했다. 전국적으로 언론의 지탄을 받은 술자리 폭탄주 파문이다. 모 정당의 청년모임에 유력한 시장 후보와 교육감 후보가 참여했고, 부적절한 발언과 처신으로 세종시의 명예와 자존심을 처참하게 실추시켰다. 술자리에 참석한 것 자체가 문제였다. 후보 자격을 떠나 지역의 어른으로서 부적절한 모임에 대해 꾸짖는 것이 도리였다.

특히 유력한 교육감 후보의 발언은 귀를 씻고 들어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다. 교육보좌관 운운하며 시장 후보에게 지지를 표명한 것은 선거법 위반은 차치하고라도 교육의 중립성과 독립성을 스스로 부정했다는 점에서 충격파가 대단하다. 더군다나 대한민국의 미래인 아이들이 차가운 바다에서 암흑과 사투하며 절규하고 있을 때 발생한 교육계 원로의 부적절한 발언이란 점에서 실망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술자리 폭탄주 파문은 단순한 개인의 실수로 치부해서는 안 된다. 연고주의에 기초한 지역 기득권 구조의 비정상적 행태가 낳은 필연적 결과이다. 그물망처럼 켜켜이 쌓인 토착 기득권 구조에서는 합리적이고 상식적인 판단의 폭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상화되고 습관화된 연고주의의 총체적 구조가 대한민국에 만연한 것이 엄연한 사실이다.

세월호 참사와 술자리 파문은 전근대의 산물이다. 전자가 시스템의 부재였다면, 후자는 연고의 과잉이었다. 근대의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하는 ‘이성’과 ‘합리성’이 존재할 수 없었던 총체적 부실의 집약체였다. 위기관리 시스템의 부재는 1970년대 이후 조국 근대화 과정에서 변형된 국가주의의 사생아였다면, 연고의 과잉은 정치적 과정에서 강화되고 악용된 지배 권력의 사생아였다. 아이러니한 것은 전근대의 산물이 조국 근대화에서 파생되고 강화됐다는 점이다.

대한민국은 전근대와 근대, 탈근대가 씨줄과 날줄로 얽힌 복합사회이다. 혹자는 이러한 다층적 구조에서 대한민국의 경쟁력인 역동성을 찾기도 한다. 그러나 발전모델에 대한 지향이 어떠하든 간에 핵심은 ‘비정상의 정상화’이다. 국가에서부터 개인에 이르기까지 근본적인 성찰과 합리적인 제도적 개혁이 절실하다.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세월호 참사로 인해 안타까운 것이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을 검증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5월 10일을 전후로 각 정당의 후보들이 확정되는 만큼, 지속적인 애도와 함께 후보들에 대한 철저한 검증도 병행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정치 불신으로 인해 투표율이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기우로 그치길 기대한다. 시민사회에서는 각 정당과 후보에게 조용한 선거를 유도하기 위해 ‘율동’과 ‘로고송’ 금지를 제안할 계획이다.

어린이날 행사도 대부분 취소되었다. 아이들에게 한없이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뿐이다. 세월호 참사로 인한 슬픔과 분노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전근대의 희생양, 비정상의 희생양으로 스러져간 학생들에게 진심으로 고개 숙여 용서를 구한다. 그리고 다짐한다. 다시 시작하겠다고. 아래로부터 출발하겠다고. 그 시발점이 6·4 지방선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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