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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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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
  • 김지용(영화감독, 중부대 연극영화학과 교수)
  • 승인 2016.05.26 09: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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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 쉐이크 | ‘뉴스룸’

언론, 보수-진보 나뉘어 진실마저 호도

각기 다른 메시지 지닌 정보 ‘양날의 검’

김지용
김지용

"미국은 위대한 나라가 아니에요. 그게 제 답변입니다. 〔중략〕 우리가 잘하는 건 딱 3가지 밖에 없어요. 인구 당 감옥에 가는 비율, 천사가 진짜라고 믿는 성인 비율, 그리고 국가 방위비입니다. 2위부터 27위까지 다 합해도 우리가 더 많이 씁니다. 그 중 25개는 우리 우방국이지요. 〔중략〕 미국이 위대했던 적도 있었죠. 정의를 위해 일어섰고, 도덕성을 위해서 투쟁했죠. 도덕적인 이유로 법을 만들기도 폐지하기도 했었습니다. 가난을 물리치려고도 했지만 가난한 사람이랑 싸운 건 아니죠. 희생도 하고, 이웃을 걱정했었죠. 인간답게 행동했고 우리는 지성을 열망했지만 우습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열등한 존재가 되는 건 아니거든요. 지난 선거에 누구에게 투표했는지 그런 걸로 자신을 평가하지 않았어요. 쉽게 겁을 먹지도 않았고 우리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에게 주어진 유산이 있었기 때문이죠. 위대하고 존경받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있다는 걸 인식하는 겁니다."

아론 소킨(Aaron Sorkin)의 최근작품 중 <뉴스룸>(2012)의 한 장면에서 나오는 대사다.

드라마의 첫 회 첫 장면에서 주인공인 윌 멕어보이(제프 다니엘스 분)는 대학의 한 토론회에서 여학생에게 미국이 왜 위대한 나라인지 한 줄의 말로 표현해달라는 질문을 받는다. 같이 있던 두 명의 패널들은 다양성과 기회, 혹은 자유를 위한 자유라는 말을 하며 청중으로부터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윌은 당혹해하며 제대로 된 답변을 하지 못하다가 사회자의 냉소를 받자 곧 ‘미국은 더 이상 위대한 나라가 아니다’라는 말로 앵커 특유의 포문을 열기 시작한다.

윌 맥어보이. 미국의 인기 쇼프로 진행자인 제인 레노에 비교될 정도로 잘나가는 뉴스쇼, ‘뉴스나이트 2.0’의 메인 앵커다. 9살에 대학을, 21살에 로스쿨을 졸업한 수재다. 검사 출신으로 한쪽 편을 들지 않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건방지며 까칠하고 잘난 척 하는데다 공공연한 공화당 지지자이자 보수주의자다.

그러던 어느 날, 과거 자신에게 상처를 줬던 옛 연인 맥켄지가 뉴스룸으로 복귀한다. 그녀의 지휘 아래 뉴스나이트 2.0은 언론으로서 제 역할을 하는 뉴스로 변하기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윌도 자신의 주관을 내기 시작한다.

이 드라마는 역시 아론 소킨이 시리즈 중 일부를 집필했던 <웨스트윙>과 비견할만하다. <웨스트윙>은 바틀렛 대통령과 보좌관들, 백악관 스태프들이 정치현장에서 치열하게 고군분투하는 모습을 밀착해서 보여줬다. <뉴스룸>은 그 정치현장을 민주주의의 주인인 유권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극우 권력과 치열하게 싸우는 언론인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뉴스룸>을 관통하는 구도는 뚜렷하다. 바로 유권자 및 언론과 ‘티파티’의 전쟁. 티파티는 극우적인 공화당 세력이며, 고상한 표현으로 보수의 탈을 쓴 수구꼴통 집단이다. 주인공 앵커 윌 멕어보이의 정의에 따르면 ‘미국의 탈레반’이다.

뉴스룸에서 윌과 그의 동료들은 언론인으로서 ‘공정성의 편향’을 버리겠다고 선언한다. 동시에 치열한 티파티와의 전면전을 성토한다. 자신의 생각과 주관을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유권자에게 제대로 된 판단기준을 제공하고 검증하겠다고 다짐한다.

최근의 대한민국은 보수언론과 진보언론으로 나뉘어 수많은 정보가 각기 다른 메시지를 지닌 채 무분별하게 살포되고 있다. 진실과 진정성이 호도되는 양상까지 벌어지며 많은 이들에게 절망과 실망을 준다.

정보라는 것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전달하느냐에 따라 우리 모두가 안고 있는 난제를 푸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대한민국 역시 위대한 나라가 아니에요.’ 우리의 오만과 과장, 위선과 독선 등을 이제 다시 돌아보며 새롭게 시작해야한다.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첫 번째 방법은 문제가 있다는 것 자체를 인식하는 것이다."<뉴스룸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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