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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안식 바라는 간절함 바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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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안식 바라는 간절함 바치고파
  • 한동운(음악칼럼니스트, 목원대 외래교수)
  • 승인 2014.05.04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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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 노트 | 진혼곡,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며
‘죽은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1903년, 사끼마 미술관(일본 오사카) 소장. 콜비츠가 36세에 그린 이 작품은 전쟁의 세기에 어머니와 아들이 겪게 될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 11년 뒤 그의 아들 페터(Peter Kollwitz)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사했다. 악보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레퀴엠의 첫머리 입당송 부분이다.
‘죽은 아이를 안고 우는 어머니’ 케테 콜비츠(Kathe Kollwitz), 1903년, 사끼마 미술관(일본 오사카) 소장. 콜비츠가 36세에 그린 이 작품은 전쟁의 세기에 어머니와 아들이 겪게 될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실제 11년 뒤 그의 아들 페터(Peter Kollwitz)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전해 전사했다. 악보는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레퀴엠의 첫머리 입당송 부분이다.

르디 ‘진노의 날’ "과실 책임 응당한 것"

모차르트 ‘눈물의 날’ "그들에게 안식을…"

포레 ‘천국에서’ "천사가 그대를 낙원으로…"

한동운
한동운

4월 16일 세월호 침몰이라는 비보는 온 국민을 슬픔의 도탄에 빠지게 했다. 세월호 탑승자의 생사에 대한 간절한 희망의 끈은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잇게 했다. 그러나 국가의 미숙한 사고대처와 곪을 대로 곪은 한국 사회 병폐의 결과 때문은 아닌지, 부끄럽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그래서 가슴은 더욱 먹먹하고 삶은 무기력하다.

세월호 희생자들과 비통한 심경에 빠진 유가족들에게 어떤 말과 음악으로도 위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다만 희생자들의 영원한 안식을 바라는 간절함을 진혼곡(Requiem)에 담아 그들에게 바친다.

죽은 자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한 미사, 레퀴엠의 첫머리 입당송 "영원한 안식을 저들에게 주소서, 주님"(Requiem aeternam dona eis, Domine), "끝없는 빛을 저들에게 비추소서"(et lux perpetua luceat eis)를 통해 세월호 희생자의 안식을 간절히 바란다.

희생자 가족들의 가슴 찢어지는 절규를 들어보았는가? 그 절규는 무책임한 관계자들에 대한 분노의 성난 파도로 되돌아온다. 진노의 날(Dies irae), "진노의 날, 바로 그날, 온 천지가 잿더미 되는 그 날, 다윗과 시빌라가 예언한 날. 얼마나 두려울 것인가! 심판자가 당도하실 그때, 온갖 행실을 엄중히 저울질하리." 심판의 대상은 세월호 참사를 만든 그들이다. 그 과실에 대한 책임은 응당한 것! 베르디의 <레퀴엠>(Messa da Requiem Op.48) 중 진노의 날이 표현하는 것처럼 죄지은 자의 엄중한 형벌이 얼마나 괴로운지 그 소통의 외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 책임자들은 모든 진실을 은폐할 수 없다. "보라! 모든 행위의 기록들이 엄밀하게 책에 적혔으니 그 장부 따라 심판 하시리, 심판 주께서 좌정하실 때 모든 숨겨진 행위가 드러나리니 죄지은 자 벌 받지 않는 일 없으리라" 베르디의 레퀴엠 중 ‘기록된 책은’(Liber scriptus).

시간이 갈수록 먹먹해지는 가슴과 멈추지 않는 눈물은 차가운 바다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고통스럽게 숨을 거뒀을 그들에 대한 애도의 눈물이다. "눈물의 그 날, 그날이 오면, 잿더미에서 그가 일어나, 죄지은 자를 심판하러 오리라! 주여, 자비로써 그들을 사하소서, 긍휼의 주 예수여 축복하사, 그들에게 안식을 주소서." 모차르트의 레퀴엠(Reqiem in D minor, K.626) 중 라크리모사(Lacrimosa, 눈물의 날). 가사의 내용이 무엇이든 상관없다. 세상의 모든 슬픈 음악은 그 날의 비통함에 눈물짓게 한다.

세월호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기 위해 분향소를 찾는 추모의 물결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분향소를 찾는 사람들 저마다 희생자의 넋을 위로하고 명복을 빈다. 억울한 죽음 앞에서 천국과 낙원이 다 무슨 소용이 있을까 만은 그래도 간절히 구해 본다. "천사가 그대 망자를 천국으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낙원에 도달한 당신을 순교자들이 나와 맞아주고 성도를 예루살렘으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천사들의 합창이 당신을 맞아 주고, 옛날 가난했던 라자로와 함께 영원한 안식을 얻길 바라나이다." 포레의 <레퀴엠>(Requiem in D minor, Op.48) 중 ‘천국에서’(In Paradisum).

세월호 참사의 슬픔에 하늘도 어찌할 수 없나 보다. 사흘째 비가 내린다. 그래도 아직 찾지 못한 실종자가 많은데 어찌하라고, 가족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하다.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기원하는 마음이 진혼곡으로 전달되었는지 잘 모르겠다. 다시 한 번 세월호 희생자들의 명복을 기원하고, 유가족들에게 힘내시라는 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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