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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독립 보장, 진실추구 의무 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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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독립 보장, 진실추구 의무 다해야
  • 임연희 기자
  • 승인 2014.04.25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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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창 | 선거판 ‘기레기’된 언론

세월호 침몰현장, 선거판에 ‘기레기’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기레기는 ‘기자+쓰레기’를 일컫는 말이다.

세월호 침몰현장에 때 아닌 ‘기레기’ 소동이 빚어지고 있다. 기레기는 ‘기자+쓰레기’를 일컫는 말로 연예인 뒤꽁무니를 쫓아 은밀한 사진 한 컷과 함께 열애사실을 폭로하거나 기사 쓰겠다고 협박해 광고와 바꿔치기하는 사이비 기자를 비하하는 말쯤으로 쓰였다. 그런데 지난 16일 진도 앞바다에서 세월호가 침몰해 200여명의 생사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언론은 쉴 새 없이 ‘뉴스특보’를 쏟아내며 ‘기레기’를 자초하고 있다. 언론의 사명과 책임마저도 세월호와 함께 깊은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다.

사고 당일 발행된 석간 문화일보와 내일신문의 ‘수학여행 학생 325명 전원 구조’ 오보는 경기도교육청의 발표를 확인 없이 썼다는 점에서 과실이 있지만 긴급 상황 속에서 생긴 일이니 그래도 이해할만하다. 하지만 자신을 민간잠수부라고 밝힌 홍가혜 씨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부 관계자가 민간 잠수부 투입을 막고 있다. 현장 정부 관계자가 대충 시간이나 때우고 가라고 말했다"고 보도한 MBN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제재가 불가피해 보인다.

또 사고 첫날 구조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학생들의 사망보험금을 계산해 그림으로 보여준 MBC뉴스와 구조된 학생과 인터뷰하면서 "친구가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느냐"고 물은 JTBC도 거센 비난을 샀다. SBS는 부모와 오빠를 잃은 6살 어린이의 실명과 얼굴을 여과 없이 공개했는가하면 생방송 도중 대기 중인 기자의 웃는 모습까지 그대로 내보냈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자식의 시신을 부여잡고 오열하는 부모와 이를 넋 나간 표정으로 바라보는 다른 가족들을 플래시까지 터뜨려가며 근접 촬영하는 카메라도 참 밉고 야속하다.

세월호와 관련된 언론의 과열 보도경쟁과 오보, 취재현장에서 지켜져야 할 기본적 윤리강령 실종을 보면서 기자들을 싸잡아 ‘기레기’라고 손가락질하며 "기자들은 다 나가라"고 소리치는 데 고개가 끄덕여진다. 다만 이런 잘못된 보도행태들로 인해 긴 시간 사고현장에서 밤샘 기사를 쓰고 리포트를 써야하는 기자들 전체가 ‘기레기’로 매도되는 건 안타깝다.

지방선거에도 ‘기레기’ 판 쳐

‘기레기’들은 지방선거에도 판을 치고 있다. 선거와 관련한 확인되지 않은 사실들에 대해 ‘카더라~’식 보도를 일삼고 후보들은 이를 받아 트위터, 페이스 북과 폐쇄형 SNS인 ‘밴드(BAND)’ 등을 통해 무차별적으로 확산시킨다. 확인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들이 이중삼중으로 대량 살포되는 수준이다.

최근 지방선거 예비후보인 A씨에 대한 루머성 기사가 한 인터넷매체에 실렸고 경쟁후보 측에서는 보도가 사실인양 SNS와 카카오 톡을 통해 해당기사를 유포시켰다. A씨 측은 언론사와 인터넷 댓글로 적극 해명했지만 이미 SNS에서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가 손쓰기가 어렵다고 했다. 상대후보의 약점을 잡아낸 후 보도자료를 만들어 익명의 제보인양 기자들에게 제공하고 일부 기자들은 사실 확인도 거치지 않은 채 그대로 기사화한다.

기자 자신이 후보자와 결탁해 적극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는 경우도 있다. 특정후보에게 유리한 기사를 쓰거나 반대로 경쟁후보를 곤경에 빠뜨리는 음해성 기사들을 서슴지 않는다. 이 경우 후보들 사이에서는 어떤 기자와 어느 후보가 무슨 사이인지 알지만 언론과의 분쟁으로 선거에서 손해를 볼까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다고 한다.

한 정당 관계자는 지난 2012년 총선 당시 특정 기자와 국회의원 후보 사이 밀착관계로 인해 경쟁후보의 보도 건수가 현격히 적었을 뿐 아니라 후보들이 함께 찍힌 사진에서조차 경쟁후보 얼굴을 잘라버렸다고 회고했다. 하지만 상대가 현직기자다보니 밉보이는 것이 두려워 항의 한번 못했다고 푸념했다.

여론조사 가장한 특정후보 띄우기

여론조사를 가장한 특정후보 띄우기는 더 심각하다. 후보자가 사비를 들여 자신을 1번에 놓거나 유리한 문구로 포장한 여론조사를 할 수는 있다. 하지만 언론이 여론조사 의뢰인인 후보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언론의 자체조사인 것처럼 보도하는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다. 기자와 언론이 자신들이 미는 후보를 위해 여론조사결과를 고쳐 1, 2위를 바꿔치기하는 간 큰 수법까지 있었다.

후보에게 접근해 얼마를 주면 특정인에 유리한 여론조사결과를 뽑아주겠다고 대놓고 영업행위를 일삼는 언론도 있다고 하니 여론조사 장사가 도를 넘은 것 같다. 이러니 후보는 물론 유권자들조차 믿지 못할 언론사 여론조사라고 하지 않는가? 이쯤 되면 여론조사가 아니라 여론 조장을 넘어 여론 왜곡이다. 여론조사를 하는 것 자체가 여론호도이자 선거개입이 아닐까 우려스럽다.

<분노하라>를 쓴 사회운동가 스테판 에셀은 언론의 독립이 위협받고 있는 것을 걱정하며 "진정한 민주주의에 필요한 것은 독립된 언론"이라고 역설했다. 또 언론의 자유, 언론의 명예, 그리고 국가·금권·외세로부터 언론의 독립을 수호하기 위해 노력해달라고 주문했다. 지난해 93세로 타계한 노투사가 젊은이들을 향해 "무관심이야말로 최악의 태도이니 분노하라"고 외친 저항의 목소리가 언론에도 필요한 때다.

권력과 자본 앞에서 언론이 아무리 어렵더라도 지켜야할 첫 번째 의무는 진실추구다. 진실을 찾아내기 위해, 진실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기 위해 언론의 독립성은 꼭 유지되어야한다. 또 기자가 누구를 위해 일하느냐고 질문 받는다면 그 대상은 권력도, 자본도, 언론사주도 아닌 시민이어야 한다. 이처럼 언론의 독립이 보장되고 기자가 시민을 위해 진실추구의 의무를 다할 때 ‘기레기’라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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