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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부터 윤리위윈회 경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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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보부터 윤리위윈회 경고까지
  • 이충건 기자
  • 승인 2014.04.25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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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폭탄주 술판 파문 | 사건의 전모

세월호 침몰사고 불구 청년 선거조직 술판
유한식 시장·홍순승 교육감 후보 참석 논란

새누리당 세종시당이 당사에 내건 ‘세월호 참사’ 현수막이 ‘폭탄주 술판 파문’으로 무색하게 됐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온 국민이 시름에 빠져 있던 지난 18일 6시30분께 조치원읍 죽림리 S식당에서 술판이 벌어졌다. 새누리당 세종시당 청년당원들이 주축이 된 ‘호형호제’라는 모임이었다. 이 모임은 지난해 12월 유한식(64) 세종시장(새누리당 시장 후보)의 6·4지방선거 승리를 위해 조직됐다는 게 한 참석자의 설명이다. 이 자리에 유한식 후보는 물론 홍순승(59) 전 세종교육청 교육정책국장이 참석해 논란을 빚었다.

특히 세종교육감 출마자인 홍 전 국장은 "교육청 전통 조제"라며 폭탄주를 권하고 "유 시장 당선을 측면에서 돕겠다"는 등의 부적절한 발언까지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교육감 선거연대 드러나

사건의 전모는 이렇다.

이날 저녁 8시 50분께 익명의 제보자 A씨가 본보에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전화를 받고 본보 취재진이 현장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9시 20분. 술에 취한 청년당원들이 식당 앞 주차장에서 선거승리를 다짐하는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앞서 유한식 시장은 6시 50분, 홍순승 전 국장은 이 보다 늦은 7시께 술자리에 도착했다.

술자리 분위기는 녹취록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날 모임을 주도한 새누리당 청년위원장 B씨가 홍순승 전 국장에게 건배사를 제의했다. 자리에서 일어난 홍 전 국장은 "유한식 시장님 당선을 측면에서 돕고 제가 세종시를 한국의 워싱턴DC로 만드는 교육보좌관 역할을 충실히 하겠다. 저도 많이 도와 달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유한식 시장님과 세종시의 무궁한 발전과 영광을 위하여"라고 외쳤고 참석자들은 "위하여"로 화답하며 박수를 쳤다.

홍 전 국장의 부적절한 언행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는 "교육청 전통 조제"라며 폭탄주 제조방법을 자랑삼아 소개하고 "교육계 지지표는 전부 시장님께 합쳐드리겠다"고 했다.

이후 유한식 시장과 홍순승 전 국장은 먼저 자리를 떠났다. 그러나 청년들의 술자리는 밤 9시 너머까지 계속 이어졌다. 풍문으로만 나돌던 유한식 시장후보와 홍순승 교육감 후보 간 선거연대가 사실상 드러난 셈이다.

술값 왜 외상했나

본보 확인결과, 술값은 곧바로 지불되지 않았으며 청년당원 C씨가 ‘외상영수증’만 받아 돌아갔다. 술값 45만원은 이튿날 참석자들이 돈을 걷어 갚았다. 이 때문에 선거법상 ‘제3자 기부행위’는 비껴갈 수 있었다.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호형호제’라는 모임은 정관, 장부 등을 세종시선관위에 증거자료로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시당 차원의 모임이 아니라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다. 세종시당이 주장하는 것처럼 순수한 친목단체라면 총무가 회비로 당일 계산하면 될 일을 굳이 ‘외상’이란 방식을 택할 하등의 이유가 없을 것이다. 누군가 술값을 대신 낼 의사가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이유다.

유한식 후보 ‘경고’

황우여 대표와 홍문종 사무총장 등 새누리당 지도부는 본보 보도 직후 긴급 대책회의를 열었다. 유한식 후보에 대한 ‘후보자 자격박탈’ 등 강경 반응도 나왔다. 민현주 대변인은 회의 직후 유 후보를 당 윤리위원회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윤리위원회(위원장 경대수 의원, 충북 증평·진천·괴산·음성)는 즉각 진상 파악에 나섰다. 본보는 새누리당 측의 녹취록 요청을 받았지만 거부했다. 이후 본보는 인터넷판과 자매회사인 인터넷신문 <디트뉴스>를 통해 녹취록 일부를 공개했다. 윤리위원회 윤리관인 김진태 의원(강원 춘천) 주도로 모임 참석자에 대한 조사를 거쳐 이튿날 유 후보를 당사로 불러 소명도 들었다.

윤리위원회는 ▲유 후보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는 점 ▲부적절한 자리에 참석한 데 대해 뉘우치고 있다는 점 등을 이유로 가장 낮은 수준의 징계인 ‘경고’ 조치를 결정했다. 대신 술자리를 주관한 청년위원장 B씨 ‘탈당권유’, 청년당원 D씨와 E씨 ‘당원권 정지 3개월’, 세종시당 조직팀장 F씨 ‘경고’를 각각 확정했다.

유 후보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자리에 잠시 참석한 것은 사실이지만 몸이 아파 밥과 된장찌개만 먹었다"며 억울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파문이 확산되자 새누리당 세종시당은 22일 "유 후보가 부적절한 시기에 술자리에 참석한 것에 대해 세종시민과 유가족에게 깊은 사죄의 말씀을 올린다"며 공식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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