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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의식개혁이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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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의식개혁이 먼저
  • 맹수석(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장)
  • 승인 2014.03.25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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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수석의 시사산책 | 공기업 개혁

‘학습된 무력감’ 탈피, ‘상향식 개혁’ 필요
‘쾌도난마’식 오래 못가, 차분하게 지속해야

공기업은 모든 취업준비생들의 꿈이다. 많은 대학생들이 공기업을 목표로 열심히 취업준비를 한다. 왜 공기업을 선호하는가? 아마도 그 이유는 고용의 안정성과 상대적으로 높은 근로조건 및 복지혜택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것들이 공기업을 선호하는 원인의 전부일까?

사(私)기업에 신입사원이 입사해서 퇴직까지 이르는 경로를 가정해 보자. 대부분의 신입사원들이 대리까지는 승진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대리 이후의 승진 과정은 ‘일 중독’ 소리를 들어가며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고된 삶이다. 그나마 그것도 회사가 구조조정이라는 칼바람의 회오리에 휘말리지 않을 때의 얘기이다. 현재의 경제구조 아래에서 기업의 구조조정은 상시적이다. 승진은커녕 일자리가 정년까지 보장된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공기업은 경우가 다르다. 일단 고용이 보장되고 조직 내의 분위기도 민간기업의 피 튀기는 경쟁적 분위기와는 사뭇 다르다. 정권 초기마다 낙하산 CEO가 임명되어 비효율적이고 방만한 경영이 되풀이 되고 있으니, 그 구성원들은 긴장할리도 없고 굳이 피곤하게 경쟁할 필요도 없다. 구성원들은 당장 눈앞의 달콤한 성과급 잔치나 과도한 복리후생 등에 눈이 멀어 다 같이 도덕적 해이의 늪 속에 빠져들게 된다. 오죽하면 공기업에 대하여 ‘그들만의 리그’라고 할까? 비효율적 ‘깜깜이’ 경영으로 국민 세금만 축내는 ‘그들만의 리그’ 말이다. 공기업 사외이사들의 도덕적 해이는 국정감사의 단골 메뉴가 된지 오래이다.

공기업은 국민의 공공복리를 위하여 존재하며 국민 세금으로 운영된다. 당연히 국민행복을 위하여 공기업은 개혁되어야 마땅하다. 현 정부의 공기업 개혁의지는 매우 강한 듯 보인다. 정부는 무엇보다 공기업의 정책결정과 인사에 대한 재량권을 줄여야 한다. 공기업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내·외부 감시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그러나 공기업 개혁을 위하여 쏟아내는 많은 정책들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구성원들의 의식 개혁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어느 공공기관장의 용기 있는 고백에 필자의 귀가 번쩍 뜨인 이유이다. 지난 해 말 취임한 그 기관장은 구성원들과 함께 몇 개월 동안 자체적 진단을 한 후에 기관의 치명적 치부가 그대로 드러나는 통렬한 반성보고서를 다음과 같이 내놓고, 제2의 창립을 선포할 예정이다.

"기관의 서비스가 수요자(국민)와 동떨어진 공급자 편의주의에 머물고 있다." "성과보다는 인맥에 따른 계파가 형성돼 있다." "학습된 무력감으로 업무에 대한 의미와 책임을 깨닫지 못하고 일에 대한 열정과 보람을 느끼지 못한다."

무엇보다 그 기관장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은 것은, 그가 전임 기관장들로부터 비난 받을 것을 각오하고 그들의 무사안일하고 무능한 경영을 지적했다는 것이다. 필자 역시 작은 조직이지만 조직을 대표하여 이끌어 나가는 역할을 하고 있다. 필자라면 전임자의 허물과 과오를 용기 있게 지적하고 개혁을 시도할 수 있을까? 전임 기관장들과의 인간관계가 어긋나게 될 것이 두려워서 잘못된 과거는 덮어둔 채 반쪽짜리 개혁을 시도하지 않을까?

공기업의 진정한 개혁을 위하여 정부는 내려놓을 것은 과감히 내려놓아야 한다. 개혁의 칼을 빼들고, 막상 정부가 개혁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공기업 역시 아직도 ‘그들만의 리그’에서 빠져 나올 생각 없이 ‘눈 가리고 아옹’ 식으로 개혁의 흉내만 내서는 안 된다.

그리고 개혁은 차분하게 ‘지속’되어야 한다. "천둥과 함께 내리는 비는 오래 가지 못한다"(打雷的雨下不長)는 말이 있지 않은가? 요란한 구호와 ‘쾌도난마’ 식의 화려한 정책들로 시작된 개혁에 지속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힘들다.

무엇보다 공기업의 구성원들은 ‘학습된 무력감’에서 벗어나야 한다. 내부 구성원들의 의식 개혁은 ‘아래로부터 시작되는 개혁’이다.

그러나 어찌 공기업만의 문제이겠는가? 우리 모두 일터에서, 개인적 삶에서 ‘학습된 무력감’에 젖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새 봄을 맞아 자성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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