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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알고 살면 ‘날마다 좋은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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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 알고 살면 ‘날마다 좋은날’
  • 정병조(철학박사, 금강대 총장)
  • 승인 2014.08.06 16: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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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소리 |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정병조

가물다가도 비오고, 홍수 났다가도 해 뜨는 법
행복의 조건, 외부 아닌 내면에 있다는 가르침
가지기보다 베풀기, 이기기보단 지는 미덕 존중


날마다 좋은날이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처럼 각박하고, 뒤죽박죽인 세상에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말이다.

원래 이 말은 중국의 운문(雲門) 선사가 남긴 법문의 주제였다. 어느 해 중국에 큰 가뭄이 들어 농사짓는 이들의 시름이 깊어졌다. 타들어가는 논밭을 보다 못해 큰 스님께 기우제 좀 지내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러나 운문스님은 냉담하게 대꾸하였다. "내가 빈다고 비가 올 것도 아니고, 천지조화를 어찌 판단할 수 있겠는가." 그래도 촌로들이 집요하게 매달리면서 "그렇다면 법회라도 열어 달라"고 간청하자 마지못해 법상(法床)에 앉게 되었다. "가물다 가물다하지만 언젠가는 비가 올 것이고, 홍수 났다 홍수 났다하지만 언젠가는 해가 뜨는 법이다. 이 도리를 알고 살아가면 날마다가 좋은날이다."

생각해 보면 언제나 우리는 불평만을 늘어놓고 살아 왔다. 더우면 덥다고 짜증이고 추우면 춥다고 징징 댄다. 국회는 허구한 날 싸움만 하고 있고, 노사분규의 현장에서는 상대방을 나무라는 목청만이 난무한다. 누구하나 오늘의 현실에 만족하는 이는 없는 듯싶다.

헤겔(Hegel)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번거로운 인생살이도 그림으로 그려 놓으면 아름답다." 그러면서도 나이 들어가면 늘 푸념처럼 그때는 괜찮았는데 하는 말을 되뇌곤 한다. 나는 2014년의 벽두 대한민국은 단군 이래 가장 잘 사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또 앞으로도 그 행복의 지수는 높아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의 의식수준도 상당히 높아져서 서서히 선진의 문턱을 넘어서고 있다. 이제 우리도 커피 맛을 알게 되었고 문화니, 가치니 하는 고상한 말들을 일상화시켜 나가고 있다.

이쯤 되면 우리는 남의 탓 대신에 그 비판의 화살을 스스로에게 돌릴 때가 되었다. 오늘의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는 따스한 눈길도 지녀야 한다. 옛 말에도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찾기 힘든’ 법이다. 상대방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눈 여겨 보고 국·영·수 뛰어난 학생보다는 잠재력과 가능성이 뛰어난 젊은이들에게 눈길을 돌려야 할 때이다. 우리 사회의 골치 덩이 보수니 진보니 하는 개념들은 상호 대립적이라기보다는 보완적 관계여야 한다.

앞서 말한 운문스님의 법문은 평범해 보이지만, 큰 교훈을 간직하고 있다. 행복의 조건은 외부적인 것이 아니라 내면에 있다는 가르침이다. 사람 살아가는 데는 언제나 문제가 있기 마련이다. 만약 아무런 문제없는 인생이 있다면, 문제가 없다는 ‘문제’는 있지 않은가. 문제는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세이며, 해결해 가는 의지이다.

올 한해도 다양한 문제들이 제기될 수 있다. 북 핵과 도발문제, 사회계층간의 반목과 질시, 경제로 말미암은 국제적 갈등, 이 모든 문제들에 대한 교과서적인 해답은 있을 수 없다. 다만 최선을 다하여 갈등 들을 최소화 시키고 보다 나은 방향으로 고양시켜가는 일을 계속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지도층 인사들의 가치관이 중요하다. 지금의 기성세대들에게는 농경적 질서와 I.T적 감각이 공존하고 있다. 즉 5,60 년대의 끔찍한 가난을 몸으로 겪었고, 또 풍요를 만끽하는 복합적 인격구조를 갖고 있는 것이다. 불과 반세기 만에 농업사회에서 산업화와 정보화를 거쳐 온 것이다. 특히 한국은 서양사회가 격은 그 이백여 년의 산업화과정을 불과 30 여년 만에 완수하였다. 물론 진행이 빨랐다는 점은 장점이지만, 동시에 그 과정에서 겪은 사회적·인격적 문제 들이 그 만큼 많아졌다는 점도 시인해야 한다. OECD 국가 들 중에서 이혼율이 가장 높다든지, 청소년 범죄율이 증가한다는 점 등은 모두 결손가정의 문제라고 볼 수밖에 없다. 사회복지 또한 마찬가지이다. 짧은 동안에 많은 혜택을 누리려는 이기심 때문에 국가재정마저 흔들릴 형편이다. 정치인들의 포퓰리즘도 문제지만, 그것 또한 민주주의 제도가 가진 허점일 따름이다.

날마다 좋은날이 되기 위한 노력은 더 많이 벌고, 더 오래 사는 일이 아니다. 조금씩 비우고, 욕심을 줄이고, 남을 배려하는 따스한 마음들이 지금보다 확산되어야 한다. 현재의 상황으로 보면 그와 같은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집단은 종교밖에 없어 보인다. 물론 종교마저도 영토 확장의 신드롬에 매달리고, 겸손을 가장한 자기기만족에 치우치고 있지만, 경주돌이라고 다 옥돌은 아니지 않는가. 여전히 우리들 주변에는 눈 밝은 도인들이 버티고 있고, 바른 말 할 줄 아는 인격들이 상존한다. 이제 우리는 가지기 경쟁 보다는 베풀기 경쟁, 이기기 싸움 보다는 지는 미덕을 더욱 존중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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