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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로 기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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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 이야기로 기억되다
  • 한동운(음악칼럼니스트, 목원대 교수)
  • 승인 2014.01.14 09: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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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신화·역사적 사건·소설 등 표현
환상교향곡, 이루지 못한 예술가의 사랑
365일 일상의 추억, 음악으로 채우길…

괴테의 ‘파우스트’는 리스트에 의해 교향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처럼 수많은 작곡가들이 신화와 역사적인 사건, 소설과 시와 같은 문학 작품, 더 나아가 개인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괴테의 ‘파우스트’는 리스트에 의해 교향곡으로 다시 태어났다. 이처럼 수많은 작곡가들이 신화와 역사적인 사건, 소설과 시와 같은 문학 작품, 더 나아가 개인의 이야기를 음악으로 표현했다.


우리는 무형무색의 음악을 어떻게 기억하는 것일까? 오랫동안 잊고 있던 기억이 음악을 듣고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처음 들어본 음악을 얼마나 기억할 수 있을까? 아마도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은 뇌 과학의 연구 결과에서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꼭 뇌 속을 들여다보아야만 아는 것은 아니다. 가령, 음악을 기억한다는 것은 우선 음악 작품의 선율이나 리듬, 음색의 독특한 특징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음악은 즐겁다, 슬프다, 웅장하다는 식의 표현으로 기억된다. 우리가 기억하는 바흐, 비발디, 하이든, 모차르트, 베토벤, 쇼팽, 리스트, 브람스, 말러의 ‘그’ 음악처럼 말이다.

음악 작품의 독특한 특징 외에 나를 둘러싸고 있는 특별한 시공간과 그 공간에서 함께 했던 사람과 사건 속에서 음악은 특별하게 다가온다. 그래서 우리는 첫사랑, 커피숍, 그해 겨울, 5월, 학교, 그 거리 등을 음악 속에 저장하고, 음악으로 아련한 추억을 불러낸다. 필자가 마치 말러의 교향곡 5번 4악장 아다지에토를 들을 때마다 한 사람이 생각나는 것처럼, 그리고 최근 지휘자 정명훈의 피아노 독집 음반 <Piano>에 수록된 10곡의 작품이 저마다 그의 개인적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물론 선율이나 리듬의 독특한 특징으로, 혹은 음악을 감싸고 있는 환경을 통해 음악을 기억하기도 하지만, 작곡가가 음악 작품에 새겨 놓은 음악 외적인 이야기를 통해서도 음악은 우리의 마음속에 남는다. 이런 작품들은 신화와 역사적인 사건이나 이야기, 소설과 시와 같은 문학 작품, 더 나아가 작곡가 개인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괴테의 <파우스트>와 <에그몬트>가 각각 리스트의 교향곡과 베토벤의 서곡으로, 빅토르 위고의 <루이 블라스>가 멘델스존의 서곡으로,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베를리오즈·차이콥스키·구노·프로코피예프의 작품으로, <한여름 밤의 꿈>이 멘델스존의 연극 음악으로… 이처럼 많은 문학가의 작품들이 음악으로 표현되었다. 또한,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은 자신이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 이러한 작품들을 듣는 청자는 음악으로 묘사되는 소설을 상상한다. 그래서 음악은 우리에게 이야기로 기억된다.

결국, 어떤 음악을 기억한다는 것은 평범하거나 일상적인 것을 기억한다는 것이 아니다. 이것은 ‘아름다운’ 선율과 ‘경쾌한’ 리듬, 나의 ‘경험’ 속의 음악, 그리고 음악 외적인 ‘이야기’를 내포하는 것처럼 특별함이나 혹은 독특함이 그 음악을 기억하게 한다. 그래서일까 음악이 주는 소중한 추억을 생각하면 수준이 높고 낮은 음악은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자연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던 루소가 기악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 즉 "기악음악은 공허한 울림에 불과하다"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제 어떤 음악을 듣든지 우리가 상상하는 그 이상의 즐거움이 음악으로 전해진다.

한 해의 시작 1월이다. 개인사나 인류사를 기록하듯이 2014년 365일을 음악으로 기록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많은 사람이 음악으로 일상을 기록하고, 일상의 마디마디를 채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2014년 한해를 돌아보는 그때, 각자 자신의 음악 달력이나 음악 노트 한권 정도 남기기를 바란다. 아마도 그 음악 노트에는 윤동주 시인이 수많은 별, 하나하나에 "추억과" "사랑과" "쓸쓸함과" "동경과" "시와" "어머니"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 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 경, 옥 이런 이국소녀들의 이름과 벌써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란시스 쟘,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새기고 불렀던 것처럼, 2014년의 특별한 이야기가 음악과 함께 기록되지 않을까.

2014년 1월, 필자의 음악 노트의 시작은 정명훈의 피아노 독주 앨범 <Piano> 중 쇼팽의 Nocturne in D-Flat major Op. 27, No.2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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