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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그’ 실컷 마신 당신, 그대 이름은 ‘세종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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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모그’ 실컷 마신 당신, 그대 이름은 ‘세종시민’
  • 김재중
  • 승인 2013.12.16 2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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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특별도시 세종시 | 안개+미세먼지 실태 ‘심각’

짙은 안개와 고농도 미세먼지가 만난다면?
구멍 난 예보·방재시스템, 시민건강권 위협


안개와 미세먼지가 세종시민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

매스컴이 연일 ‘중국발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세종시민들의 걱정도 크게 늘었다. 미세먼지와 안개가 만나면 건강에 매우 위협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 알고 있기 때문이다.

"확실히 안개가 끼는 날이 늘었다. 행복도시 건설 이전에도 대청댐 건설 때문에 안개 끼는 날이 많은 편이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일단 안개가 끼면 이전보다 훨씬 짙게 낀다. 중국에서 미세먼지가 많이 날아온다는데, 숨 쉬는 것 자체가 걱정이다."

세종시 대평동에서 30년 이상 거주했다는 김 모(54)씨 이야기다. 김 씨의 걱정은 근거 없는 기우에 불과할까.

취재결과, 자연재해로부터 주민들의 건강과 생명을 보호해야할 당국의 방재시스템이 전혀 작동하지 않고 있었다. 방재 당국도 안개가 건강에 미치는 악영향을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지만, 관측 장비가 없어 기초조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 관계자는 "안개 측정과 관련해 기상청에 문의해 보니 무인관측 시스템이 없어 안개측정 데이터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현재는 기온측정만 가능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시 차원의 조사나 연구가 없는 것은 물론 기상청과의 업무협조도 원활치 않다는 방증이다.

세종시를 관할하는 대전지방기상청에서도 비슷한 답변을 꺼내 놨다. 관측 장비를 갖춘 청주, 천안, 서산, 보령기상대에서 안개관련 측정을 하고 있지만 세종시를 포함한 다른 지역에서는 안개관련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청정 공기라고? 그 불편한 진실

다만 가시거리를 측정하는 무인장비가 ‘연서면’에 1대 설치돼 있다. 기상청에 최근 측정 자료를 요청해 분석해 봤다. 출근 시간대인 오전 8시를 기준으로 지난 1일부터 10일까지 열흘 중 가시거리가 1㎞ 이내로 제한된 안개일수가 사흘이나 됐다. 4일(65m)과 5일(95m), 이틀은 가시거리가 채 100m에도 미치지 못했다. 가시거리가 200m 이하로 제한되는 시간이 1시간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 발령되는 ‘안개특보’ 상황이 연속 이틀이나 연출됐다는 의미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존재했다. 세종시에 특보 수준의 짙은 안개가 꼈던 이틀 동안 중국발 미세먼지 농도는 최고치에 달했다. 서울에 사상 처음으로 ‘초미세먼지 주의보’가 발령될 정도였다. 서울과 거리가 먼 세종시는 미세먼지로부터 과연 안전했을까. 정확한 데이터가 없어 확언하기 어렵지만, 세종시도 안전지대는 아니었다. 인접도시인 청주에서 관측된 미세먼지 데이터를 살펴보자.

충북보건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5일 청주지역 미세먼지 농도는 송정동에서 최고치인 160㎍/㎥을 기록했고, 충북 전 지역의 미세먼지 평균 농도가 112㎍/㎥에 이르렀다. 예보 등급상 ‘약간 나쁨’ 혹은 ‘나쁨’ 수준으로 실외활동을 자제해야할 상황이었던 것이다. 실제로 이날 청주공항을 오가는 비행기 중 10여 대가 안개와 미세먼지로 인해 시정거리가 확보되지 않아 결항되거나 지연되기도 했다. 특보수준의 안개. 인접도시의 미세먼지 측정치. 지난 4일과 5일 세종시민들이 어떤 공기를 마셨을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시 관계자는 "환경부와 협의를 거쳐 내년에 2억 8000만 원을 투입해 대기자동 측정 장비 2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한국환경공단의 이동관측차량에 의존해 왔던 세종시가 대기질 측정 장비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세운 점은 다행스런 일이다. 그 정도 장비로 예보·방재가 가능하지는 않겠지만, 이미 마셔버린 공기라 해도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정도의 알권리는 누려야 하지 않겠나. 청정도시 세종의 씁쓸한 자화상이다.

글.사진=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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