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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변심을 즐겨주마!
  • 송길룡(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6.05.26 0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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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노트 | 헝거게임

최근 개봉한 <헝거게임: 캐칭 파이어>(프랜시스 로렌스, 2013)는 작년에 상영됐던 시리즈 첫 편 <헝거게임: 판엠의 불꽃>(게리 로스, 2012)의 후속편이다. 영화정보를 살펴보면 2015년까지 시리즈는 계속될 예정이다. 거칠면서도 기묘하게 연민을 자아내는 어여쁜 여배우 제니퍼 로렌스를 흠뻑 좋아하는 터라 일단 거두절미하고 별 생각 없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관람했다. 그런데 이 <헝거게임> 시리즈가 의외로 나의 머리를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 영화에 설정된 배경은 이러하다. 한때 대규모 반란을 일으켰던 판암의 13개 식민구역을 통제하기 위해 지배층의 핵심도시인 캐피톨은 식민구역으로부터 매년 10대 남녀청소년을 ‘조공’으로 제공받아 서로 죽고 죽이는 서바이벌게임을 벌이도록 한다. 무차별 다대다(多對多) 살인게임에 투입된 청소년들이 서로 유일한 생존자로서 우승하기 위해 전개하는 피의 각축은 다시 전체 식민구역으로 생중계된다. 통제에 대한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반란의 맹아를 잠재우기 위한 이 약육강식의 쟁탈전은 표적을 지배층이 아닌 인접구역으로 전환시키고 식민구역간의 대리전 양상을 띠게 하면서 혁명의 의욕을 거짓희망으로 대체하는 효과를 보여준다.

이런 상황이 75년간 이어졌다. 그런데 보잘 것 없던 한 소녀가 의외의 선전을 하면서 우승을 거머쥐자 그녀가 연약함 속에서도 명징하게 보여준 용기와 사랑이 식민구역의 좌절된 반란의 기운을 다시 북돋워주는 계기가 된다. 여기까지가 첫 편 줄거리. 이런 불온한 반전을 염려하던 캐피톨의 대통령이 혁명의 상징이 되어가는 소녀 캣니스(제니퍼 로렌스)를 협박해 우승자들의 새로운 게임에 합류시키면서 이 영화 <헝거게임>의 후속편이 시작한다. 이 잔인하고 고약하고 이율배반적인 판엠의 대통령은 누가 우승을 하던 반란의 싹을 잘라버리기 위해 가공할 몰살작전을 계획한다.

자칭 영화광인 내가 위와 같은 배경과 줄거리에 관심을 깊이 기울였다고 상상하시는 분은 없을 것이라 사료된다. 맞다. 그 정도는 뭐 시큰둥! 음흉한 속셈으로 무대 뒤편에 뒷짐 지고 캣니스를 주도면밀하게 지켜보면서 그녀가 거짓사랑에 매몰되는 과정을 은밀히 즐기는 사악한 대통령의 시선이 의외로 나의 관심을 사로잡았다. 대통령이 거대한 제국을 막강한 권력의 카리스마로 쥐락펴락하면서도 고작 하루하루 삶에 허덕이는 나약하고 갈길 몰라 하는 소녀의 앳된 타락을 왜 그렇게도 집요하게 추구하는가!


영화 초반 대통령은 친히 캣니스의 집을 방문하여 그녀와의 독대 상황에서 이런 협박을 한다. 너는 거짓 사랑으로 연민을 자아내 우승했다. 다른 이들의 눈을 속여도 내 눈을 속이지 못한다. 그 거짓 사랑을 진짜 사랑인 것처럼 만들어 내 눈마저 속여라. 그렇게 하지 못하면 너희 가족은 전부 죽는다. 어처구니없는 건달깡패 언사. 이게 대통령이 할 말인가 하는 지적은 캣니스도 그 자리에서 한다.

하여간 캣니스에게는 미래를 약속한 (훈남 수준의) 연인이 있다. 엉겁결에 게임에 투입됨으로써 같은 구역 출신인 (좀 멍한 모습의) 소년과 험난한 과정을 함께 겪으며 애정을 키웠지만 그것은 생존을 위한 거짓 사랑 연기였다. 그런데 그녀에게 떨어진 절대 절명의 과제는 말 그대로 ‘변심’이다. 그녀는 도대체 얼마나 진짜처럼 진정성을 가지고 애정행각을 펼쳐야 (변태 같은) 대통령을 만족시킬 수 있을 것인가? 아! 이 사악한 즐거움이여!

내 머리를 복잡하게 만든 것이 바로 거기에 있다. 이 오락영화 시리즈가 소녀 여배우를 앞세워 음험한 쾌락을 교묘히 포장하고 있다. 오락의 경계를 넓혔다고 봐야 하나? 별 걸 다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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