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 댓글
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세종시교육청 공동캠페인
김준기 개인전 '타자의 풍경'
상태바
김준기 개인전 '타자의 풍경'
  • 김준기 작가
  • 승인 2023.10.30 09: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1-26일까지 비오케이 아트센터서
타자의 풍경 2314

나의 작업은 타자의 존재와 삶에 대한 이야기로 재현이라는 끊임없는 그리기(긁어내기)의 행위와 그리는 과정에서 얻어지는 시간적 사고, 거울과 빛이라는 낯선 재료가 만나 파생되는 여러 층위의 결합에 의해 서술되어 진다. 내가 보기와 생각하기, 새기기의 과정에서 던지는 지속적인 질문은 존재와 삶에 관한 것으로 어떤 시간과 공간속에서 가벼워지고 사라지는, 어쩌면 소멸되어가는 현대인들의 불안하고 공허한 심리와 과잉으로 치닫는 욕망의 덧없음, 그 찰나적인 감정과 기억들을 ‘빛 그림’ 이라는 나름의 방법으로 그려낸 것이다.

 

<타자의 풍경> 시리즈의 작업은 심리적 풍경에서 출발해서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자연의 풍경속에서 대상화되고 물화 된 나를 발견하는 작업으로 익숙한 듯 낯설게 다가온 풍경을 거울의 이면에 새기고, 그 새겨져 벗겨내어 진 흔적 사이로 투과된 수십만 개의 작은 빛들이 만들어낸 자연의 이미지이다. 찰나적이고 지속적인 동시대를 살아가는 타자들의 삶에 대한 욕망의 이기를 반추하고, 자연스러운 삶이란 어떻게 사는 것인지에 대한 사유의 과정을 풍경의 한 장면을 통해서 은유적으로 성찰하는 동양적인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나는 어렸을 때 시골에서 살았다. 해걸음판이 되면 소를 몰고 집으로 돌아와야 하는데 가로등도 없던 시절이라 무서움이 한걸음 앞서 뒤따랐다. 구불구불한 언덕과 들판을 지나 마을의 불빛이 하나, 둘 보이고 모락모락 피어나는 굴뚝의 연기를 보고서야 마음이 편안해졌는데 창호지문 사이로 은은하게 새어 나오는 무촉의 백열등 빛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초등학교를 보내고 우리 마을에 가로등이 생겼고 그새 많이 컷다고 어린 시절에 느꼈던 무서움은 사라졌지만 무촉 전구와 깜빡이 형광등의 빛과 아련했던 시골의 향기와 해걸음판 풍경은 내 안에 깊이 체득되고 체화되어 아직도 기억속에 생생하게 남아있다. 그리고 이러한 감성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빛 그림’의 근간이 되었다.

나의 작업에서 거울은 나를 떠나 나를 바라보게 하는 성찰의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보이는 것과 보여지는 것이 동시에 일어나며 안과 밖의 구분이 모호해지는 거울속의 공간은 그려진 이미지와 작품에 비춰지는 모든 이미지가 충돌하여 새로운 공간을 형성하고, 공간속에 겹쳐진 새로운 관계를 연출하게 된다. 이렇게 연출된 무수히 많은 시간과 겹의 관계들을 현실의 삶에 비추어 사고하는 것이 나의 작업이 지향하는 사유의 세계이다.

이번 전시에서 관람자들은 육면체 모양의 입체로 제작된 <타자의 풍경> 작품을 통해서 내가 세상을 바라보며 나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유의 한 방법으로 연출된 작품속의 도시와 자연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기도 하고 가까이서 자세하게 들여다보기도 하고,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작품을 감상하게 될 것이다. 시간과 발걸음의 움직임에 따라 변화하는 도시와 자연의 모습속에 존재하는 타자와의 대화를 통해서 어제와 다른 오늘의 자신을 발견하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