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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진실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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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진실은 무엇일까
  • 이순구(화가, 전 대전시립미술관 큐레이터)
  • 승인 2013.06.18 17: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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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미술산책 | 르네 마그리트의 ‘통찰’
▲ Clairvoyance(Self-Portrait), 1936, oil on canvas, Galerie


그림의 어원을 굳이 들먹일 필요는 없으나 현대인인 우리가 해석하는 방식으로 다시 생각해 본다. 그 하나가 ‘그리움’이다. 이는 그림을 그리는 일은 대상을 기억하거나 그리워하며, 상상하거나 연민하는 데서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그림’과 ‘그리움’의 연원은 ‘긁다’에서 온 것이라는 이도 있다. 종이나 벽 등 평평한 곳에 긁어 새기면 그림이나 글이 되고, 마음에 긁어 새기면 그리움이 된다는 것이다.

인류가 끊임없이 추구해온 그림현상은 요즘처럼 가까이 와 있음을 느끼는 시대도 없었을 것이다. 그림뿐 아니라 사진, 영상, 영화, 그리고 각종 이미지 물들이 그 어느 시대보다 많은 분량들을 쏟아내는 현실이다.
그림의 영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그림에서 상상력은 그 출발의 힘이다. 이러한 상상력을 최대 발휘한 초현실주의는 합리주의나 자연주의에 반대하여, 비합리적인 인식이나 초의식의 세계를 추구함으로써 예술표현의 혁신을 꾀하여 했던 20세기 초반의 문학예술운동이다. 억압된 잠재의식의 표출을 인간의 총체적 해방을 위한 계기로 삼으려던 이 운동은 조형 예술에 있어서는 꼴라쥬 수법에 의해 초회화적 세계를 개척한 에른스트(M.Ernst)와 르네마그리트(R,Magritte)등 꿈이나 편집광적인 환각을 회화화하였던 달리(S,Dali)가 대표적인 작가이다.

오늘 보는 그림은 르네 마그리트의 <통찰 Clairvoyance,1936>이라는 작품이다. 캔버스 앞에서 비둘기를 그리고 있는 화가는 그 새의 모델을 관찰하며 그리고 있다. 그런데 새의 모델은 새가 아닌 알이다. 이 알에서 성숙한 새의 모습을 상상하고 유추해서 그려내는 화가의 대단한 상상력이 돋보인다. 상상력은 현실을 뛰어넘은 무한한 추구의 열정의 근원이다. 이것이 창의성이다.

그러나 한편 다르게 해석하면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을 습관적으로 추측하고 결정하는 현대인의 무자비한 선입감을 예고한 그림은 아닐까? 인간의 선입감은 진실이나 사실, 또는 이치를 다르게 호도하여 잘못된 군중 심리를 유발하고 사회적 병리 현상을 유발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이 그림에서 이런 현상을 예고한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저 알에서 비둘기가 나오지 않고 오리나 거북이, 혹은 뱀도 나올 수 있다는 다양성을 추측 할 수 있다.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계인만큼 폭 넓은 인식을 가져야 할 것이다. 한쪽 논리나 욕심으로 채워지지 않는 사회, 그 삶을 반성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그림으로 해석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마그리트의 의도는 상상력을 뛰어넘은 관념에서 우리의 의식을 표출하고자 했던 것이다. 이러한 <통찰>에서 삶의 새로운 인식과 지혜가 나오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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