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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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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시는 그림이 되고 노래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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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상섭, 그림속을 거닐다] 시는 그림이 되고 노래가 되고...!
  • 변상섭 기자
  • 승인 2023.07.30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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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作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환기 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1970. 232×172. 

수화 김환기(1913-1974)는 한국 모더니즘 1세대이자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다. 수화의 대표작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는 뉴욕시대를 대표한다.

이 작품은 절친 김광균의 편지글에 영감을 받아 탄생된 작품이다. 수화가 뉴욕에 살 때 김광균이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로 시작되는 ’저녁에’라는 시를 편지로 함께 보내온다. 수화는 편지를 읽다가 사무치는 그리움에 쩔쩔맨다.

그리고 캔버스에 반복해서 푸른 빛 점을 찍는다. 화가의 손끝에서 빚어진 점 하나는 둘이 되고, 둘은 셋이 되어 무리를 이루고 하모니를 연출해 낸다.

수화는 초대형 캔버스에 별을 세듯 점 하나에 고향, 점 하나에 어머니, 점 하나에 신안 고향바다, 점 하나에 친구를 생각하며 꾹꾹 눌러 화면 가득 점을 채워 넣었다. 촘촘한 점들은 서로 어우러지면서 운율과 리듬감이 곁들여 지면서 생명력이 잉태된다. 


점은 크기도 모양도 다르고 기하학적인 엄격성도 없다. 전체를 보면 규칙적으로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불규칙하다. 수화는 만리 타국에서 규칙과 불규칙을 포개 범 우주적 서정시를 빚어낸 것이다. 그는 당시 일기에서 ‘서러운 생각으로 그리지만 결과는 아름다움과 명랑한 그림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지독한 향수병에 쩔쩔매다가 점 하나 하나에 감정이입을 시켜 시 같은 그림을 그려냈던 것이다.


캔버스에 유화물감으로 그렸지만 이지만 유화같지가 않다. 물감을 엷게 써 마치 수묵의 발묵과 번짐 효과가 수묵화의 분위기를 연출한다.  수화만의 독특한 기법이다. 


세월이 흘러 화가는 가고 없지만 작품 속에 담긴 여운은 여전히 남아 정겨운 노래가 되어 허공에 합창을 하듯 메아리가 돼 뭇 사람들의 심금을 울린다.

김환기는 이러한 자신의 점화에 대해 “서울을 생각하며, 오만가지 생각하며 찍어가는 점”, “내가 그리는 선, 하늘 끝에 더 갔을까, 내가 찍은 점, 저 총총히 빛나는 별만큼이나 했을까”라고 그의 일기에 쓰고 있다.

화가의 작품은 자신의 분신이다. 수화는 이 작품에 삶의 전부를 치열하게 담아냈으니 달리 무슨 설명이 필요하겠는가. 서사적 자화상 내지 자서전이라 해도 무방하겠다.

1981년 형제 가수 유심초는 같은 가사 같은 제목의 대중 가요를 발표해 큰 인기를 누린다. 시가 그림이 되고 노래가 된다는 말, 그리고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는 말이 허언이 아님을 증명하는 듯하다.

같은 작품은 아니지만 수화의 대형 점화가 9월 10일까지 '이건희 컬렉션과 신화가된 화가들"이란 기획전으로 대전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하지만 이미 예약이 차서 관람은 쉽지 않지만 약간의 초대권을 발행하고 있어 관람기회를 잡을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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