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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공중전화...이유있는 변신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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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공중전화...이유있는 변신을 기대하며
  • 김철홍
  • 승인 2023.07.2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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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홍(문화유산국민신탁 충청지방사무소 명예관장)
김철홍
김철홍

평소 전통이 살아 숨쉬고 사람 냄새 물씬 풍기는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정감어린 재래시장 구경을 좋아했기에 며칠 전 유성 전통시장을둘러봤다.

볼거리도 즐기고. 지역상품권으로 먹거리를 사느라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는데, 갑자기 비가 쏟아져 서둘러 시장을 빠져나오다가 시장 끝자락 조그마한 건물 벽에 걸려 있는 공중전화기를 보게 되었다. 순간 엣 추억, 아니 감성이라 할까 공중전화에 얽힌 여러 기억이 떠올라 걸음을 멈추고 사진에 담았다.

 

공중전화는 누구나 직접 요금을 내고 마음대로 쓸 수 있게 설치된 전화란 뜻으로 우리나라에서는 1926년 전화국,우체국에 설치되었고 전화의 수요증가에 따라 가두·점포 등의 이용도가 높은 곳에서는 옥 내외를 가리지 않고 널리 설치되어 100년 가까운 역사를 지니고 있다. 6080세대에겐 ‘나땐’ 이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는 추억의 산물이지만, 요즘 MZ세대에겐 그저 신기할 뿐인 골동품인 것이다.

자료에 의하면, 1994년 기준 전국에 29만 대가 보급되었던 공중전화가 2022년엔 3만여 대로 크게 감소했으며 그나마 계속해서 사라지는 추세인데, 그 이유는 크게 두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국민 1인당 1휴대폰 시대가 열리면서 공중전화기의 필요성이 줄어들었다. 또한 휴대폰(스마트폰)으로 쉽게 통화나 문자를 할 수 있으며, 무선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검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공중전화기의 수리나 유지보수, 인건비 등 관리비용으로 수백억원의 적자를 면치 못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비용은 이동통신 3사의 부담으로 결국은 휴대폰을 사용하는 고객의 몫이라는 놀라운 사실이다.

공중전화기
공중전화기

이러한 이유로 공중전화기가 점차적으로 사라져 가고 있지만, 전기통신사업법에 ‘공중전화가 이용자가 언제 어디서나 적정한 요금으로 양질의 기본적 통신 서비스를 평등하게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는 보편적인 서비스에 해당되어 공중전화를 필요로 하는 저소득층이나 외국인 그리고 무선 통신망이 단절되는 각종 재난 시를 대비해서라도 무작정 모두 없앨 수는 없는 상황이다.

해외에서도 공중전화는 애물단지여서 점차 역사 속으로 사라지고 있는데, 얼마 전 미국 뉴욕에 마지막으로 남아있던 공중전화 부스가 철거돼 뉴욕시의 아날로그 박물관으로 옮겨졌고 영국의 상징과도 같은 빨간색 전화부스도 이미 수만 대가 철거됐다고 한다.

모TV방송에서 밀착취재한 결과를 보면, 특정 지역 버스터미널 앞의 공중전화를 한 시간 넘게 관찰해봐도 이용자가 없었고 공중전화부스 안팎으로 불법 광고물 부착이나 담배 꽁초, 음료수 병·캔 등 각종 쓰레기로 도시 미관은 물론 위생을 해치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며 애물단지라는 표현을 썼다.

반대로, 극히 일부이기는 하지만 어떤 지하철 주변 부스는 소음으로 사람들의 주목을 받을 수 있어 위험한 상황에서 도움이 되고 비상벨이 설치되어 안전대피소와 은행의 비대면 업무가 늘어 나면서 현금인출기는 기본이고 응급상황에 대비한 자동 심장충격기까지 비치돼 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맞춰 미세 먼지 측정 거점 내지는 배달수요가 늘면서 전기 오토바이 급속충전소 등으로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공간으로 변신하는 곳을 소개하기도 했다.

별다른 통신수단이 없던 시절 그리고 무선호출기, 이른바 '삐삐'가 대중화되면서 줄을 서서 기다릴 만큼 많은 사람이 찾고 이용했던 공중전화기는 이제 빛바랜 사진이 된지 오래다. 그뿐인가. 버스터미널이나 기차역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의 공중전화는 휴가 나온 군인들이 부모님과 여자친구 등 지인들과 안부 전화를 하던 광경을 흔히 볼 수 있었고, 통화가 끝난후 잔전이 남아 있으면 뒷사람을 위해 수화기를 전화기에 위에 올려놓던 풍경은 이제 아련한 추억아 되었다. 갑자기 소나기라도 내리면 비를 피하던 곳도 공중전화 부스였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법적인 문제 및 각종 재난 상황 등을 대비해 존재의 이유가 있는 이상 공중전화 부스를 잘 활용하는 지혜도 중요하다고 본다. 평상 시에 이용을 잘 안하다 보니 공중전화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지만, 스마트폰 지도 앱에서 '공중전화'라고 검색하면 주변 지하철역이나 학교 앞, 공원 등 접근하기 좋은 위치에 있는 각종 편의 시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시대가 바뀌면 공공재의 모습도 그에 따라 바뀌어야 하기에 생활 속에서 잊혀져 가는 공중전화의 새로운 변신을 위해 관련기관의 효율적인 비젼 제시와 국민들에 대한 충분한 홍보활동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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