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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으로 찾아가는 정동진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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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으로 찾아가는 정동진영화제
  • 송길룡(영화칼럼니스트)
  • 승인 2016.05.26 09: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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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민예총 7월 선순환콘서트 '개발새발'
세종민예총 7월 선순환콘서트 '개발새발'

작년에 세종시에서 저 멀리 강원도 동해안까지 기차를 타고 찾아간 정동진영화제. 올해도 작년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여러 모로 애썼지만 겨우 하룻밤만 시간을 낼 수밖에 없었다.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를 쌩쌩 달려서 당도한 그곳. 8월 2일부터 4일까지 2박3일의 일정 중에 겨우 가운데 날인 토요일 밤 상영프로그램에 만족해야 하는 짧은 여가였지만 역시 작년에 이어 커다란 즐거움의 도가니였다.

작년 봄 강원도에서 민간으로서는 처음으로 독립영화전용상영관이 설립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신영극장을 방문한 것이 엊그제 일 같다. 세종포스트에 영화칼럼을 싣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타 지역 극장탐방소식을 담아보려 시도했던 것. 어색하게 박광수 사무국장과 인사를 나누던 기억이 생생하다. 뜬금없이 서울에서도 아니고 그 이름도 낯설기만 한 세종시에서 독립영화전용관 이야기를 담고자 찾아왔다는 나의 말에 믿는 둥 마는 둥 떨떠름해 하던 그가 천천히 마음을 열고 친절히 인터뷰에 응해주던 그 기억.

작년 여름 어느덧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친근해진 그가 야외스크린 앞 무대 위에서 상영영화들을 재미있게 소개하는 것을 마치 친구나 된 듯이 살가운 표정을 지으며 듣던 그 상황을 어떻게 해야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을까? 그렇게 정동진영화제는 영화구경을 위한 자리가 아니라 우정 깊은 영화친구들의 잔치로 나에게 다가왔다. 다른 지역의 영화제를 찾아온 것이 아니라 마치 내가 살고 있는 동네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야! 드디어 올해도 우리가 해냈어"라는 음성을 가슴 떨리게 듣는, 그들과 하나 되는 듯한, 진한 감동이 됐다.

세종시에도 정동진영화제와 같은 축제를 열어야 한다고 굳이 큰소리로 주장하고 싶지는 않다. 왜냐하면 정동진영화제는 동해안 정동진 그곳 한군데에서만 개최될 수 있는 특별한 영화제이기 때문이다. 해변과 맞닿아 그 경계를 알 수 없는 밤하늘 까만 화폭을 뚫고 모래알 같은 별빛들이 머리 위에 내려앉는 모습을 영화를 보듯이 넋을 잃고 바라볼 수 있는 그 영화제를 어찌 그곳 아닌 다른 곳에서 흉내 낼 수 있을까. 어찌됐든 세종시에는 바다가 없잖은가.

금남면 금천리 금강대도 총본원의 제5회 옥화촌음악회
금남면 금천리 금강대도 총본원의 제5회 옥화촌음악회


강원도는 멋진 곳이다. 강원도를 멋진 곳으로 생각하게 하는 많은 것들이 있을 것이다. 산맥과 바다 사이에서 저마다 서로 다른 다양한 근거들을 골라잡을 수 있을 것이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역시 정동진영화제를 꼽는다. 맞다. 정동진영화제 때문에 나는 강원도를 멋진 곳으로 생각한다. 물론 내가 살고 있는 세종시도 멋진 곳으로 생각한다. 강원도에 살고 있는 영화친구들도 마찬가지로 그렇게 생각할 것으로 짐작한다. 그런데 그들은 세종시의 무엇을 보고 그렇게 생각할는지…

영화 없어도 밥 먹고 잘 산다. 영화제가 아니라도 멀티플렉스 영화관에서 시원한 에어컨바람 맞으며 즐겁게 영화 볼 수 있다. 해변가 초등학교 운동장 야외상영관이 아니라도 집에서 얼마든지 내의 차림으로 편안하게 TV에서 나오는 온갖 저렴한 영화들을 골라볼 수 있다. 단 우정도 추억도 건질 수 있는 건 없다는 것!

재차 말하지만 나는 세종시에서 정동진영화제와 같은 영화제를 개최해야 한다고 굳이 큰소리로 주장하고 싶지 않다. 우정을 길러내고 서로서로 하나가 되는 느낌의 축제가 되지 않는 한 아예 영화제 자체가 필요 없는 일이라고 말하고 싶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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