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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고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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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담고를 아십니까?"
  • 김철홍
  • 승인 2023.06.05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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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년된 호남선 사진포 폐 터널의 재탄생
김철홍 자유기고가
문화유산국민신탁 소대헌·호연재 명예관장

예담고를 아십니까. 고등학교 이름은 아닙니다. 예담고의 '고'는 높을 고(高)가 아닌 창고 고(庫)를 쓰며, ‘유물을 보관하며 옛 것의 의미를 현재에 새롭게 담아낸다.’는 뜻이다.

즉 옛것을 담는 창고라는 이쁜 이름으로 국내 최초로 탄생한 정부나 자치단체 등에 귀속되지 않은 비귀속 유물관리 수장고인데, 귀속되지 않은 유물의 효율적인 보관과 관리 체계 구축 및 유휴시설의 재생을 통한 역사문화자원으로의 새로운 역할을 위해 조성된 것이다. 

유물은 발굴하면 모두 박물관으로 가는 것은 아니다. 땅을 파다보면 그곳에는 옛사람들의 흔적이 발견되곤 하는데, 그런 유물 중에는 국가에 귀속되어 국립박물관에서 관리하는 유물도 있지만 박물관으로 가지 못하는 생활 유물 조각은 비귀속 유물이라 하고 예담고가 바로 그런 비귀속 유물을 분류하고 보관하고 연구하는 곳이다.

예담고는 대전 서구 벌곡로818(흑석동)에 위치하여 과거에 사진포 터널이란 이름으로 호남선 철로로 사용했던 길이 280m 터널로 1913년에 개통됐는데 호남선이 복선화하면서 옆에 새 터널을 만들고 이 터널은 양쪽 출입구를 막아 놓았던 곳이다

사진포(泗津浦)는 흑석리역 동북쪽에 있는 마을로 갑천을 끼고 모래사장에 숲이 우거진 지역이라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사진개, 사수리(沙樹里)라고도 불렸다고 한다.

지금은 역사, 문화, 자연이 공존하는 갑천누리길 트레킹코스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1970년대 만 하더러도 대전 도심에 살던 이들이 기차를 이용해 흑성동의 흑석리역을 자주 찾았던 나름 꽤 유명한 대전의 휴양지이며 데이트코스로 낭만이 있던 추억의 동네로 많은 사람들의 뇌리 속에 박혀있다.

예담고는 문화재청에서 발굴유물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하기 위해 폐 터널을 활용하자는 안이 제기되면서 지난 2020년 12월에 터널을 소유하고 있는 국가철도공단과 MOU를 체결하면서 옛 사진포 터널을 문화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2023년 초 110년 역사의 옛 사진포 터널은 ‘예담고’라는 이름으로 재탄생하여 대전·세종·충북·충남 등에서 발굴된 비귀속 유물 수장고 즉 충청권역 유물창고로 지난 3월말 개관하여 (사)한국문화유산협회 유물보존관리사업단이 관리, 운영하고 있다.

뿐만아니라 예담고는 '2023충청권역 유물창고 예담고 성인대상 교육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여 소장된 비귀속 유물의 관리 절차 전반을 직접 확인하고 생생히 경험하며 누구나 친숙하게 접할수 있도록 시민 친화적인 사업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전에서 문화재지킴이 활동을 하면서 흑석동을 지인들과 자주 다녔음에도 이곳에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얼마 전 대전향토문화를 연구하는 ‘대전향토문화연구회‘주관 ’사진포터널(예담고) 수장고 견학 및 유물관리체험’에 참여하면서 알게 되어 부끄럽지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에 고교를 졸업한 햇수를 나이로 환산해 40대 중반인 동창회 친구들과 지난 토요일 아침 정림동에서 흑석동까지 갑천누리길 트레킹에 ‘노루벌적십자생태원’을 지나 ‘충청권역권 예담고’방문 프로그램을 제안하여 모처럼 도심 속 농촌마을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생태공간, 역사와 문화가 공존하는 힐링의 시간과 함께 친구들로부터 정서연금을 듬뿍 받은 정말 기분 좋은 하루였다.

(문화유산국민신탁 소대헌·호연재 명예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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