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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에 관한 영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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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항쟁에 관한 영화가 없다
  • 송길룡
  • 승인 2016.05.26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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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내 눈을 의심했다. 6월로 들어서며 6월 항쟁에 관한 영화를 인터넷에서 검색하다가 그 결과가 신통치 않음을 보고 뭔가 잘못된 것이 아닌지 의아스러웠다. 1987년 이후 현재에 이르기까지 대한민국의 정치지형도를 형성하고 줄기차게 이어온 6.10 민주항쟁을 기념하는 영화가 단 한 편도 없다.

단 한 편도 없다는 말은 아쉬운 마음으로 과장되게 표현한 것으로 이해될 수도 있겠다. 독립다큐멘터리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활동을 전개해온 김동원 감독이 1997년에 <명성, 그 6일의 기록>이라는 작품을 선보였다. 6월 항쟁의 상징적 구심점이었던 명동성당 농성 투쟁을 자료영상으로 담아냈다. 6월 항쟁의 충격적 부분을 수록했다고 하는 다른 영화 한 편이 검색되었으나 영화정보에 정식 등록이 된 것이 아니고 더욱이 아직 그 영화내용을 직접 확인할 길이 없다. 하지만 어디선가 누군가는 비공식적 차원에서 6월 항쟁 영화를 만들어왔을 거라는 짐작을 가능케 한다.

그런데 그뿐이다. 매년 6월이 되면 ‘독재타도’를 외치는 함성으로 전국을 들끓어 오르게 했던 그날을 되돌아보지만 희한하게도 한국 현대사의 커다란 분수령 중 하나인 6월 항쟁을 본격적으로 다룬 영화가 여전히 일반대중의 눈앞에 제시되지 않고 있다는 상황이 오히려 충격적일 따름이다.

6월 항쟁에 대한 영화가 없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5월에는 점점 더 일반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져가고 있는 5월 광주항쟁이 있다. 이쯤에서 5월 항쟁의 영화들을 되짚어보자. 재작년에 독립다큐멘터리로 제작돼 큰 주목을 받았으나 일반대중의 무관심 속에 외로이 상영관을 지켜냈던 <오월애>(김태일, 2011)는 5월 항쟁 영화의 큰 전환점을 가져왔다. 이 영화는 30년이 지난 후의 현재라는 시점에서 ‘5월 항쟁의 기억’이라는 주제를 다뤄냈다. 작년에 개봉해 호불호가 갈리는 가운데 적잖은 환호를 받았던 <26년>(조근현, 2012)은 5월 항쟁의 원혼들에 대한 진혼제 성격을 탈피해 박진감 있는 액션 응징극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들 영화보다 앞서 제작돼 끈질기게 명맥을 이어온 광주항쟁의 영화들 중 <꽃잎>, <박하사탕>, <화려한 휴가> 등등은 제목만으로도 얼마나 가까이에서 관련 영화들이 꾸준히 제작돼왔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물론 내 관점에서는 이보다 더 많은 수의 항쟁 영화들이 다양한 시도 속에서 제작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앞서의 질문을 끌어와 보자. 왜 6월 항쟁의 영화는 극영화의 형태로 관객 눈앞에 나오지 않는 것일까? 6월은 다른 한편으로 이제는 한국전쟁이라 일컬어지는 6.25 동란이 발발된 달이다. 이 동족상잔의 비극은 이후 한반도 냉전체제를 고착화시키며 전국을 군사병영문화 속에 가둬버리는 데에 결정적인 배경이 됐다. 기억해보라. 얼마나 많은 전쟁영화들이 때만 되면 광포한 폭력적 액션을 앞세워 블록버스터 형태로 극장 스크린을 메워왔는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전쟁영화, 병영영화, 심지어 간첩영화에 이르기까지 한국전쟁의 그림자는 한국영화에 짙게 깔려있다. 시대를 떠나 과거로 올라가는 사극에서조차 전쟁은 가장 선호되는 테마이지 않은가.

왜 한국 민중이 자기 자신을 재발견한 항쟁의 영화들은 폭넓게 제작되지 않는가. 6월 항쟁 영화의 부재는 그 질문의 연장선에서 민중에 대한 성찰의 깊이를 요구하는 새로운 질문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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