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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추천한 영화를 함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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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추천한 영화를 함께 보다
  • 송길룡
  • 승인 2016.05.26 1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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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노트

조치원읍 신흥리 농협건물 4층 커피쿰에서 수요일 오후 3시에 무료 영화상영회를 하던 중 낮 시간대에 여가를 마련할 수 없는 손님들을 위해 저녁시간대에도 영화를 상영했으면 좋겠다는 요청이 들어와 화요일 저녁에 자리를 마련키로 했다. 처음부터 많은 관객들이 오리라 기대하지 않았다. 첫 저녁 상영 날 뜻밖의 관객이 방문했다. 세종시 지역에서 오랜 동안 창작활동을 해 오신 소설가 최광 선생님!

▲ 커피쿰 '열린 명화극장' 관객들. 세종시 소설가 최광 선생님(왼쪽)과 함께한 오붓한 한때.


최광 선생님은 소설가이자 시인이시다. 이 글이 실리는 신문 세종포스트를 창간호부터 꾸준히 보신 독자님이시라면 예전 지면에서 최광 선생님의 시를 기억하실 것이다. ‘겹겹이 밀려오는 파도 / 우리들 가슴 근처 솔은 살을 적시려고 / 밤새도록 멈추지 않는 지극한 정성 / 어찌나 몸을 사리지 않았던지 시퍼런 멍으로 뒤척인다.’ 이렇게 시작하는 <파도>라는 시가 세종포스트 제3호 2012년 4월17일자에 실려 있다.

한국의 최장수 지역 문학동인지로서 1953년에 창간돼 지금까지 간행되는 『백수문학』의 존재를 아는 이는 얼마나 될까. 우여곡절 끝에 『백수문학』에서 갈라져 나온 문인들과 젊은 문학도들이 1994년 지어낸 또 다른 문학동인지 『연기문학』과 그것의 세종판 업그레이드버전인 『세종문학』을 아는 이는 또 얼마나 될까. 오랜 동안 세종시 지역, 그러니까 옛 연기지역을 삶터로 삼아 꾸준히 글을 써오신 문인들의 향취를 느껴보는 이는 과연 얼마나 될까.

『백수문학』에서 『세종문학』에 이르기까지 꾸준히 소설작품을 창작해 오신 최광 선생님께서 영화상영회에 오셔서 함께 관람하고 격려까지 해주시니 감회가 컸다. 게다가 어린 시절 감명 깊게 봤다고 하시며 추천하신 고전영화 제목을 듣고 나서 나는 얼마나 신이 났는지 모른다. 까까머리 소년이 동네 아저씨를 따라 극장에서 살다시피 하셨다는 이야기 속에서 윌리엄 와일러의 <편집광(콜렉터)>이라는 영화 제목이 이끌려나왔다.

▲ 영화 '편집광'의 한 장면


영화상영회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백방으로 그 영화를 찾았다. 다행히 최근에 재 출시된 DVD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 다음 주 화요일 저녁에 최광 선생님의 추천영화를 고대하며 관객들이 모였다. 작은 스크린, 작은 탁자 위에 은은한 향기의 커피를 놓고, 눈은 온통 은막 속의 사람들에게 집중했으되 귓가에 들려오는 서로의 낮은 숨소리를 듣는 순간들. 2시간 정도 지나가는 상영시간 동안 간간이 터져 나오는, 너나없이 던지는 웃음과 한숨. 상영이 끝나고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는 관객들의 한층 가까워진 분위기.

영화가 끝나고 나서는 최광 선생님께서 추천의 변을 말씀하셨고, 문학적 감수성에서 우러나옴직한 작품해설이 잇따랐다. 아무래도 영화 서사를 읽어내는 시각, 인간 심리의 표현에 대한 예리한 통찰 등은 소설가의 특권이 아닐까 하는 느낌도 들었다. 어쩌면 이 분위기가 너무나 감격스러워서 나로서는 그 모든 게 다 좋아보였을지도 모르겠다.

만남은 또 다른 만남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상영회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런 생각이 솟아났다. 기왕에 소설가와 함께 영화 관람을 했으니 소설과 영화와의 연결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어떨까? 지방영화, 지역영화의 불모지인 한국에서 그나마 <지슬>과 같은 영화가 그 명맥을 이어주는 상황이다. 지역영화를 지역소설과 맥을 같이 하도록 한다면 지금은 막연하지만 뭔가 될 것만 같다. 다음번에 최광 선생님을 뵙게 되면 이번 부탁을 해보려고 한다. "선생님의 소설을 원작으로 해서 영화시나리오를 써도 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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