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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꼭 빼닮은 미래부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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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꼭 빼닮은 미래부처님
  • 김교년(행복도시건설청 학예연구관)
  • 승인 2013.07.01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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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문화자산이야기 | (2)갈운리 미륵불

400년 전 굶주림·전염병 등 재앙 몰아내려 조성
매년 음력 정월 14일 정성 모아 미륵제 개최
6·25참전 7명 무사귀환 기도 덕분 믿어
7월 중 국립세종도서관 역사자료전서 만날 수 있어


▲ 할아버지 미륵

우리나라 어딜 가나 제각기 유서 깊은 이름을 간직하고 있다. 칡이 구름만큼 많다고 해서, 혹은 물이 귀해 구름만 봐도 비를 갈구했다 해서 ‘갈운리’라 불린 마을이 행복도시에 있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세종청사 북편에 있던 이곳에는 아주 오래전에 돌로 만든 부처 두 구가 모셔져 있었다. 미래에 도탄에 빠진 중생을 구제한다는 미륵불이다.

전체 크기는 두 구 모두 250㎝내외다. 언제 미륵불이 조성되었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미륵불 하단의 음각글씨를 참고하면 400여 년 전이었다고 한다. 역사시간으로 재보면 대략 1600년 전후이고 바로 임진왜란이 발생한 시기와 대체로 일치한다.

먹을 것이라곤 쌀 한 톨 남지 않았고 무시무시한 전염병이 돌아 하루에도 수많은 사람이 죽는 등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던 때였다. 바로 이 시기 마을 전체에 재앙이 덮쳐왔을 때 한 도인이 나타나 할아버지 미륵은 양지마을에, 그리고 할머니 미륵은 음지마을 입구에 세우면 마을사람이 평안하고 농사는 풍년이 들 거라 했다.

마을에서는 다급하게 석공을 찾았다. 먹물이 든 사람이 나서서 웅장한 미륵의 모습을 석공에게 알려주었지만, 그는 그다지 귀담아 듣지 않고 자신의 마음속 미륵을 만들었다. 눈대중으로 전체 윤곽을 잡고 미륵의 육계와 나발, 눈을 선으로 처리하고 코를 세우니 상호가 완성되었다.

완성된 미륵불의 모습을 자세히 보니 어딘지 석공을 닮아 있었고, 마을사람을 닮았고, 또 장승을 닮아 있었다. 큰 눈이 우리 집 황소를 닮기도 했다. 그에게 치러진 수고비는 막걸리 한 동이가 전부였다. 미륵불을 모시는 봉안식을 치르자 그제 서야 재앙이 마을에서 사라졌다.

마을사람들은 감사의 마음으로 매년 음력 정월 14일 정성을 가득 모아 미륵제를 올렸다. 미륵불은 마을의 희로애락을 묵묵히 지켜봤다. 새벽 찬이슬을 이고 정한수 앞에서 두 손 모아 자손의 안녕을 기원하는 할머니로부터 아들을 갖게 해 달라는 며느리, 갓 태어난 아기의 무병장수를 비는 어머니 등등. 미륵불에 마을사람의 간절한 소원이 스며들면서 점차 위엄과 신성성을 갖춘 진정한 미륵불이 되어 갔다.

마을에서는 몸과 마음을 정갈하게 유지한 사람을 제사를 주관하는 유사와 제관으로 정했고, 미륵계를 결성하여 십시일반 돈을 모아 제사비용을 마련하였다. 미륵제 당일에는 흰 창호지로 고깔과 저고리를 만들어 미륵불에 입히고 제사를 지냈다. 지금도 마을사람들은 미륵불에게 정성들여 기원 드렸기 때문에 6·25전쟁 때 참전한 청년 7명이 무사히 귀환했다고 믿고 있다.

▲ 할머니 미륵

미륵불은 단순한 마을신앙대상으로서 뿐 아니라 미륵제와 같은 제의행위를 통해 사람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만들어 마을의 평안에 기여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세계도처에 고대로부터 전해져 오는 거석문화가 존재했다. 무언가를 기념하거나 장소성을 표시하기 위해서 등등의 이유로 작은 돌무더기부터 엄청난 크기의 돌을 세우는 전통이 있었다. 우리나라에는 돌하르방, 고인돌, 선돌, 돌탑 등이 가는 곳마다 있고, 해외에는 칠레 이스터 섬의 인면석상, 영국의 스톤헨지 등이 널리 알려져 있다.

갈운리 석상이 미륵불이라 불린다 해서 반드시 불교와 연관 지을 필요는 없을 듯하다. 빈곤과 착취에 시달리며 하루라도 빨리 세상이 바뀌기를 갈망하던 대다수 민중들은 그 염원을 담아 어디에서든지 쉽게 찾을 수 있는 장소에 미륵불을 조성하였으니 말이다.

미륵불도 나이가 들어 단단했던 화강암은 이제 약해지고 떨어져서 치료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였고, 마을주민들도 하나둘 떠나가 더 이상 미륵불을 돌볼 수 없게 되었다. 7월 어느 날 미륵불은 국립세종도서관에서 개최하는 행정중심복합도시 역사자료 전시회에서 만나 볼 수 있다. 우리를 닮은 미륵불은 새로운 보금자리에서 새로운 세상,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꿈꾸는 그런 미래가 구현되는 날까지 우리와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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