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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다큐멘터리영화 제작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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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시 다큐멘터리영화 제작 가능할까?
  • 송길룡
  • 승인 2016.05.26 1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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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필노트

한 작은 마을의 초등학교에서 국악콘서트를 한다기에 처음에는 학예발표회와 비슷한 분위기를 생각했다. 나는 세종시에 거주를 시작한 지 만 2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간 조치원읍 시가지에서 벗어나 인근의 시골마을을 찾아가 행사에 참여해본 일이 거의 없다. 그 때문에 콘서트 초대를 받고서는 한편 반갑기도 했지만 체험이 없는 그대로 별 수 없이 시골 학교 풍경에 대한 막연한 상상만을 품었던 것이다.

▲ 수왕초등학교에서 열린 세종민예총 선순환문화콘서트

지난 6월21일 세종시 연기면에 있는 수왕초등학교에서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 세종시지부(세종민예총)가 주관해 개최한 ‘선(善)순환문화콘서트 우락부락(友樂部落)’은 내게 마을잔치를 넘어서는 의외의 또 다른 생각거리를 제공해주었다. 이날의 콘서트는 국악 연주 공연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처음에는 영화와 전혀 관련을 맺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공연의 열기가 무르익을 무렵 나의 뇌리에는 어떤 한 다큐멘터리영화가 번개처럼 스쳤다.

최근에 재독 철학자 송두율 교수의 모습을 담아 큰 주목을 받았던 <경계도시>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다. 분단의 고착화가 낳은 어처구니없는 비극을 ‘경계’에 서있는 한 지식인을 통해 통렬하게 드러낸 문제적 다큐멘터리였다. 이 작품을 연출한 홍형숙 감독이 이 작품 이전에 제작 발표한 <두밀리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1995)라는 다큐멘터리영화가 콘서트 무대 위에 겹쳐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 두밀리 - '새로운 학교가 열린다' 영화의 한 장면

1988년부터 당시 교육부가 시행해온 소규모학교 통폐합 조치 때문에 경기도 가평군 두밀리에 있는 한 초등학교가 폐교 결정을 받는다. 농사일만 하며 어찌됐든 자녀들을 학교에만 보내면 될 줄 알았던 두밀리 주민들은 학교를 살려내기 위해 모든 일을 제쳐놓고 백방으로 노력하며 ‘투쟁’에 나선다. 이 과정에서 마을공동체가 재탄생하고 ‘작은 학교’의 소중함을 깨닫게 되지만 결국 폐교 조치를 되돌리기에는 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지만 하나의 밀알이 가져온 기적은 실로 대단한 것이었다. 두밀리 초등학교의 폐교 과정을 알게 된 전국의 ‘작은 학교’들이 그 사례를 타산지석 삼아 폐교 위기를 극복하고자 노력했고 수많은 ‘작은 학교’들이 마을 안에 살아남게 되었기 때문이다.

수왕초등학교의 현실도 그와 비슷하다. 전교생이 20여명쯤 되는 ‘작은 학교’인 이 학교도 최근 폐교 결정을 받았고 학생들은 곧 인근 학교로 전학을 갈 예정이다. 아담한 급식실을 공연장으로 둔갑시켜 졸업생, 재학생, 학부모, 전문연주가 들이 학교주변 마을의 남녀노소 주민들과 함께 소박하면서도 정겹게 콘서트행사를 치르는 모습의 뒤꼍에는 그런 애틋하고 아쉬운 배경이 있다.

두밀리 학교와는 전후사정에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수왕초등학교에서 몇 킬로미터 안 떨어져 행정중심복합도시가 건설되는 마당에 각별한 관심이 생기지 않을 수 없다. 현재 정부 세종청사가 들어서는 지역 인근의 아파트단지에서는 꾸준히 유입증가를 보이는 입주민들의 자녀들이 포화상태가 되어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다. 학교부족사태로 몸살을 앓을 지경이다. 시내버스 한두 정거장 사이에 극과 극을 달리는 사태를 보이는 것이다.

세종시의 여러 모습을 담는 다큐멘터리영화 제작의 가능성을 점쳐보는 일이 거기서 비롯될 수 있을 듯하다. 시시각각 변모하는 세종시의 현실을 차곡차곡 정리해가는 독립영화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마침 세종민예총에는 영상위원회가 조직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어디서도 그걸 만든다는 소식이 없으니 여기서 부터라도 뭔가 실마리를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우리 한번 세종시 다큐멘터리영화 만들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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