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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지배하는 나라, 세상을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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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을 지배하는 나라, 세상을 얻으리라
  • 안계환(독서경영연구원장)
  • 승인 2013.06.3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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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경영

지구에 사는 인간 문명권에서 부와 권력을 갖기 위해 투쟁했던 가장 중요했던 요인은 무엇이었을까? 서울대학교 도서관에서 가장 대출이 많았던 책으로 알려져 있는 <총 균 쇠>에서는 세 가지 요인이 인류 역사를 좌우했다고 말한다. 그런데 자세히 읽다 보면 세 가지 요인이 아니라 한 가지 요인으로 귀결된다. 바로 문명이 처한 지리적 위치다.

최근에 나온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에서도 서양이 전 세계를 지배하는 요인으로 지정학적 위치를 들고 있다. 서유럽은 자신의 땅에서 떠나 다른 문명에서 부를 가져와야 생존했기에 배를 타고 이동했지만 동양은 그럴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란다.

그런데 지리적 위치가 의미하는 바는 바로 물의 활용 가능성이다. 여기서 물이란 인간이 농사나 식수로 사용하는 담수뿐 아니라 바다, 즉 해양의 확보다. 18세기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의 개선을 통해 산업혁명의 발판을 삼은이래, 영국은 철강과 강력한 해군력을 활용해 지구의 4분의1에 펼쳐진 식민지를 다스릴 수 있었다. 증기기관은 초기에는 탄광에 고여진 물을 퍼내기 위해 사용되었지만 첨차 송풍기의 엔진으로 활용되어 철강의 생산을 촉진했고, 범선을 대치해서 해군력 강화에 기여했다.

물의 힘이 인류 역사의 주요 전환점이 된 사례는 무수히 많다. 고대 이집트, 메소포타미아, 인더스강 유역, 중국 북부의 사회들은 대규모 관개사업을 위해 큰 강의 물을 다스리는 수리기술의 습득을 통해 자리 잡았다. 고대 로마는 지중해의 제해권을 확보하고 공중 수로를 통해 깨끗한 물을 풍부하게 끌어와서 제국의 중앙부에 번영하는 도시문명을 건설함으로써 강대국으로 성장했다.

고대중국의 역사에서 황허를 잘 다스리는 능력은 제왕의 권력유지에 필수적이었다. 수나라 이후 중세 중국이 황금기를 구가하게 된 계기는 1770㎞에 달하는 대운하를 완성한 것이다. 벼를 재배하는 남부 양쯔강 유역의 자원과 북부 황허 강 유역의 기름진 반 건조 지대를 연결하는 대운하는 북쪽 유목민의 침입을 막고 문명의 풍요로움을 꽃피우는 생명선이었다.

이슬람 문명은 대서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광대하고 침투가 거의 불가능한 사막지역을 낙타대상 방식의 원거리 수송으로 개방해서 상업적 부를 얻음으로써 유지되었으나 해양의 힘을 얻지 못함으로 해서 주도적 위치를 상실했다. 해적선에서 시작해 점차 해양대국으로 성장한 영국, 허드슨강과 이리(Erie) 운하를 연결해 대륙 중부의 풍성한 결과물을 수송했던 미국이 차례로 세계 경제를 지배했다.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다. 지구 전체는 지금 물 부족에 직면해 있다. 경제 성장이 진행됨에 따라 물 사용량이 급격하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전 지구적으로 인구 과밀 지역들에서 강, 호수, 지하수에 대한 과다 사용과 그에 따른 오염이 심각한 수준이다. 경제적으로 급성장 중인 중국과 인도에게 물은 특히 중요한 아킬레스건이다. 양국 모두 현상유지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에 직면해 있다.

이는 농산업용이나 식수와 같은 담수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바다를 어떻게 다스리고 길목을 차지하는가도 중요한 쟁점거리다. 중국은 최근 40억달러를 투입해 니카라과 운하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미국이 주도하는 파나마 운하를 견제하겠다는 목적이다. 동아시아 석유 수송로인 말래카 해협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 간의 파워게임도 볼만하다. 물론 우리나라에게도 상당히 민감한 문제다.

물은 또 경제적 불평등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문명의 수준은 물의 가용상태에 따라 크게 좌우된다. 우리는 물을 풍요롭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에 있기에 때로 이를 잊곤 한다. 그러나 물 조건은 역사적으로 크게 변해왔다. 언제까지 물 환경이 좋다는 보장이 없다. 변화하는 물 조건의 도전에 사회가 당대의 기술과 조직을 동원해 어떻게 대응하느냐가 곧 우리의 미래를 좌우한다.

잘못 추진된 4대강 사업 때문에 다시는 하천관리에 예산을 투입하지 못하는 우를 범할까 두렵다. 물을 다루는 일, 해양에 힘을 쏟는 일은 생명과 직결되고 문명의 발전을 크게 좌우하는 일이라는 것을 다시금 되새겨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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