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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우리들의 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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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받지 못한 ‘우리들의 아버지’
  • 이갑숙(대전시민사회연구소 이사)
  • 승인 2013.05.13 14: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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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토크 콘서트에 부쳐

요즘 방영 중인 드라마 <직장의 신>에서 많은 국민을 울린 아버지 고과장의 이야기. 고 과장은 막내딸이 졸업할 때까지 만이라도 회사에 남고 싶다는 게 직장생활의 마지막 소망이다. 그는 자녀의 학업과 결혼을 위해 더 작은집으로 이사를 한다. 여러 번 수리를 했지만 가끔 멈추는 시계를 차고 다닌다. 동갑내기 입사동기 부장 앞에서 늘 존대하며 허리를 굽혀야 하고 젊은 사원들에겐 '짐짝'같은 고 과장의 모습에서 우리 아버지의 슬픈 자화상을 마주하게 된다.

가계의 계승자, 집안의 가장이자 기둥으로서 절대적 권력자, 사회와 국가발전의 중추적 일꾼으로서의 권위가 인정되는 시대의 아버지는 사라졌다.

가족의 생계책임자로 돈 버는 기계, 돈과 사회적 지위에 따라 능력을 평가 받아야 하는 대상, 40대부터 퇴출 당할까봐 걱정해야 하는 게 우리네 아버지다. 은퇴 후 노후대책도 없다. 건강 때문이 아니라 값이 오르니까 담배를 끊으려고 고민하고 6-7천원 점심값이 부담스러워 편의점 도시락이나 삼각 김밥으로 한 끼를 때우려는 게 오늘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이다.

현대사회의 변화가 여성에게 우먼파워를 요구한 만큼이나 남성에게도 맨 파워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 우리 아버지의 고통과 애환에 대해 사회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적극적 의미에서의 정책적 방안도 강구해야 한다. 이것이 최근 여성정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성인지 정책’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지난 9일 제1차 대전가족공동체 포럼 ‘아버지 토크 콘서트’가 개최됐다. 아버지 역할의 즐거움과 어려움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자리다. 가족 구성원이 모두 행복한 가정의 의미를 만드는 방법의 일환으로 가정친화문화 확산을 꾀하는 특별한 자리라는 게 주최 측의 설명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정작 ‘우리들의 아버지’는 없었다. 대전시장과 국립대총장, 국책연구소 소장, 법원 판사들의 이야기만 있었다. 이들이 시대를 대변하는 아버지인가? 우리 사회의 0.001%에 해당하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을 소유한 사람이 우리 아버지의 애환과 어려움을 말할 수 있는가?

우리들의 아버지는 조기퇴출 될까 봐 전전 긍긍하고 자녀 등록금 대출 상환과 내 집 마련을 위해 이율을 계산한다. 얼마 전 발표한 60세 정년연장이 나에게도 해당이 될지 하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오늘도 묵묵히 일하는 근로자이며 노동자다.

가족공동체포럼이란 곳에서 5월 가정의 달에 마련한 특별한 자리가 씁쓸하기만 하다. 오랫동안 여성가족정책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안타깝다.

우리는 0.001%의 로열패밀리에 속하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그러면서 아버지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이 시대의 아버지를 위한 어젠다를 이슈화하고 정책화해야 한다. 99.9%의 아버지와 가족의 관점에서 공감하는 가족친화적인 직장문화 조성의 비전과 목표를 설정하고 구체적인 방안과 전략을 담보할 수 있는 토크콘서트가 아니어서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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