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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장남평야에서 ‘사투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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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장남평야에서 ‘사투 중’
  • 김재중
  • 승인 2013.05.13 10: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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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취재진 서식지 확인…사람 왕래 잦은 호수공원 인근 습지


세종시에서 환경과 개발의 가치가 충돌하고 있다. 예상됐던 우려가 현실화됐다. 금개구리 때문이다.
세종시 중심부에 위치한 국립수목원 건설 예정지역에서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2급으로 지정된 금개구리가 지난 2011년 발견되면서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이후 개발책임기관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금개구리 보존을 위한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그 결과는 오늘 11월께 발표될 예정이다.
그러나 일부 건설업체가 수로를 파괴하고 흙메우기 작업을 벌이다 환경단체 감시망에 걸려들었다. 이후 언론보도로 사건이 일파만파 커졌다. 환경관리기관인 금강유역환경청이 나서 부실한 관리감독이 지속된다면 형사고발하겠다는 으름장을 놓았다. 결국 LH는 재발방지와 원상복구를 약속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개구리 보호를 위해 습지를 보전할 것이냐 아니면 계획대로 수목원 공사를 강행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공사 중단 중 일부업체 공사 강행

논란이 표출되고 있는 주된 공간은 인터넷 커뮤니티다. 금개구리 보호를 위해 철저한 조사를 벌이고 별도의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의견과 금개구리가 세종시 개발에 걸림돌이 되서는 안 된다는 개발주의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지역 내 대표적 인터넷 커뮤니티인 ‘세종시닷컴’에서는 설문조사까지 진행되고 있다. 지난 8일 현재, 수목원 개발과 금개구리 보호에 대해 응답자의 약 75%인 211명이 ‘금개구리를 신속히 잡아 보호하고 예정지에 수목원을 조성하되 수목원에 금개구리가 서식할 수 있는 공간을 넉넉하게 조성해 그곳에 금개구리를 풀어 보호해야 한다’는 의견에 찬성했다. 금개구리와 상관없이 무조건 수목원을 개발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64명이나 존재했다. 수목원 개발을 중단하고 농지를 그대로 두어야 한다는 의견은 소수인 7명에 불과했다.
‘환경과 개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위해 적절한 타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약 1개월 동안 지속될 이번 설문의 결과가 이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임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보호위해 시급한 긴급처방

정작 논란만 가중되고 있을 뿐, 생명을 걸고 사투를 벌이고 있는 금개구리에 대한 응급보호 대책은 전무한 상태다. 지난 8일 금개구리 서식지역인 장남평야에는 여전히 공사차량이 분주하게 드나들고 있었다.
현장공사 책임자인 D건설업체 관계자는 드넓은 장남평야를 카메라에 담고 있는 취재진을 향해 "허가를 받고 촬영하는 것이냐"며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SBS가 금개구리 모습을 직접 촬영해 보도한 이후 환경논란이 더욱 거세진 점을 다분히 의식하고 있는 듯 보였다.
수로가 끊긴 드넓은 평야엔 금개구리가 살 만한 장소가 그리 많지 않았다. 연구에 따르면 금개구리는 주로 물웅덩이 주변 20m 이내에 서식하며 하루에 기껏해야 10m 안팎만 움직이는 활동성이 떨어지는 개체다.
물 공급이 끊긴 장남평야에서 금개구리 찾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일단 물웅덩이를 찾는 일이 급선무였다. 결국 세종시 중앙호수공원과 인접한 장남평야 북서쪽 깊숙한 곳에서 가로·세로가 약 100m 규모인 습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울음주머니가 없어 ‘쪽쪽’ 소리를 내는 특유의 금개구리 울음이 들려왔다. 금색의 돌출된 등줄기가 두 개인 금개구리 모습도 육안으로 확인됐다. 풀밭을 스치는 발자국 소리에 놀라 물속으로 자취를 감추곤 했지만 적어도 수백 마리 이상이 집단서식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문제는 이 집단서식지가 3.6㎢에 이르는 장남평야 중 극히 일부분인데다 호수공원 산책로와 인접해 있고 남측 농로를 따라 공사차량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는 점이다. 하루 이틀의 토목공사만으로도 장남평야에서 금개구리가 완전히 자취를 감출 수 있는 위태로운 모습 그 자체였다. 장남평야 전체에 대한 개발논란은 공염불에 불과할 뿐, 당장 8000㎡ 안팎 규모인 이 습지와 주변지역에 대한 통행제한 등 긴급처방이 시급해 보였다.
금개구리 보전방안을 연구 중인 서울시립대 산학협력단의 조사결과는 오는 7월 중간보고에 이어 10월말 최종보고가 예정돼 있다. 그때까지 원칙적으로 모든 개발행위가 중단된다. 그러나 드넓은 장남평야 한 구석에 가까스로 보금자리를 튼 금개구리가 그때까지 무사히 버텨줄 지 의문이다.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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