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불균형이 세종시에도 존재한다. 믿기 힘들겠지만 엄연한 사실이다. 해가 떨어진 후, 1번 국도를 내달려 세종시 연기면 한별리에 있는 75m 길이의 짧은 다리인 ‘연기교’에 이르면 세종시 안에서 ‘극과 극’의 세상이 펼쳐지고 있음을 한 눈에 바라볼 수 있다.
이 다리는 세종시에 편입된 옛 연기군 북부지역 주민의 입장에서 볼 때 암흑세계에서 환하게 밝혀진 신세계로 통하는 관문과 같은 곳이다. 이 다리를 기준으로 남쪽은 행정중심복합도시 예정지역으로, 북쪽은 개발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편입지역(읍면지역)으로 나뉘기 때문이다. 같은 1번 국도라도 행정도시 안에서는 약 20m 간격으로 가로등이 밝게 빛나고 있어 운전자가 전조등을 켜지 않고도 운행할 수 있는 반면 읍면지역에 접어들면 주요 교차로를 제외하고 가로등이 설치돼 있지 않아 전조등을 켜지 않으면 불과 10m 앞의 시야를 확보하기도 어려울 정도다.
도로포장 상태도 마찬가지다. 조치원읍과 대전을 오간 기억이 있는 운전자라면 고속도로보다 훌륭한 ‘연기교’ 남쪽 세상과 울퉁불퉁 요철이 심한 북쪽 세상의 경계를 분명하게 체험했을 것이다. 이것이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태어난 세종시가 내부 불균형 문제에 봉착해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세종시 내부 불균형이 앞으로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입주 1년이 지난 세종시 첫마을 아파트 입주민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수도권과 인근 대전에서 몰려 온 30∼40대 젊은 중산층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올 가을부터 행정도시 내 신규아파트 입주가 속속 이뤄지면 세종시민의 소득과 교육수준, 문화적 욕구, 심지어 정치적 지향까지 ‘연기교’를 중심으로 확연한 차이를 보일 것이 자명하다.
아무도 눈 여겨 보지 않았던 ‘연기교’를 소통과 통합의 다리로 만드는 일이 세종시 당면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글 김재중 기자 jjkim@sjpost.co,kr
Tag
#NULL
저작권자 © 세종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