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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번영을 이끈 링컨과 시워드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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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번영을 이끈 링컨과 시워드를 아십니까
  • 이계홍
  • 승인 2021.09.17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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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의 시선] 치열한 경쟁 뒤 미국의 번영을 이끈 통합의 정치를 일군 주인공들

[세종포스트 이계홍 주필] 우리는 에이브래함 링컨은 알아도 윌리엄 시워드는 거의 모른다. 또 알라스카는 알아도 시워드를 더 모른다. 링컨은 미국 제16대 대통령이고, 시워드는 링컨 대통령 밑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사람이다.

특히 시워드는 미국 정치계의 반대를 무릅쓰고 알래스카 땅을 미화 720만달러를 주고 러시아로부터 사들인 주인공이다. 그런데 시워드와 링컨은 숙적이었다.

미국 대선 과정에서 시워드는 정통 정치를 배운 미국 동부 엘리트 출신이었다. 반면에 링컨은 미국 중서부 캔터기 벽촌에서 학교도 제대로 다니지 못한 가난뱅이 ‘촌놈’이었다. 이런 그가 물이 잘 빠진 시워드와 대선 경선에서 부딪쳤다. 사실 시워드를 물리친다는 것은 말 그대로 새알로 바위치기나 다름없는 무모한 일이었다. 경선 초중반까지 그는 일방적으로 밀렸다.

그러던 링컨이 남북전쟁을 끝내겠다고 하고 노예해방을 추진하겠다는 등 진보적 공약을 내세워 동부와 북부 시민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고, 마침내 결선에서 시워드를 물리치고 공화당 후보로 공천장을 받았다.

링컨은 엘리트 코스를 밟은 시워드의 정치적 기반인 동부에서 많은 표를 얻은 반면에, 고향인 켄터키, 미시시피 등 남부에서는 표를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인구가 많은 동부와 북부 표를 얻어 마침내 후보가 된 것이다. 이것이 대선에 그대로 이어져 제16대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당시 미국의 동부 지역은 정치적 성향이 진보적이었고, 남부와 중서부는 농촌사회라서 상대적으로 보수적이었다. 그런데 이들 진보적 지식인 표를 얻어 켄터키 깡촌의 촌놈이 대통령으로 당선된 것이다.

대선 후보가 될 것이라고 확신했던 시워드가 탈락하자 시워드 지지 세력은 패닉 상태였다. 세련된 동부의 엘리트가 떨어지고 좀 덜떨어진 듯한 ‘촌놈’에게 당했으니 그 상실감과 박탈감은 더욱 클 수밖에 없었다.

후보 경선 기간 내내에도 네가티브가 횡행했다. 링컨을 조롱하기 딱 좋은 소재들이 많아서 경선 기간 내내 ‘긴 팔 원숭이’ ‘무학의 촌놈’이라고 조롱하고 야유하고 비난했다. 상대당 후보보다 자당내의 분열이 더 심했다.  

미국의 제 16대 대통령인 에이브라함 링컨 

그런데 링컨이 대통령에 당선되자 그는 시워드를 국무장관에 임명하고, 조각을 그에게 일임했다. 이것이 미국 사회의 저력이다. 다민족 국가인 미국이 하나로 뭉친 비결이 바로 이런 지도자의 지도력에서 나온 것이다.  

그런데 시워드 국무장관이 재임 중 알래스카를 러시아로부터 사들였다. 알래스카 땅 구매 협상 과정에서 ‘파토’날 일도 여러차례 있었다. 워싱턴과 뉴욕 정가에서는 시워드를 죽일 놈 취급을 했다. ‘아이스 박스’를 사들여서 어디에 쓰겠냐는 비난이었고, 곰만 사는 빙판에 인간이 살 일 있냐고 비난한 것이다. 생전의 링컨은 이런 공격을 당한 시워드를 끝까지 옹호했다.

720만달러라는 큰 돈을 들여 산 것이긴 하지만, 당시나 지금이나 알래스카를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땅인가. 면적이 남북한의 7배나 되는 알래스카는 금과 석유가 많이 난다는 것 뿐 아니라 전략적 가치가 높아 미국이 ‘팍스 아메리카나’(‘팍스 로마나’를 빗대 미국에 의한 세계 지배)를 구현하는 시발점이 알래스카라는 점에서 그 가치는 수치로 말할 수가 없다.

그렇다면 러시아가 손해를 보았는가. 그렇지 않다. 당시 러시아는 부동항을 찾기 위해 부단히 남진 정책을 썼다. 동유럽에서 크림전쟁을 일으키고, 부동항을 찾아나섰다. 전쟁이 장기화됨으로써 전비가 엄청나게 들고, 또 캐나다를 식민지화한 영국이 알래스카 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어 크림과 알래스카 두 곳에서 동시에 전쟁을 치를 수 없는 러시아는 미국을 끌어들여 알래스카를 팔아치운 것이다. 그 덕분에 크림반도를 먹었다.

어쨌든 링컨-시워드 두 콤비는 남북전쟁을 승리로 이끌었고,, 노예 해방을 쟁취했으며, 남북으로 갈라질 뻔한 미국 땅을 통일시키고, 미국땅의 5분의 1인 알래스카를 요즘 돈으로는 껌값이나 다름없는 염가로 사들였다.

여기에 민주 제도를 정착시켰다. 자유, 독립, 평등, 정의, 헌신의 가치를 높여서 미국 역사와 지도를 바꿔 놓은 것이다. 반대파를 끌어안은 포용의 정치가 위력을 발휘한 힘은 이렇게 위대하다.

알래스카는 링컨이 암살되고, 그의 뒤를 이은 17대 앤드루 존슨 대통령 재임 시 인수 도장을 찍었지만 링컨 재임 시에 시워드와 함께 인수를 완성시켜 놓은 것은 널리 알려진 일이다.

여러 얘기를 하고 싶지 않다. 지금 우리는 내년 대선을 어떻게 치르고 있는가. 경선 과정에서부터 철천지 원수로 싸우는 양상이다. 본선에서는 또 얼마나 피투성이가 되어서 싸울 것인가. 문제는 그 후의 일이다. 과연 미국의 링컨과 시워드처럼 도량과 포용으로 승자가 패자를 끌어안고 국가 발전의 동력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우리도 그런 현실이 오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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